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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팬 톡]‘자숙’ 하라는 아베, ‘자구책’ 찾는 국민

조은효 도쿄특파원 
조은효 도쿄특파원
조은효 도쿄특파원
약 2주 전, 1주일 가까이 열이 지속됐다. 장염 증세가 있었고, 그에 앞서 약 2주간 목감기 증세도 있었다. 병원을 다녔지만 목은 계속 아팠고, 줄곧 열이 내리지 않아 겁이 났다.

"코로나는 아니겠죠?" "코로나라고 해도, 요즘엔 약이 좋으니 괜찮을 겁니다." 일본 의사의 말이 전혀 위로가 되지 않았다.

'코로나일까.' 막상 닥치고 보니, 그때부터 현실 감각이 빠르게 살아나기 시작했다. 코로나 검사는 어디서 어떻게 받을 수 있는 것인지, 코로나가 아닐 경우라도, 비상용으로 타이레놀도 챙겨야겠다든가 하는 행동요령들이 정렬됐다. 하지만 마주한 현실은 더 당혹스러웠다. 구청 홈페이지를 통해 관할 보건소의 연락처를 알아냈다. "2주 전부터 목이 부어서 아팠고, 장염 증세가 있어서 병원에 다녀왔고, 37.5도 이상 열이 1주일 가까이 지속되고 있다." 보건소는 단칼에 검사 대상자가 아니라고 했다. 다시 병원에 가라고 했다.

"그러면 검사기준이 뭔가." "그건 말해줄 수 없다." 검사기준이 뭔지 말해줄 수 없다는 보건소의 태도는 마치 벽과 마주하는 것 같았다. 아베 신조 총리가 생중계 기자회견을 통해 유전자증폭기술(PCR) 검사를 하루 2만건 하겠다고 공언한 뒤 얼마 지나지 않은 때였다.

후생노동성 규정엔 열이 37.5도 이상 나흘간 지속되고, 호흡곤란이 있을 경우 귀국자·접촉자 관련 담당 상담소에 연락하도록 돼 있다. 규정과 현실은 달랐다. 만에 하나 경증환자였을지는 모르나, 다행히 지금은 열이 내렸다. 내 경우에 한해 보자면, 결과적으로는 검사를 거부한 보건소의 판단이 옳았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런 행태는 대단히 위험천만한 방식이다.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지난 2월 1일부터 3월 31일까지 도쿄의 코로나 검사 상담건수는 4만1105건인 데 비해 진찰 수는 1727명, 그중 PCR검사는 964건에 불과했다. 단순한 코로나 염려증이었을지 모르나, 대부분은 증세가 있었으니까 상담을 의뢰했을 것이다. 상담에서 검사로 이어지는 비율은 고작 2.3%. 나머지 97.7%는 검사 단계에 이르지도 못했다. 심지어 코로나 감염으로 사망한 사람의 가족들조차 코로나 검사를 받지 못했다고 한다. 최근 도쿄의 한 의사는 "죽을 만큼 아파야 검사를 해주도록 돼 있다"며 도쿄 의사회의 PCR검사 지침을 폭로했다. 의료붕괴를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라곤 하나 많은 이들이 분개했고 좌절했다.

"이게 나라냐"면서 국가 권력에 강하게 반응하는 한국인과 달리 일본인들은 비교적 잘 참는 편이다. 지진과 태풍 등 각종 재난재해에 만성화된 터라, 어떤 망연자실한 상황에서도 의연하고 차분하게 대처해 간다고들 한다. 그런데 최근엔 일본인들조차 한계치에 다다른 것 같다. 외출 자숙을 요구하는 아베 총리의 동영상에 분개하고, 코로나 검사 결과 양성반응을 받은 모 배우에 대해 '유명인이니까 검사를 받을 수 있던 거 아니냐. 결국 돈과 연줄이냐'는 뒤틀린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에 대한 불신은 자구로 이어지고 있다. 일명 '아베노마스크'로 불리는 정부가 준다는 천마스크 2장을 기다리지 않고, 직접 '테즈쿠리' 천마스크를 만들어 쓰는 사람이 늘고 있다. 유튜브엔 '단 10초 만에 만드는 초간단 천마스크 만드는 법' 등 천마스크 만드는 동영상만 100개 가까이 된다. 대형 약국 입구엔 고객서비스라며, 천마스크 만드는 법 도안을 내걸 정도다.
라면가게 사장도, 이자카야 사장도, 천마스크를 만들어 판다. 해열제로 타이레놀과 체온계는 기본으로 구비하고, 좀 더 준비성이 있는 사람들은 병원의 입원 거부에 대비해 집에 간이용 산소마스크까지 알아볼 판이다. 국민의 자구 노력이 강해질수록 자숙을 요구하는 아베 내각의 지지율은 하강할 수밖에 없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