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교육일반

평생 모은 1억 기부한 '93세 해녀 할망'

김동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4.21 10:26

수정 2020.04.21 10:26

자식 없었지만 80여명 삼육대 학생 장학금 뒷바라지
부금현(왼쪽) 씨가 18일 제주 자택에서 삼육대 김정숙 대외협력처장에게 대학 발전기금 1억원을 전달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삼육대학교 제공
부금현(왼쪽) 씨가 18일 제주 자택에서 삼육대 김정숙 대외협력처장에게 대학 발전기금 1억원을 전달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삼육대학교 제공


[파이낸셜뉴스] 93세 할머니가 일평생 물질과 밭일, 장사 등 갖은 고생해 모은 재산 1억원을 삼육대에 기부했다.

삼육대는 제주에 사는 부금현(93) 씨가 18일 김정숙 대외협력처장에게 "훌륭한 인재를 기르는 데 써달라"며 대학 발전기금 1억원을 전달했다고 21일 밝혔다.

부 씨는 17세부터 물질을 시작해 81세까지 60년 넘게 해녀로 일했다. 물때가 되면 바다에 나가 해산물을 캤고, 기상이 좋지 않을 때는 육지에서 밭농사와 장사, 품일 등을 하며 돈을 벌었다.
10년 전 물질을 그만둔 뒤로는 최근 다리를 다치기 전까지 공공근로를 하면서 쉼 없이 일했다.

그렇게 아끼고 아껴 모은 쌈짓돈은 항상 어려운 형편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을 위해 썼다. 자식이 없던 할머니는 평생 동안 80여명의 중고등학생과 대학생을 물심양면으로 후원하며 제 자식처럼 뒷바라지 했다. 삼육대 신학대학장을 지낸 고(故) 한성보 교수와 오만규 전 교수도 대학시절 할머니에게 장학금을 지원받으며 공부했고, 그를 양어머니처럼 모셨다.

부 씨는 최근 "빈 마음으로 세상을 떠나야겠다"는 생각으로 토지를 정리해 조카들과 주변 어려운 이웃에게 나눠줬다. 그중 1억원은 교육사업에 헌신하고 싶다는 뜻에 따라 삼육대에 기부하게 됐다.


부 할머니는 "남을 도와주는 게 기쁘지, 나를 위해 쓰는 건 별로 기쁘지 않았다"며 "큰돈은 아니지만, 앞으로 이 나라를 이끌어가는 훌륭한 인재를 기르는 데 기부금이 쓰이길 바란다"고 전했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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