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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옳고 넌 틀려'..진영대결 종식, 양당에 달렸다 [포스트 총선 21대 국회에 바란다]

김학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4.20 18:34

수정 2020.04.20 18:51

(上) 보수 vs. 진보
20대와 달리 중간지대 사라져
1,2당 간 정치적 합의가 중요
극한대립땐 진영논리 더 심화
여야 모두 소통·공감에 힘써야
'난 옳고 넌 틀려'..진영대결 종식, 양당에 달렸다 [포스트 총선 21대 국회에 바란다]
"우리 의견에 따르지 않는다? 그러면 적(敵)이다."

'나는 옳고, 너는 틀리다'는 방식의 진영논리가 20대 국회를 뒤덮었지만, 그 후유증은 21대 국회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여전하다. 그나마 4년 전 '팽팽'했던 범진보와 범보수 간 구도가 범진보 '쏠림'으로 완전히 바뀌었다는 점에서, 진영논리의 강도는 유동적이다. 달라진 상황으로 서로를 적으로 대하던 진영논리가 어떤 형태로 변이될지는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 양당에 달려 있어서다.

막강한 의회권력을 거머쥔 민주당이 '일방통행을 얼마나 자제하느냐', 세력을 잃은 통합당은 '무조건 반대가 아닌 어떤 대안을 내놓느냐'에 따라 진영논리가 설 자리가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133 vs. 129'→'190 vs. 107'

20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0대 총선에선 범진보가 133석, 범보수가 129석으로 비슷한 양상을 보였지만 21대 총선에선 범진보가 190석, 범보수가 107석으로 범진보로 무게중심이 옮겨졌다.


20대 총선 당시 국민의당이 민주당 출신 인사들이 대거 합류했다는 점에서 범진보로 분류될 수 있었으나, 당시 안철수 대표는 '중도개혁'과 '양당체제 종식'을 외쳤다는 점에서 '기타'로 분류된다. 이 같은 성격은 이번 총선에서도 그대로 이어졌지만 의석수는 급격하게 쪼그라들었다.

결과적으로, 이번 총선에선 중간지대가 사라지고 거대 양당제로 회귀했다는 것은 분명하다.

주요 상임위에서 여야 간 합의가 돼야 본회의로 법안이 넘어간다. 하지만 원내 제1, 2당 간 정치적 합의가 쉽게 나오지 않으면 본회의로 법안을 넘기긴 어렵다. 양당제가 고착화된 상황에서 정치적 합의 도출마저 어려운 분위기까지 당연시된다면 21대 국회 또한 식물국회 오명을 피할 수 없다. 2022년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여야가 합의보다 대립으로 선명성 경쟁을 펼칠 가능성이 있어 진영논리가 도드라질 우려도 상존한다.

20대 국회에선 선진화법이 있었음에도 극한대립을 보여 제도적으로도 진영논리를 잠재울 수 없다는 것이 입증된 만큼 결국 제1당과 제2당이 어떠한 정치적 스텝을 밟느냐가 관건이 됐다.

■강해진 與, 일방통행 피해야

무엇보다 민주당은 개헌 빼고 다 할 수 있는 단독 180석 의석을 확보한 만큼 강해진 힘을 효율적으로 쓸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압도적인 의석수를 바탕으로 표결로 쟁점법안을 밀어붙이려 할 경우 통합당 등 범보수 진영에선 '어차피 표결해봤자 진다'는 인식 아래 지지층 결집을 위한 지연 작전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과거 과반수를 확보했던 열린우리당에서 추진한 4대 개혁법안 실패 사례를 답습할 수 있어 여당은 선별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특히 이번 총선에서 40% 정도의 국민들이 지역구에서 야권에 표를 줬다는 점을 여당은 인식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민주당은 압도적 우위를 가지고 있어서 '표결하면 다 되겠지'라는 유혹을 느낄 수 있겠지만, 상대방과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면 법안 처리는 많이 어려워진다"며 "중간이 없어진 상황에서 하나가 더 세진다고 효율성 있게 움직여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상대적으로 힘이 작아진 곳이 그냥 수수방관하고 상황을 지켜보진 않을 것"이라며 "결국 여당은 숫자로 밀어붙이려 하지 말고, 최대한 야당과 함께 갈 수 있게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약해진 野, 새로운 방식 찾아야

총선에서 참패한 통합당 등 야권도 더 이상의 정치 행보로는 답이 없다는 지적에 무게가 실린다.

지금과 같은 반대 행보보다 새로운 방식의 정치 행보로 지지층을 끌어모아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의정활동에서 발목잡기 모습을 연출하기보다 국민들과 공감할 수 있는 대안으로, 여당과 활발히 소통하는 모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전문가는 "이번 기회에 보수야당은 보수의 가치가 뭔지, 기존의 반공이나 미국만 바라보는 시각이 아닌 다른 차원에서 자리매김해야 한다"며 "그렇게 된다면 이념논쟁은 다른 축에서 활성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앞으로 힘이 약해진 보수진영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진영논리 흐름이 달라질 것"이라며 "보수진영 정당이 새롭게 본인들의 새 무기로 무장하지 않으면 과거 스타일의 보수·진보 싸움에 큰 호응은 없다"고 경고했다.hjkim01@fnnews.com 김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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