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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번째 디폴트 앞둔 아르헨티나 "이자 줄여 달라" 채무 조정 제안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4.17 15:27

수정 2020.04.17 15:27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16일(현지시간) 시민들이 '해고를 멈춰라', '굶고 있는데 격리가 왠말이냐'고 적힌 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AP뉴시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16일(현지시간) 시민들이 '해고를 멈춰라', '굶고 있는데 격리가 왠말이냐'고 적힌 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AP뉴시스


[파이낸셜뉴스] 1955년 이후 9번째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앞두고 있는 아르헨티나 정부가 이제와 원금을 일부 삭감하고 상환을 3년 늦춰달라는 조정안을 제시했다. 시장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타격 때문에 예상한 결과였다며 그나마 정부가 갚겠다는 의지를 보여 다행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마르틴 구스만 아르헨티나 경제장관은 16일(현지시간) 발표에서 채권자들에게 국가 채무의 상환을 2023년까지 유예하고 이자의 62%인 379억달러(약 46조원)를 삭감해달라고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동시에 원금 가운데 5.4%에 해당하는 36억달러를 깎아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17일에 공식 제안을 전달할 예정이라며 채권자들이 20일 내에 제안 수용 여부를 밝혀야 한다고 설명했다. 구스만 장관은 "우리는 지금 빚을 갚을 수 없다"며 "갚을 의지는 있지만 능력이 없다"고 말했다. 같은날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도 "우리는 사실상 디폴트 상태"라고 밝혔다.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8번의 디폴트와 30번의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받은 아르헨티나는 이미 2년 연속 경기 침체를 겪고 있고 코로나19때문에 침체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다. 지난해 아르헨티나 물가상승률은 53.8%로 28년 만에 가장 높았고 국채 가격은 액면 1달러당 20~30센트에 거래될 정도로 추락했다. 아르헨티나의 부채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90%에 달하는 3000억달러 이상이다. 지난해 12월 취임한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IMF에 빚진 440억달러를 포함해 부채 일부를 3월 말까지 조정하기 위해 협상을 진행했으나 코로나19로 일정이 미뤄졌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이번 제안이 21개의 정부 채권, 662억달러어치에 적용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발표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현지 컨설팅업체 세이도의 가브리엘 셀포 이사는 "시장이 생각했던 것 보다는 좋은 소식이다"라며 "채권자들은 이자 지급 거부나 대규모 원금 삭감 같은 보다 과격한 조치를 염려했다"고 말했다. 같은날 알레한드로 베르네르 IMF 서반구 담당 국장은 아르헨티나 정부의 제안을 며칠간 검토해 보겠다며 "이번 제안이 결국 성공적인 협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IMF는 이달 초 발표에서 약 80개국의 신흥시장에서 긴급구호 자금 요청이 들어왔다며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원금 탕감은 어렵지만 신속하게 단기 유동성 공급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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