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안내견 '조이'에 한목소리 낸 與野

전민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4.20 17:06

수정 2020.04.20 17:06

[기자수첩] 안내견 '조이'에 한목소리 낸 與野
여야가 오랜만에 '한목소리'를 냈다. 시각장애인 김예지 당선인의 안내견 '조이'의 국회 회의장 출입을 두고서다.

지난 주말, 미래한국당 비례대표인 김 당선인이 '조이'의 국회 출입 허가를 요청하자 정의당은 논평을 내고 국회의 안내견 출입 보장을 촉구했다. 원유철 미래한국당 대표는 "정의당과 심상정 대표에게 감사드린다"며 공개적으로 고마움을 표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당선인들도 일제히 "안내견 대동을 허가해야 한다"고 거들었다.

'안내견 대동(帶同)으로 대동단결(大同團結)'한 모습이다.
제40회 장애인의 날을 맞은 20일에도 이는 정치권 주요 이슈로 회자됐다. 국민들은 국회의 화합에 새삼 반가움을 드러내면서도 냉소적 반응을 동시에 보였다. '당연한 것을 가지고 아름다움을 연출한다' '진짜 해야 할 협치는 안하고 이런 것이 기삿거리라니 선진국 되려면 멀었다' 등의 댓글이 그러했다. '만약 여당 당선인의 안내견이었다면 야당도 동의했을까. 모든 걸 막고 보는 야당인데'라는 반응도 있었다.

그간 여야가 한마음으로 뭉칠 땐 저마다 조건을 내걸고 득실을 따지는 일이 선행됐다. '대단한' 양보를 했을 땐 그에 따른 대가가 있어야 했고, 이견이 있으면 팀을 가르듯 목소리를 배제했다. '반대를 위한 반대'가 일상이 되면서 여야 간 감사 대화가 오고간 것만으로도 주목을 받는다. 한국 정치의 슬픈 민낯이기도 하다.

국회 출입기자들 사이에서 '조이'는 이미 한 달 전부터 '스타견'이었다. 김 당선인이 미래한국당 인재영입 1호로 소개되던 지난달 11일부터 '조이'는 늘 기자단 앞에 섰다.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을 맡은 그의 브리핑이 길어질 땐 단상에 차분히 엎드렸으며 4·15 총선날 개표상황실에서 늦은 밤까지 개표방송을 지켜볼 땐 그의 옆에서 잠을 청했다. 누군가는 그가 불편함 없이 의정활동을 할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조이'와 함께한 김 당선인은 어떤 활동에서도 흔들림 없었고, '조이'는 사람들에게 '방해되는 무언가'가 아니었다. 누구보다 든든한 '참모진'이자 '보좌관'이었다.


여야 간 협치와 화합을 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사회 현안을 정치의 눈이 아닌 인간 도리의 눈으로 보면 된다.
'조이'는 정치견이 아니라 안내견이다.

ming@fnnews.com 전민경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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