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자영업자 울리는 '코로나대출 얌체족'

박지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4.13 17:33

수정 2020.04.13 17:33

[기자수첩] 자영업자 울리는 '코로나대출 얌체족'
"1%대의 코로나 대출을 받아 단타로 주식투자해 돈을 벌었다는 친구를 볼 때마다 속이 부글부글 합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들을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금융지원에 나선 가운데 이 기회를 이용하려는 '얌체족'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당장 매장 운영이 힘들지 않아도 일단 1%대의 초저금리 대출을 손쉽게 받을 수 있으니 그들에게는 좋은 기회가 찾아 온 셈이다. 코로나 대출을 받아 새차를 구입하고 가게 리모델링에 나선 사람부터 시작해 최근 출렁이는 주식시장에 투자해 한몫 챙긴 사람까지 얌체족의 행태는 각양각색이다.

문제는 이런 사람들까지 대출을 받고자 몰리며 코로나 대출 대기줄은 더 길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당장 임대료나 인건비를 낼 여력이 없어 대출을 신청하고 기다리는 자영업자들의 상황을 감안했을 때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자칫 제때 대출을 받지 못한 자영업자들은 급하게 돈을 융통하기 위해 카드론이나 제2금융권 대출로 떠밀릴 수도 있다. 이 경우 매출도 부진한데 고금리 대출로 인해 이자상환 부담은 더욱 커져만 가는 악순환이 시작되는 셈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코로나 대출의 재원이 무한대가 아니라는 점이다. 대출신청자가 점점 늘면서 긴급대출 자금은 한달 만에 소진될 위기에 놓였지만 아직까지 긴급대출 증액 논의는 진행되지 않고 있다. 대출을 받지 못한 자영업자들은 이런 뉴스를 볼 때마다 속이 더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물론 이런 얌체족들을 막기 위해 대출용도를 제한하거나 당장 모니터링에 나서야 한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자칫 용도제한을 한다면 생계형 자영업자들에게 오히려 피해로 돌아갈 수 있는 데다 모니터링에 나설 인력을 추가하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결국 해결책은 우리 모두의 양심에 맡길 수밖에 없다.
일부에선 지금 당장은 어렵지 않더라도 "코로나 사태가 언제까지 갈지 모르니 일단 여유자금을 만들어놓기 위해 받아야겠다"고 말하는 사례도 종종 있다. 그렇다면 최소한 해당 자금을 받아 '악용'하는 모습만이라도 주변에 보이지 말아야 한다.
남의 불행 위에 자신의 행복을 쌓지 말라는 말을 다시 한번 곱씹어 보길 바란다.

aber@fnnews.com 박지영 금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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