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청와대

[두유노우] “여민관” vs “위민관”.. 靑 비서동 이름의 비밀

정호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4.22 07:35

수정 2020.04.22 10:15

靑 비서동 이름의 변천사.. 여민관 → 위민관 → 다시 여민관으로



[파이낸셜뉴스] 청와대 비서관, 행정관들이 근무하고 문재인 대통령의 집무실이 있는 청와대 비서동의 이름, 알고 계신가요?

정답은 ‘여민관’(與民館)입니다. 청와대 비서동의 이름은 지난 2004년 참여정부 시절 당시 증·개축된 이래로 두 번의 정권 교체가 이뤄졌을 때마다 바뀌었는데요.

이처럼 청와대 비서동의 이름이 두 차례나 바뀐 이유에 대해 두유노우가 알아봤습니다.

■ 靑 비서동 이름의 변천사.. 여민관 → 위민관 → 다시 여민관으로

5일 청와대 비서관들의 근무공간인 청와대 여민관의 재정경제비서관실에서 비서관들이 낮아진 칸막이 사이로 근무하고 있다. /사진=fnDB
5일 청와대 비서관들의 근무공간인 청와대 여민관의 재정경제비서관실에서 비서관들이 낮아진 칸막이 사이로 근무하고 있다. /사진=fnDB

지난 2004년 12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기존 청와대 비서실 옆에 있던 온실을 증·개축해 여민관을 새로 지었습니다.

여민관이라는 이름은 맹자의 한 구절인 ‘여민동락’(與民同樂)에서 차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는 ‘백성과 즐거움을 함께 한다’라는 뜻으로 평소 노 전 대통령이 좋아하던 문구라고 하네요.

다만 여민관이라는 이름은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며 ‘위민관’(爲民館)으로 이름이 바뀌었습니다. ‘위민’은 “국민을 위한 정치를 펼치겠다”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실제로 이명박 정부는 스스로를 ‘섬기는 정부’라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아울러 이어 집권한 박근혜 정부 당시에도 청와대 비서동은 위민관이라는 이름을 계속해서 사용했습니다.

위민관이라는 이름은 지난 2017년 현 정부가 들어서며 다시 여민관으로 바뀌었습니다. ‘국민이 주인인 정부’를 5대 국정목표 중 하나로 제시한 문재인 대통령의 정치 철학이 담긴 결정이라고 짐작할 수 있겠습니다.

윤영찬 당시 국민소통수석은 “백성을 위한다는 뜻은 아무래도 청와대가 주체가 되고 국민이 객체가 되는 개념인 것 같다”라며 개명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 “정치 엘리트의 국민을 위한 결정” vs “대표자들은 국민과 함께 해야”
/사진=fnDB
/사진=fnDB

위에서 살펴본 것과 같이 청와대 비서동의 이름은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바뀌었습니다. 이 같은 비서동 이름의 변천사는 현대 민주주의에서 대의제를 바라보는 보수세력과 진보세력의 다른 시각을 대변한 것으로도 설명할 수 있습니다.

‘보수주의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정치학자 에드먼드 버크(Edumund burke)는 시민들이 정치 엘리트들을 믿고, 정치 엘리트들의 자율적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정치 엘리트들은 전문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시민들을 위한 합리적인 정책을 펼칠 것이기 때문이죠. 이와 같은 맥락에서 보수 정권으로 평가받았던 이명박, 박근혜 정부는 위민관이라는 이름을 사용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반면 진보주의 성향의 정치세력은 선거를 통해 당선된 이들은 일반 시민들의 ‘대표자’이기 때문에 자의적인 결정 대신 시민들의 목소리가 반영해 정책을 결정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아무리 선거를 통해 뽑힌 이들이라고 할지라도 여론과 배치되는 결정은 정당성이 없다는 것이죠. 즉, 진보정권으로 분류됐던 참여정부와 현 정부가 여민관이라는 이름을 사용한 것도 이와 궤를 같이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여민 그리고 위민. 말장난 같아 보일 수 있지만 청와대 비서동의 이름을 통해 각 정권이 추구하는 정치 성향이 묻어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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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xin@fnnews.com 정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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