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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경총의 코로나 건의에 대하여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4.13 17:09

수정 2020.04.14 17:25

[fn논단] 경총의 코로나 건의에 대하여
평균은 숫자들이 모여 있는 정도를 나타내는 유용한 정보이지만, 숫자가 흩어져 있는 전체 모양을 보여주지는 못한다. 강의 수심이 평균 1.1m라고 할 때 나의 신장보다 얕다고 하여 강을 건너는 것이 무조건 안전하다고 할 수 있을까. 강 한복판의 수심은 2m를 훌쩍 넘을 수도 있고, 가장자리는 0.7m가 채 되지 않을 수도 있다. 평균 수심만 믿고 강 수심 전체의 모양을 보지 못한 채 호기롭게 뛰어들었다간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 이렇듯 평균은 유용한 정보임에 틀림없지만, 단편적 시각일 경우 때때로 우리에게 함정을 선사한다.

4월 12일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주요 업종별 애로 및 건의사항'을 발표했다. 건의사항은 공통 건의사항 8개와 업종별 핵심 건의사항 19개 등으로, 대표적 건의사항은 기업 규모·업종과 관계없는 유동성 공급확대다.
과연 현재 기업들의 유동성 상황은 얼마나 위험한 수준일까. 기업부도와 직면되는 단기성 차입금과 사채 규모를 보면 코스피와 코스닥 상장기업들의 경우 작년 말 별도재무제표 기준으로 평균 약 1745억원과 193억원이다. 그런데 그 평균 안에는 다양한 형태의 기업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는 코스피 상장기업 평균의 60배에 근접한 10조2000억원인 반면 ㈜LG는 0원인 경우도 있다.

한편 코스피와 코스닥 상장기업들이 작년 말 보유하고 있는 현금성 자산은 평균 약 1873억원과 231억원으로, 평균으로 보면 위의 단기성 차입금과 사채를 상환할 수 있는 규모다. 그러나 역시 그 평균 안에는 너무나 다양한 형태의 기업이 존재한다.

이처럼 평균과 개별 기업 현황은 전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평균의 함정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 특히 위의 395개(561개) 코스피(코스닥) 기업 중에서도 SK이노베이션 등 87개(188개) 기업은 현금성 자산과 금융자산까지 동원한다면 정상적 영업활동으로 단기성 차입금과 사채를 감당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런 기업들이 코로나19로 인해 매출절단의 영향을 받는다면 일시적 운영자금 부족에 대한 재정지원이 필요하다. 그리고 위의 395개(561개) 코스피(코스닥) 기업 중 308개(373개)는 작년 말 기준으로 차입금이나 사채를 통한 자금의 재유입이 어려우면 부도에 직면할 수 있는 재무구조이다. 따라서 이런 기업에는 코로나19로 인한 자금시장 경색으로 자금 재조달에 어려움이 발생할 경우 동산담보대출 등 소위 '핀셋' 유동성 공급이 필요하다.

한편 경총은 특별연장근로 등 근로시간 문제와 취득·재산세 감면 등 세금 문제도 제기했다. 이런 문제들도 평균적인 직관적 접근보다 유동성 문제처럼 개별적인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가령 취득세와 개소세 감면 연장 등 실물경제 회복을 위한 세제정책은 적극적으로 검토되기를 기대하며, 기업 본연의 사회적 책임인 세금 문제는 납부기한 연장이나 물납 등 다양한 대안을 통해 기업이 충실한 납부의 의무를 다할 수 있게 지원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미적거려왔던 규제개혁이 이번 코로나19로 혁신적으로 진행되기를 바란다.


정부도 국민도 경험해 보지 못한 코로나19로 인해 당황스러운 것은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지금 우리나라는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가장 잘 대처한 국가 중 하나로 회자되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가 팬데믹 이후 경제를 가장 잘 회복시킨 국가로 회자되기를 기대한다.

정도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box5097@fnnews.com 김충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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