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이구순의 느린걸음

[이구순의 느린 걸음] 총선 그후, 기업 살릴 특단의 대책 급하다

이구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4.14 16:53

수정 2020.04.14 16:53

[이구순의 느린 걸음] 총선 그후, 기업 살릴 특단의 대책 급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양상이 더욱 심각하다." 지난달 17일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비상 경제시국을 언급하며 정부 부처를 향해 특단의 대책을 당부했다. 이틀 뒤 19일에는 50조원 규모로 특단의 비상금융조치를 발표했다. 지난 13일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면서는 "지금은 고통의 시작일지 모르니 특단의 대책을 실기하지 않고 세워야 한다"고 주문했다. 14일 국무회의에서는 "당장의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특단의 고용정책과 기업을 살리기 위한 추가적 대책도 준비해야 한다"고 재차 주문했다. 그러면서 "유례없는 비상상황이므로 대책도 전례가 없어야 한다"며 "실효성이 있다면 모든 자원과 수단을 총동원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불과 한달 새 네 번이나 '특단의 경제대책'을 직접 당부했다. 경제가 그만큼 심각하다.

15일 총선을 치르고 나면 그동안 코로나19와 선거로 잠시 뒷전에 밀려 있던 경제위기가 최대 이슈로 떠오를 것이다.

대기업들은 사옥을 팔고 회사채를 발행해 생존을 위한 실탄 마련에 나섰다. 신규 채용은 꿈도 못 꾼다.

명동, 종로, 강남 거리에 나가보면 경제의 혈맥이 멈춰버린 것이 피부로 느껴진다. 그래서 대통령은 한달 새 네 번이나 특단의 경제대책을 얘기하며 그때마다 정부 부처들을 향해 "전례 없는 수준의 과감하고 신속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거듭거듭 주문하고 있는 것이다.

오래 알고 지내던 중견기업 직원을 만났더니 재택근무 아닌 재택근무를 한다고 한다. 코로나19가 다소 잠잠해진 터에 여전히 재택근무냐 물었더니 일이 없어 그렇단다. 수년 전 공정거래법을 어긴 일이 있었는데, 그 제재가 지금 시작돼 관련 부서가 통째로 일이 없단다. 직원의 3분의 2가 휴직상태란다. 유급휴직이라지만 실제 통장에 찍히는 월급은 절반 수준이라며 아쉬운 소리를 한다.

기업이 저지른 위법에 대한 제재를 당분간 미뤄주면, 대통령이 주문한 기업 살리기 특단의 대책이 되지 않았을까 싶은 아쉬움이 든다. 제재는 이미 결정된 것이니 증거를 덮을 것도 아니고, 기업이 짐 싸들고 야반도주할 것도 아니라면 제재를 일정기간 유예하는 것은 특혜가 아닌 경제위기 극복대책이 되지 않을까.

법원이 개인에게 형의 집행을 유예해 주는 제도가 있으니, 기업에도 심각한 경제상황에 제재를 유예하면서 활발한 경영활동을 독려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만하지 않을까 싶다.

기업이 활발히 움직이고 생존해야 고용문제가 해결되고, 고용이 해결돼야 기업의 직원인 국민이 소비를 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정부가 국민에게 긴급생활비를 지급하는 것보다는 기업이 월급을 제때 제대로 지급할 수 있도록 '특단의 대책'을 만들어주는 것이 더 효과적인 경제정책일 테니 말이다.

기업에 대한 제재 권한을 가진 정부 부처들이 머리를 맞대 줬으면 한다.
외환위기 때보다 심각하다고 하는 경제위기 상황에 이미 결정된 제재를 유예하는 것. 이것으로 대통령이 요구한 '실기하지 않는 특단의 대책' 하나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다.

cafe9@fnnews.com 이구순 블록체인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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