초고해상도 영구삽입형 플렉서블 뇌파 측정 센서 개발
[파이낸셜뉴스] 연세대학교는 10일 유기준 교수(전기전자공학과) 연구팀이 예상 수명이 70년 이상인 영구삽입형 뇌파 측정 센서를 개발해 수천 개의 전극으로 구성된 초박형의 플렉서블 신경 소자를 뇌에 이식하고 고해상도로 뇌파를 측정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뇌신경과학자들이 뇌의 네트워크를 분석하여 '뇌지도'를 만들기 위해 지난 수백 년 동안 노력했지만 아직도 뇌의 분석은 원시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 최근 뇌파를 전기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시스템은 MRI, CT, PET등과 같이 간접적으로 뇌를 이미징(Imaging)하는 기법보다 직접적으로 뇌에서 나오는 신호를 측정할 수 있는 피질전도(ECoG) 및 뇌전도(EEG)가 각광받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시스템은 전극의 개수(100여 개)가 뉴런의 개수(100억 개 이상)보다 현저히 작아 제한된 정보만을 얻을 수 있다. 유연한 소자를 이용해 피부에 직관적인 접촉을 이루면 소자와 뇌의 계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지만, 전자소자는 체내 삽입 후 체액의 침투로 인해 쉽게 고장을 일으키기 때문에 장기 삽입은 난제로 여겨졌다.
본 연구에서는 수천 개의 전극으로 이루어진 영구 체내 삽입용 고집적 능동형 유연 전자소자를 최초로 개발했다. 이를 통해 영장류인 원숭이 뇌에 박막의 소자를 직관적으로 삽입하고 뇌 관련 질환을 초고해상도로 측정했으며, 1 마이크로미터(10-6m) 미만의 두께를 갖는 이산화규소(SiO2) 보호막을 통해 전자소자의 고장 없이 70년 이상의 삽입 수명을 갖는다는 것을 규명했다.
전극을 이루는 트랜지스터 위에 초고온에서 성장된 박막의 이산화규소 보호막을 직접 연결하여 기존의 직접 결합을 이용한 전기신호 획득이 아닌 용량성 결합을 이용해 고품질의 전기신호를 획득했다. 특히 이산화규소는 박막임에도 불구하고 결함이 없어 체액의 투습으로부터 소자를 완벽하게 보호할 수 있었다.
해당 기술은 지금까지 뇌과학 연구에서 난제로 여겨졌던 영구삽입형 능동형 플렉서블 전자소자의 세계 최초 개발로, 이를 통해 뇌, 심장 관련 난치병 질환의 원인 분석 및 획기적인 치료가 가능할 전망이다. 또한 뇌-기계교합의 발전에 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학술적·사회적 가치가 크며 뇌 관련 연구 및 산업 발전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유기준 교수는 "이번 연구는 8년에 걸쳐 진행된 장기 프로젝트로,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문제를 마침내 풀게 됐다"며 "공상과학에서나 가능하다고 여겨진 로보캅이 만들어지는 것이 더 이상 꿈은 아닐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지난 8일 국제 융합연구 최고 권위지인 사이언스 트랜슬레이셔널 메디신에 게재됐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