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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 빼고 전부 가능한 與 ..공수처 · 예산 칼 휘두른다

김학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4.16 18:03

수정 2020.04.17 10:54

민주·시민 '슈퍼여당' 탄생
국회의장 ·주요 상임위 등 싹쓸이
통합당, 영향력 줄며 후유증 클듯
180석 규모의 단독 거대여당이 21대 국회에서 탄생한다. 그동안 주장해오던 '야당의 발목잡기'라는 변명이 통하지 않는, 개헌만 빼고 다 할 수 있는 여당이 등장한 것이다. 대한민국 의정사에 있어 새로운 역사를 예고한 슈퍼여당 출현에 정치권은 이제 새판짜기에 본격 돌입하게 된다.

16일 완료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개표 결과 더불어민주당은 지역구 163석을, 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이 17석의 비례대표를 확보해 민주당 단독 180석이 완성됐다. '범진보 vs. 범보수' 구조로 양분되겠지만, 민주당이 시민당과 함께 정국을 주도할 수 있어 이번 총선 압승의 의미는 간단치 않다.

반대로 야권으로선 한계가 뚜렷하다.
제1야당이라 해도 재편 이후 영향력은 당분간 미풍에 그칠 것은 자명하다. 비례대표를 포함해 103석에 그치게 될 미래통합당은 황교안 대표의 사퇴로 리더십 위기를 겪으며 총선 후유증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할 전망이다. 안철수 대표의 국민의당도 3석에 불과해 통합당과 연대효과는 제한적이다.

이로써 단독 180석으로 민주당이 국회의장은 물론 '법제사법위원장'과 '예산결산특별위원장' 등 주요 상임위도 맡을 수 있어 여당의 정국 주도권 확보는 용이해졌다. 다만 민주당은 과거 과반을 차지했던 2004년 열린우리당 시절 '국가보안법 폐지' '과거사 진상 규명법' '사립학교법' '언론 개혁법' 등 4대 개혁입법 추진 실패사례를 참고할 계획이다. 당시 120석이던 보수정당인 한나라당의 강력 반발로 야기된 충돌로 개혁동력을 상실한 바 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이날 당 회의에서 "선거 승리의 기쁨에 앞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이제 21대 국회를 이전과는 전혀 다른 국회, 일하는 국회로 만들 책임이 온전히 민주당에 있다"고 말했다. 김종인 통합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특별 기자회견에서 "국민이 이 정부를 도우라고 요구하는 만큼 야당도 따르겠다"며 일단 지원 의사를 밝혔다.


여당은 당장 코로나19에 따른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 위한 2차 추가경정예산안을 이달 내로 처리하겠다는 목표 아래 20대 국회를 마무리하려 하지만 21대 국회에선 더욱 다양한 개혁입법을 준비한다는 복안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 처리 후속작업 외에도 문재인 대통령이 권력기관 개혁작업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여 정국 긴장도는 다시 높아질 수 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협치에 대한 관심도가 높다는 점에서 막강한 의석 확보를 뒤로하고 야권에 협치 시도를 지속한다면 입법과제 처리 속도는 예상외로 빨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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