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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뉴욕 하트섬

노주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4.16 16:33

수정 2020.04.16 16:33

조선시대 서울에 사는 백성이 죽으면 서소문 밖 애오개(아현), 광희문 밖 신당, 남산 밖 용산, 동소문 밖 미아리에 주로 묻혔다. 도성 서쪽 이말산과 북쪽 초안산은 양반이나 중인층, 궁녀와 내관의 묘역으로 쓰였다. 잘나가는 서울양반은 고향 선산으로 내려가거나 경기·충청 일대에 음택을 잡았다. 특히 남산 밖 지금의 용산 미군기지 일대는 서울 최대의 공동묘지였다. 1905년 일본군이 이 땅을 군사기지로 수용했을 때 무려 117만기의 무덤자리를 확인한 바 있다.

서울 사대문 안은 매장이 엄격하게 금지됐기 때문에 1909년까지 사람이 죽으면 주로 광희문이나 서소문을 통해 시신이 나갔다.
성저십리(성 밖 십리)에도 묘지를 쓰거나 나무를 베거나, 돌을 캐는 게 금지됐다. 일제강점기 경성부에 설치된 19곳의 화장장과 공동묘지는 대부분 조선시대 때부터 사용하던 공동묘지 터였다. 1933년 당시 경기도 양주군 망우리에 조성된 공동묘지는 1973년까지 40년 동안 서울시민 전용묘지 구실을 했다. 이후 경기도 벽제리, 용미리, 언주리(양재) 등에 공동묘지를 조성해 화장과 이장이 이뤄졌다.

미국 뉴욕시 브롱크스에서 대서양을 향해 북동쪽으로 10분 거리에 하트섬(Hart Island)이 있다. 길이 1.6㎞, 폭 530m의 외딴섬이다. 남북전쟁 기간인 1864년 흑인부대 훈련장으로 처음 사용됐다. 이후 포로수용소, 정신병동 등 기피시설이 들어섰다. 1919년 유행한 스페인독감 희생자와 1980년대 쏟아진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사망자 다수가 이곳에 묻혔다. 100만구 이상의 이름 없는 시신이 묻힌 이곳엔 2014년까지 유족 방문조차 불가능했다.


16일 현재 뉴욕주의 코로나19 확진자는 20만3377명, 사망자는 1만1586명이다. 하루 700명대의 사망자 중 무연고자나 신원 미확인자, 장례를 치르기 어려운 극빈자의 시신이 이곳으로 온다.
미국 국민은 물론 뉴욕 시민조차 알지 못했던 하트섬의 존재가 코로나19의 참혹상을 알리는 상징이 됐다.

joo@fnnews.com 노주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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