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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죄고 규제 높여 집값 묶었더니… 전셋값 ‘예견된 폭등’

강현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4.23 18:09

수정 2020.04.23 18:09

불붙은 서울 전세시장
종로·중구 중심가 2억 이상 뛰어
직장인 수요 넘쳐 전세 품귀현상
하반기 이후 더 뛰나
내년 22만가구로 입주물량 감소
총선 압승 與, 전월세상한제 예고
대출 죄고 규제 높여 집값 묶었더니… 전셋값 ‘예견된 폭등’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규제로 최근 서울 집값 상승세가 한풀 꺾이자 전세 시장이 되레 부풀어오르고 있다. 대출 규제로 내집 마련이 어려워지며 전셋집을 찾는 수요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게다가 올해 신규입주 물량이 부족한 점도 전셋값 상승을 부추기고 있는 것.

전문가들은 전세 시장이 지난 2년간 안정세를 보인 데 비해 입주물량이 부족한 올해부터 내년까지는 다소 불안정한 모습을 보일 수 있다고 예상했다. 시장에서는 여당의 총선 압승으로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 도입 가능성이 전세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종로·서대문·중구 전세 2억원 넘게↑

23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 말라붙고, 전세 선호 수요가 큰 폭으로 늘어나며 직주근접성이 우수한 종로구와 중구, 서대문구에 전세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실제 이들 지역의 아파트 단지 전셋값은 단기간에 1억원에서 최대 2억원 넘게 뛰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종로구 평동 '경희궁자이3단지' 전용 85㎡는 지난해 12월 24일 7억6600만원(10층)에 전세 계약을 했는데, 올 3월 3일에는 이보다 2억1400만원 오른 9억8000만원(5층)에 계약됐다. 사직동 '광화문풍림스페이스본1단지' 전용 96㎡도 올 2월 13일 7억5000만원(12층)에 계약이 체결됐다. 이는 직전 전세계약인 6억4000만원(13층)보다 1억1000만원 오른 것이다. 중구 중림동 '중림삼성사이버빌리지' 전용 85㎡ 전셋집은 지난 1월 30일 5억원(3층)에 계약됐는데 3월 7일에는 1억원 오른 6억원(6층)에 계약됐다.

종로구 소재 중개업소 관계자는 "대출규제로 내집을 마련하는 게 어려워지자 전셋집에서 더 버티겠다는 세입자들이 늘어나고 있어 경희궁자이 등 인근 아파트단지의 전세 매물을 구하기 어려워졌다"며 "전셋값 역시 크게 오르고 매물이 나오면 바로 나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대문구 합동 '충정로SK뷰' 전용 85㎡의 전셋값도 지난 2월 8일에 4억5000만원(3층)에 거래됐지만 2월 28일에는 1억5000만원 오른 6억원(15층)을 기록했다. 냉천동 '돈의문센트레빌' 전용 85㎡ 역시 지난해 12월 6억2000만원(10층)에서 올 3월 7억원(11층)으로 올랐다. 전셋값이 3개월 새 1억원이 오른 셈이다.

서대문구에 있는 한 중개사무소 대표는 "서대문구는 시청, 광화문, 종각, 명동 등 핵심업무지구와 가까워서 직장인 수요가 꾸준했는데 올 1월부터 전세 문의가 급증했다"며 "게다가 월세를 선호하는 집주인들이 더 많아지고 있는 추세라 전세 매물이 잘 안 나오고 특히 중소형 전세매물은 더 귀해졌다"고 말했다.

실제 4월 셋째주 기준 서대문구의 아파트 전셋값 변동률은 서울에서 두번째로 높았다. KB부동산 리브온(Liiv ON)이 발표한 주간 KB주택시장동향 자료에 따르면 서대문구의 전셋값 변동률은 0.09%를 기록해 가장 크게 상승한 강북구(0.10%)의 뒤를 이었다.

■입주 물량 '뚝'…하반기부터 고비

오는 5월을 시작으로 내년까지 입주물량도 감소할 예정이어서 전세 시장 강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5월 전국의 아파트 입주물량은 1만9668가구로 지난 2017년 3월 1만3929가구가 공급된 이후 3년2개월 만에 최저수준을 기록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5월 일시적으로 전국 입주물량이 주춤하는 데다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내집 마련보다는 임대차 시장에 머무르려는 수요가 많아 당분간 전셋값이 오르는 현상이 이어질 것"이라며 "결혼 수요도 하반기나 내년으로 밀리면서 전월세 임대차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함 랩장은 이어 "올해 약 27만가구, 내년 22만가구가 입주 예정인데 지난 2018년(39만가구), 2019년(32만가구)에 비해 크게 줄어들 예정"이라며 "입주물량 감소로 올해 하반기, 특히 내년부터 불안정한 모습을 보일 전세 시장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수요자들은 대출이 막혀 자기 집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데 신규 입주물량도 부족해 기존 전세물량이 품귀현상을 빚고 가격도 오르고 있다"며 "또 현재 이주 비수기에 접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전셋값이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어 당분간 지금과 같은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그러면서 "전세 시장 강세의 또 다른 요인으로 21대 국회가 있는데, 개원 이후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을 도입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집주인들도 이 때문에 전월세 값을 미리 올려놓을 수 있어 전세 시장을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niki@fnnews.com 강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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