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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 급한 매도자 "시세보다 높게 전세 계약 가능합니다"

강현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4.14 15:29

수정 2020.04.14 15:37

집주인이 시세보다 높은 전셋값에 계약해 사는 매도 물건 등장
거래 절벽에 매매가격도 하락세...매수자 우위 이어진다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역삼e편한세상' 전경. 최근 이 아파트에 점유개정 조건을 내건 매물이 나왔지만 거래가 성사되지 않았다. 매수자 우위 시장이 형성된 데다 대출규제, 코로나19가 겹쳐 수요자들이 매수에 섣불리 나서지 않는 탓이다.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역삼e편한세상' 전경. 최근 이 아파트에 점유개정 조건을 내건 매물이 나왔지만 거래가 성사되지 않았다. 매수자 우위 시장이 형성된 데다 대출규제, 코로나19가 겹쳐 수요자들이 매수에 섣불리 나서지 않는 탓이다.

[파이낸셜뉴스]"매수 자금이 부족하면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전세 계약도 가능합니다."
서울 아파트 시장에 매수자 우위 신호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6월 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기간 종료 시점이 다가옴에 따라 급매물뿐 아니라 자금이 부족한 매수자를 위해 매도하는 집에 다시 전세로 살면서 매물을 내놓는 상황도 등장하고 있어서다. 그럼에도 거래가 되지 않아 매수자 우위 분위기가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매수자 우위 조건에도 거래 안 돼
14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집주인이 시세보다 높은 전셋값에 전세를 사는 조건으로 매도하겠다는 사례가 강남 지역에서 나오고 있다. 다급해진 집주인들이 점유개정 조건을 내 거는 것.

점유개정이란 매도인(양도인)이 매물을 매수인(양수인)에게 팔고, 그곳에 계속 임차하여 사는 경우다. 양도인이 이후 양수인을 위해 계속 살겠다는 의사를 표시함으로써 인도 효력이 생기는 간편한 인도 방법이다. 다만 점유개정을 건 거래가 성사되는 경우는 드물다. 실제 올 2월 강남구 역삼동 '역삼e편한세상' 전용 85㎡ 집주인이 점유개정 조건을 건 사례가 나왔지만 거래가 이뤄지지 않았다.

역삼동 인근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양도세 중과 전에 팔아야 하니까 집주인이 전세를 살고 나머지 부족한 금액은 저당을 잡아 매수인은 이자만 내는 조건으로 나온 매물이 하나 있었다"라며 "사실상 20억짜리 집을 거의 반값에 매수할 수 있는 조건이었는데도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그만큼 현재 매수와 매도 모두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이어 "결국 집주인이 직전 거래가격보다 2억원 낮게 급매로 내놨는데 외지에 사는 현금부자가 20억5000만원(7층)에 거래했다"라고 말했다.

■거래 절벽에 매매가격도 하락세
점유개정 조건을 내걸어도 거래가 안 되는 건 강남 아파트 시장에 매수자 우위 현상이 분명한 탓이다. 매수자 우위 시장에서는 추가 하락에 대한 기대 심리가 커질 수밖에 없다. 수요자들의 눈치 보기 장세가 이어짐과 동시에 거래량도 줄어든다.

실제 강남3구(강남·서초·송파)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올 3월 들어 급감했다. 직방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2121건까지 기록했던 강남3구의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올 1월 들어 469건까지 급감, 2월에는 754건, 이달에는 287건을 기록했다.

특히 가격대가 높은 85㎡ 초과 중대형 평수를 중심으로 거래가 감소했다. 강남3구 내 전용 85㎡ 초과 거래량은 지난해 12월 363건에서 올해 1월 138건으로 줄었다. 3월에는 85건이 거래되는 데 그쳤다.

거래량이 줄어듦에 따라 매매가격도 하락세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4월 1주 기준 강남3구 아파트값의 하락 폭이 확대됐다. 강남구와 서초구의 아파트값 모두 전주 대비 0.24% 떨어졌다. 송파구도 0.18% 하락했다.

■코로나 19 역풍, 부동산 영향 본격화
문제는 대출규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기침체가 겹쳐 수요자가 쉽게 매수에 나설 수 없다는 것. 전문가들은 이 때문에 강남의 매수자 우위 현상이 한층 뚜렷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춘란 오비스트 본부장은 "경제 여건이 좋아지거나 투자 수익, 즉 집값이 오를 수 있다는 시그널이 나와야 하는데 12·16대책에 코로나19가 플러스알파가 된 상황이다 보니 집값 상승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라며 "매수자와 매도자 모두 어려운 현시점에선 집주인이 가격을 확 내리는 것 외에는 그 어떤 조건을 걸어도 거래가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본부장은 이어 "다만 현재 강남3구에서 아직 가격을 대폭 낮춰서 팔겠다는 집주인은 적다"며 "결국 매수자 우위 분위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며 집값도 천천히 하락 추세일 것"이라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도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위축, 거래량 감소가 이어지면 아파트 거래시장의 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 당분간 매수자 우위일 것"이라며 "이후에도 매수자의 적극성이 지금보다 떨어지면 일부 지역에서 가격이 조정된 매물이 나올 수 있다.
급매까지는 어렵지만 아파트값이 뛰기 시작한 지난해 하반기보단 저렴한 매물이 나오는 계기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niki@fnnews.com 강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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