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과학

뇌 세포에 빛 비추니 기억력 상승

김만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4.23 06:20

수정 2020.04.24 09:53

IBS 허원도 연구팀, 옵토파스 기술 개발
뇌질환 실험쥐 이용해 신경세포 재생 성공
뇌. 게티이미지 제공
뇌. 게티이미지 제공
[파이낸셜뉴스] 국내 연구진이 뇌질환 실험쥐 뇌에 광섬유를 삽입해 빛을 비춰 신경세포가 재생되면서 기억력을 끌어올렸다. 연구진은 향후 세포 수준은 물론 개체 수준까지 뇌질환 상태에서의 신경행동적 변화를 규명하는 연구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 사회성 뇌과학 그룹 허원도(KAIST 생명과학과 교수) 초빙연구위원 연구팀이 머리에 빛을 비춰 뇌신경세포 내 세포증식을 돕는 Fas 수용체의 활성을 조절해 신경재생과 공간기억 능력이 향상시켰다고 23일 밝혔다.

연구팀은 빛에 반응하는 광수용체 단백질 유전자에 Fas 수용체 단백질 유전자를 결합시켜 청색광을 쬐어주면 Fas 단백질의 활성이 유도되는 옵토파스(OptoFAS) 기술을 개발했다. 살아있는 생쥐 대뇌에 빛을 비추는 시간에 따라 서로 다른 세포속 신호전달 물질들이 생겨났다. 그 결과 신경재생과 공간기억 능력이 향상된다는 것을 확인했다.


옵토파스 기술은 빛을 이용해 세포의 기능을 조절하는데 유전자 조작이 수반되지만 약물투여나 외과적 시술에 비해 비침습적인 장점이 있다.

배양시킨 세포나 살아있는 생쥐 머리에 청색광을 쬐어주면 광수용체 단백질 여러 개가 결합한 이 단백질 복합체가 하위 신호전달경로들을 활성화시킨다. 생체 내에 광섬유를 삽입해 원하는 시간에 빛을 뇌 조직 내로 전달하는 방식으로 선택적으로 단백질을 활성화시킬 수 있다.

연구팀은 빛을 이용해 대뇌 해마의 치아이랑에 존재하는 미성숙신경세포에서 옵토파스를 활성화시키고, 빛을 쬐어주는 시간차이에 따라 미성숙신경세포와 신경줄기세포에서 각각 서로 다른 하위 신호전달경로가 활성화됨을 관찰했다. 또한 이 현상에 특정 뇌유래 신경성장인자가 관여함을 밝혀냈다. 반복적으로 충분한 시간동안 빛을 쬐어주면 뇌속 해마 치아이랑의 신경줄기세포가 증식하는 성체 신경재생이 관찰됐다.

연구진이 옵토파스 기술을 이용한 결과 생리현상에 지장을 주지 않으면서 빛 자극만으로 뇌신경세포에서 Fas 단백질의 활성을 실시간으로 조절할 수 있었다.
질환이 있는 뇌에서 Fas 단백질이 활성화돼 질병에 맞서 대뇌의 기능을 보호하는 여러 가지 역할을 한 것이다.

허원도 교수는 "옵토파스 기술을 이용하면 빛만으로 살아있는 개체의 신경세포 내에서 단백질의 활성과 신호전달경로를 쉽게 조절할 수 있다"며 "이 기술이 뇌인지 과학 연구를 비롯해 향후 대뇌질환 치료제 개발 등에 다양하게 적용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즈' 온라인에 23일 게재됐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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