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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네타냐후 5선 성공, 팔레스타인 강경책 가속

이스라엘 네타냐후 5선 성공, 팔레스타인 강경책 가속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오른쪽)와 베니 간츠 청백당 대표.로이터뉴스1


[파이낸셜뉴스] 비리 수사와 연이은 연정 실패로 궁지에 몰렸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마침내 코로나19 대응을 내세워 비상 내각을 마련하면서 5선 총리의 꿈을 이뤘다. 이스라엘 역사상 최장기 총리를 지낸 네타냐후는 비상 내각 협상에서 야당을 분열시키는 동시에 자신에 대한 수사를 막을 보험을 마련했으며 팔레스타인 합병을 가속할 기반까지 갖춰 노련한 수완을 과시했다.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들에 따르면 우파 계열을 대표하는 집권 리쿠드당과 중도 및 좌파 진영을 이끄는 청백당은 20일(현지시간) 발표에서 코로나19 대처를 위한 비상 내각 구성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2018년 12월 이후 처음으로 공식 연정이 출범하게 됐다.

■네타냐후의 정치적 승리
합의안을 살펴보면 여야는 3년 임기의 총리직을 번갈아 맡게 된다. 먼저 네타냐후가 18개월간 총리를 맡은 뒤 청백당의 베니 간츠 대표가 다음 18개월간 총리 임기를 수행한다. 리쿠드당을 포함한 우파 진영은 보건과 재무, 내무, 보안, 교통, 주택부 장관을 가져가고 청백당은 국방과 법무, 국가 전략, 노동, 통신, 농업, 문화, 난민부 장관을 임명한다. 간츠는 첫 18개월간 부총리 겸 국방장관을 역임할 예정이다.

NYT는 네타냐후가 이번 협상에서 자신의 비리 수사를 막기 위한 장치들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뇌물수수와 배임 등의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으며 오는 5월 24일에 첫 재판을 받아야 한다. 신문은 리쿠드당이 연정 합의에서 대법관 선임을 관장하는 위원회를 장악하는 동시에 검찰총장 임명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양당은 앞으로 6개월 내 대법원이 총리가 형사 고발을 받았다는 이유로 직무 정지 판결을 내릴 경우 즉시 새 총선을 열기로 했다. NYT는 결과적으로 간츠가 네타냐후에게 총리 자리를 넘겨받으려면 네타냐후를 지켜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고 분석했다. 이스라엘의 채널12방송이 지난 13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4%가 네타냐후의 코로나19 대응에 만족했으며 다시 총선을 치를 경우 리쿠드당의 의석이 지난달 총선보다 4석 늘어날 것으로 추정됐다.

야당 내에서는 범죄자와 절대 손잡지 않겠다며 네타냐후 축출을 주장했던 간츠가 사실상 조건부 항복을 했다며 불만이 터져 나왔다. 청백당의 2인자로 불리는 야이르 라피드 의원은 20일 트위터에다 "망신에 끝이 없다"고 비난했다. 이에 간츠는 같은날 트위터를 통해 이스라엘이 1년새 벌써 3번의 총선을 치렀다며 "우리는 4번째 총선을 막았다"고 적었다.

■서안지구 합병 탄력 받나
이번 합의안에는 네타냐후가 지난해부터 줄기차게 주장하던 요르단강 서안지구 합병 문제도 거론됐다. 이스라엘은 1967년 3차 중동 전쟁 이후 현재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가 관할하는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 지구를 흡수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으며 특히 서안지구에는 유대인 정착촌을 건설해 식민화 사업을 벌였다. 현재 두 지역에 사는 유대인 인구는 약 70만명에 달한다. 이는 국제법상 명백히 불법이나 친이스라엘 행보를 걷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월 발표한 중동 평화구상안에서 서안지구 정착촌에 대한 이스라엘의 주권을 인정했다. 이후 네타냐후는 정착촌 지역을 이스라엘 영토에 정식 편입하겠다며 우파 정당들의 단합을 이끌어 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 현지 언론들은 20일 보도에서 양측이 이번 연정 합의에서 오는 7월 1일부터 서안지구 내 주권 행사에 대한 의회 승인 작업을 착수하기로 약속했다고 전했다. 간츠는 국제 사회의 지지가 있을 경우에만 정착촌 합병에 동의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합병안에 처리 과정에서 자문 역할은 할 수 있지만 이를 거부할 권리는 없다.


팔레스타인은 연정 소식이 알려지자 즉각 반발했다. 무함마드 쉬타예흐 PA 총리는 이날 트위터에다 새 연정의 서인지구 해법이 '2 국가 해법'을 끝내버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2국가 해법은 트럼프 정부 이전에 제시됐던 중동 평화안으로 가자지구와 서안지구, 동예루살렘을 중심으로 팔레스타인 국가를 세워 이스라엘과 공존하는 해법이며 국제사회의 폭넓은 지지를 얻고 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