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당 1시간 공제는 부당" 판결에
인사처 "대법 판결 보겠다" 항소
원고 "행정력 낭비·항소권 남용"
정부부처 42곳 시간외근무 이력
16곳은 월 평균 20시간 넘어
'저녁식사 1시간'을 빼고 지급한 시간선택제(시선제) 공무원의 시간외근무수당이 부당하다는 법원 판결에 불복한 정부가 항소장을 제출하면서 시선제 공무원의 열악한 처우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정해진 시간만 근무토록 설계된 제도 취지가 무색하게 시간외 근무가 만연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인사처 "대법 판결 보겠다" 항소
원고 "행정력 낭비·항소권 남용"
정부부처 42곳 시간외근무 이력
16곳은 월 평균 20시간 넘어
정부의 항소 남발 문제도 거론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기계적인 정부의 항소 남발을 자제하라'는 뜻을 수차례 밝힌 후 '국가송무 상소심의위원회'가 신설됐지만 이 사건은 심의 대상에 오르지도 못했다. 공무원 보수 체계를 건드는 중대 사안임에도 소송 액수가 적고 국민적인 관심이 덜하다는 이유에서다.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시선제 공무원 2명은 소속기관의 눈치를 보며 1년7개월을 기다려 1심 승소 판결을 받아냈지만 다시 기약 없는 싸움에 돌입했다. 담당 부처인 인사혁신처는 제도 전반을 손대야하는 문제여서 대법원 판결이 나야 움직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법원 "시선제 시간외수당 1시간 공제 부당"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2월 지방 국립대 소속 시선제 공무원 2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임금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리고 미지급 시간외근무수당의 지급을 판결했다.
통상 공무원은 시간외수당 1시간을 공제한다. 대통령령인 '공무원수당규정'에 의해서다. 예컨대 오전 9시~오후 6시까지 근무 후, 오후 8시까지 2시간을 야근해도 1시간 어치 수당만 지급받는다. 업무준비시간, 휴게시간, 저녁시간 등을 고려한 1시간을 제외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 규정이 오전 9시부터 오후 2시까지, 점심시간을 제외한 총 4시간을 근무하는 시선제 공무원에게도 적용됐다는 점이다. 법원은 '1시간 공제'의 취지가 저녁식사·휴게 시간에 있다고 주장한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1시간을 공제하는 이유는 일반직 공무원들의 경우 평일 오후 6시 이후에는 통상 업무를 수행하지 않고 저녁식사를 하는 시간이 있기 때문"이라며 "이들이 점심식사를 마친 후 오후 2시부터 시간외근무를 하면서 (추가로) 1시간의 식사·휴게시간을 가졌다고 단정할 수 없으므로 공제규정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인사처는 이같은 1심 판결에 불복해 지난달 3일 항소장을 제출했다. 업무준비시간, 휴게시간 등을 감안하면 1시간 공제 규정을 시선제 공무원에게 적용해도 무리 없다는 주장이다.
■말로만 시간선택… 초과근무 만연
이같은 시간외수당 논란이 불거진 근본 원인은 따로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해진 시간만 근무토록 하는 시선제 공무원 제도의 취지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서다. 시선제 공무원 제도는 2013년 박근혜정부 때 도입됐다. 2018년 말 기준 1539명이 중앙정부기관에서 일하고 있다. 육아와 같은 이유로 공직 도전이 어려운 경력단절여성 등에게 취업 기회를 제공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나누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국내 정부부처 조직 문화에서는 시기상조였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제도 설계에 참여했던 한 고위공무원은 "(시선제 공무원은) 정해진 시간만 일하고 바로 퇴근하는 취지다. 애초에 시간외 수당 이슈가 나오면 안 되는 제도"라며 "한국 문화에서 조금 이른 감이 있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실제 파이낸셜뉴스가 시선제 공무원을 채용 중인 43개 부처에 정보공개를 청구한 결과, 답변을 거부한 교육부 1곳을 제외하곤 총 42곳 모두 시간외근무 이력이 확인됐다. 월 평균 20시간이 넘은 경우도 16곳에 달했다.
■소송 금액 작아 '상소심의위원회' 안거쳐
인사처가 1심에서 패소 판정에 불복해 항소한 것을 두고도 비판이 나온다. 국가·행정소송에서 정부가 책임회피를 위한 기계적인 항소로 국민 불편과 사법자원 낭비를 초래한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왔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취임 후 '압도적인 정보를 가진 정부가 패소했으면 그대로 따르면 된다. 패소판결에 대한 정부 항소를 자제하라'는 취지의 발언을 수차례 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민간위원이 참여하는 '국가송무 상소심의위원회'가 법무부 산하에 설치됐지만 이번 사건은 심의를 거치지 못했다. 서울고등검찰청 관계자는 "소가(소송목적의 값)가 크고 언론보도가 나오거나 사회적 이슈가 되는 사건들 위주로 심의를 거친다"며 "이 사건처럼 소가가 낮은 사건은 소송 수행 부처의 의견대로 간다"고 답했다.
법원은 1심 판결에서 원고 2명에게 각각 약 112만원, 276만원을 지급할 것을 판결했다. 공무원 보수체계와 관련된 중대 사안이지만 금액이 적을뿐더러 사회적 이슈가 아니란 이유로 심의 기회조차 갖지 못한 셈이다.
■"대법원 가야" vs. "항소권 남용"
인사처는 충분한 절차를 밟아 항소했다는 입장이다. 인사처 관계자는 "1심 판결 나왔을 때 고검에 판결문을 보내 항소에 대한 의견을 전했다. 고검에서도 상소심의위원회 이야기는 없었다"며 "고검의 사전 지휘를 받아서 (항소를) 진행했다. 기계적 항소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원고측은 국가의 항소권 남용에 해당한다고 반박했다. 차현일 변호사(법무법인 사람인)는 인사처의 항소에 대해 "국가의 잘못된 관행이 정당하다는 것을 입증하겠다는 취지로 항소하는 것은 행정력 낭비 또는 항소권 남용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eco@fnnews.com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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