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도 학부모도 "특수교육에 온라인 수업은 불가능"
[파이낸셜뉴스] #. 오전 9시는 지적장애를 앓고 있는 김가은양(18·가명)이 온라인 수업을 듣는 시간이다. 이날 수업은 체육이었다. 테블릿PC 속 교사가 따라 해보라며 스트레칭 동작을 취했지만 가은이의 시선은 다른 곳을 향했다. 가은이의 어머니 정모씨(49)는 수업을 외면하는 수준이면 다행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마음에 들지 않는 영상을 틀면 몸부림치며 수업을 거부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특수학교를 포함해 초등학교 고학년과 중, 고등학교 1~2학년이 2차 온라인 개학을 했다. 앞서 시행한 1차 온라인 개학은 일주일째가 되는 날이기도 하다.
비장애학생과 동일한 눈높이로 마련된 온라인 특수교육은 학부모들도, 교사들도 난색을 표하고 있다. 현장에서도 통제하기 어려운 장애학생에게 온라인 수업은 예상대로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40분도 지속되지 못한 수업
16일 취재진이 방문한 가은이네 가정에서는 어머니 정씨가 아침부터 진땀을 흘리고 있었다. 온라인 수업이 게시된 사이트가 먹통이 돼서 수업을 켤 수 없었던 것이다. 비장애인인 정씨에게도 쉽지 않은 사이트 접속은 중증 장애인인 가은이 혼자선 불가능한 일이었다.
어렵게 켠 수업은 사실 이미 몇 차례나 본 영상이다. 그럼에도 이 수업을 켠 이유는 가은이가 다른 수업을 보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가은이는 익숙한 교사가 나오면 온순하게 있지만, PPT나 애니메이션 같은 낯선 영상이 나오면 몸부림쳤다. 낯선 영상을 조금만 오래 켜놔도 몸부림이 심해져서 태블릿PC가 지지대에서 떨어졌다.
그나마 가은이가 마음에 들어하는 수업은 20분 분량이다. 분량이 다하자 정씨는 오늘은 더이상 수업을 진행하기 어렵겠다며 영상을 껐다. 이날 수업은 40분을 넘기지 못하고 마무리된 셈이다.
정씨는 "전업 주부인 내가 옆에서 보조해도 이렇게 힘든데 직장 생활하는 부모들은 얼마나 힘들겠나"며 "하물며 15살인 가은이 동생도 '누나가 온라인 수업을 어떻게 듣냐'고 묻더라. 15살도 불가능한 것을 아는데 언제까지 온라인 수업을 진행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무의미한 온라인수업, 대안 시급"
교사들의 입장도 다르지 않다. 교육부의 지시에 따라 수업 영상을 만들지만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으니 답답하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6년 차 특수교사 A씨는 "특수교육은 실물수업을 지향한다"라며 "언어만으로는 학생들을 집중시킬 수 없다. 예컨대 자몽을 설명한다고 하더라도 자몽을 만져보고 냄새 맡아보고 하며 호기심을 끌어야 수업을 진행할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비장애인도 집중력이 떨어지는 온라인 수업이 장애인에게는 얼마나 어렵겠나"라며 "장애인의 교육권이 보장되지 않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1년 차 특수교사 B씨는 온라인 수업의 대안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B씨는 "불가피한 상황이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교감을 중시하는 특수교육에 온라인 수업은 누가 봐도 불가능했다"라며 "코로나19 추이를 살피면서 현장수업을 교차 시행해보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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