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인류는 세계사의 거대한 변곡점 위에 서 있다. 코로나19로 촉발된 불확실성은 대내외 경제상황뿐만 아니라 정치,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기존 질서를 바꾸어 놓을 것이다. 이미 그 질서를 살고 있다. 정부와 기업은 재택근무를 확대하고, 회의는 서면이나 영상으로 대체된다. 소비자들은 온라인에서 점점 더 많이 구매하고, 영화는 극장이 아니라 집에서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로 본다. 이 모든 현상을 관통하는 것은 '비대면'과 '온라인'이다.
교육도 마찬가지다. 집합교육은 비중이 현저히 줄어들고 원격교육이 강화될 것이 자명하다. 그동안 원격교육은 집합교육을 보완하는 정도의 역할이었지만 이제 그 위치가 바뀌게 될지도 모른다.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은 이제 교육이 온라인 중심으로 재편될 것임을 알리는 서막이다.
통일교육은 어떠할 것인가.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에만 있는 이 특수한 교육은 뉴노멀 시대를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가. 정부 교육기관으로서 신중한 정책수립과 대응전략이 필요하겠지만 우선 드는 생각은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온라인 교육 본격화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올해 초 통일교육원은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일환으로 집합교육을 대폭 축소하고, 사이버교육을 강화했다. 교육생 정원을 확대하고 교과목을 늘려 2월과 3월 두 달간 사이버교육 이수자가 7만명을 넘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3만명대였다. 교육원 교수와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원격화상강의 서비스가 시작되면 온라인 통일교육 이수자는 더 큰 폭으로 증가할 것이다.
여기에 더해 그간 오프라인 중심으로 진행되었던 통일교육주간 행사를 올해는 온라인으로 과감하게 전환하기로 했다. 5월 18일 온라인 기념식을 시작으로 다양한 온라인 체험관 개설과 이벤트 개최로 국민 참여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 같은 결정은 현재 상황과 맞물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지만 한편으로는 향후 통일교육 방향성에 대한 실험이기도 하다. 비대면 방식의 소통과 참여를 핵심으로 하는 온라인 교육 확대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극복하고 통일교육의 동시성과 확장성을 가져올 것이다.
그런 한편 통일교육 내용도 지속적인 혁신을 모색하고 있다. 2년 전부터 통일교육은 평화를 중점으로 하는 평화통일교육을 비전으로 설정하고 관련 콘텐츠를 보강해왔다. 평화란 무엇인가 하는 원론적 물음에서부터 혐오와 갈등을 극복하고 상호 존중과 포용을 체득하는 방법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교육과정을 구성하고 있다. 아직 충분하지 않다. 이제 시작 단계인 평화교육을 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진전시켜 나가고자 한다. 통일교육이 시도하는 이러한 기술적, 내용적 도전이 성공한다면 가까운 미래에 증강현실을 이용해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를 시뮬레이션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결코 옛날로 돌아갈 수 없다면 어찌 할 것인가. 앞으로 나아갈 뿐이다. 서로 나누고 북돋우며 보다 나은 좋은 쪽으로 인류 역사를 끌고가는 것이다. 통일교육도 그 역동성 위에 함께하고 있다.
백준기 통일부 통일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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