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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의 미래는 김경희"… 후계자설에 선그은 대북전문가들

김병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4.23 17:18

수정 2020.04.23 17:18

남성 중심 수령제 체제 특성상
백두혈통이라도 여성 정권 힘들어
金신변이상땐 집단지도체제 무게
김여정. 뉴시스
김여정. 뉴시스
만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신변에 문제가 생기면 동생인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이 권력을 승계할 수 있을까. 김 위원장 신변이상설과 함께 반사적으로 '김여정 후계설'까지 나오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가능성이 낮다고 본다. 김여정이 '백두혈통(김일성 일가)'이지만 북한 체제특성상 여자가 정권을 장악하기는 어렵다는 점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남성권력 중심 가산제 국가

북한문제 전문가들이 김여정 후계 시나리오를 부정적으로 보는 가장 큰 이유는 북한이 남성권력 중심으로 만들어진 가산제적 국가(국가를 군주의 세습재산으로 보는 국가)라는 점이다.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권력승계 뿐만 아니라 사실상 최고권력기구인 정치국에서도 여성은 거의 등장하지 않았다. 현재 정치국에서 여성은 김여정 단 한 명 뿐이고 그마저도 후보위원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아무리 백두혈통이지만 남성 중심의 수령제 체제 특성상 김여정을 후계자로 옹립한다는 것 자체가 사실상 어렵다"며 "대내적으로 지지를 받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의 고모인 김경희(김정일의 동생)도 백두혈통이었지만 지도자급 핵심으로 올라가지 못했다. 김영수 서강대 교수는 "가부장적 남성중심적 문화가 강한 북한에서 김여정을 지도자로 옹위하려는 분위기가 있겠느냐"며 "최근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복귀하고 성명도 나오고 하니 그렇게 볼수도 있지만 1인자가 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평가했다.

■군·당조직 장악력 부족

김여정의 인지도가 급부상한 것은 지난 평창동계올림픽에 특사로 등장하면서부터다. 이후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은을 그림자 수행하며 눈길을 끌었고, 특히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을 위해 베트남으로 '기차 대장정'을 하던중 김정은 옆에서 재떨이를 들고 있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김정은 옆에서 존재감이 부각됐지만 실제 북한 내부에서 후계자로 인정 받느냐는 별개의 문제라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김여정은 권력기반이 없는 지도자"라며 "김정은 옆에서 재털이를 받치고 있던 여동생이 후계자가 될 가능성이 없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김정은 대신 김여정을 모실 당 및 군부 내 간부는 거의 없다는 이유에서다.

군에 대한 장악력도 부족하다. 김여정은 당 중앙위원회 위원, 당 선전선전부, 조직지도부 등 군과는 거리가 먼 직책을 맡아 왔다. 홍 실장은 "남성중심적 혁명전통을 여성이 계승한다는 측면에서 군을 통솔할 수 있느냐 군에 권위가 설 수 있느냐의 문제"라며 "김정은이 살아 있는 동안 보조적 역할을 할 수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통치를 대신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집단지도체제 가능성

정상적인 국가에선 상상할 수 없는 4대 세습이라는 점도 부담이다. 4대 세습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국제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만일의 경우 김여정과 빨치산계 핵심 후예들이 포함된 집단지도체제가 등정할 가능성이 있다. 모택동 사망후 등소평 중심의 집단지도체제로 운영됐던 중국과 비슷한 길을 걷게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결국 최근 김여정의 급부상은 김정은의 통치체제 및 내부결속 강화를 위한 수단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cynical73@fnnews.com 김병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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