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스쿨미투 처리과정 공유하겠다더니…여전히 '깜깜이'

오은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4.27 09:05

수정 2020.04.27 09:05

-서울시교육청, 2018년 "스쿨미투 처리과정 공개하겠다"고 밝혀
-시민단체 2018년 스쿨 미투로 고발된 23개 학교의 정보 공개 요청했지만 '개인정보 침해' 이유로 거부
-교육청 "교사의 사생활 침해"
-학부모단체 "어떻게 학교를 믿고 아이들을 보낼 수 있나"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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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성범죄 가해 교사의 이름, 집주소, 얼굴을 공개하라는 것도 아니고 우리 학교에 있는지 없는지, 처벌 받았는지 안 받았는지 단지 그뿐입니다"

이달 21일 청원이 종료된 서울시교육청 홈페이지의 시민청원 내용 중 일부다. '개인 신상 다 지운 성범죄 가해교사 징계처리 현황 그냥 공개하십시오'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린 해당 청원자는 "이런 것도 모르고 성범죄교사가 있는 학교에 깜깜이로 아이들 학교를 보내야 하냐"고 토로했다.

■스쿨미투 처리결과 공개 '0건'
서울시교육청이 지난 2018년 '스쿨미투' 대책으로 내놓은 징계처리 공개 여부를 두고 시민단체와 교육청간의 갈등이 길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피해학생들과 학부모들의 고통은 더욱 커지고 있다.

27일 시민단체 '정치하는 엄마들'에 따르면 스쿨미투가 터진 2018년부터 최근까지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교사들과 학교가 어떤 징계를 받았는지 등 처리결과가 공개된 건은 단 한건도 없었다. 시민단체는 "학내구성원들도 행정이 정당하게 처리됐는지 알 수 있어야 한다"며 정보공개를 서울시교육청에 요청했지만 개인정보를 침해한다는 내용 등을 이유로 대부분의 정보에 대해 거부당했다는 것이다.


이후 시민단체가 서울행정법원에 낸 소송에서도 법원이 교육청 징계요구 내용 및 처리결과 등을 모두 공개해야한다고 판결했지만 서울시교육청은 이에 불복해 항소했다. 시교육청은 교사의 사생활 비밀에 대한 기본권을 침해하고, 피해학생에 대한 소문 등 2차 피해가 발생할 소지가 있으므로 교육활동 위축을 방지하기 위해 항소했다고 밝힌 바 있다. 스쿨미투 처리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는 기존 방침과 상반되는 입장이다.

학생의 날인 지난해 11월3일 서울 광화문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열린 '스쿨미투'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학교 성폭력 근절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스1
학생의 날인 지난해 11월3일 서울 광화문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열린 '스쿨미투'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학교 성폭력 근절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스1

■"교육청 입장, 가해교사만 보호"
시민단체는 교육청의 이런 입장이 피해자보다 가해자를 우선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김정덕 정치하는 엄마들 공동대표는 "학교에서 사건이 발생했을 때 최소한 학생과 학부모는 조치사항에 대해 알아야 학교를 믿고 다닐 수 있다"며 "(교사보다) 권리주장이 약할 수 밖에 없는 피해 학생들의 의견은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재판까지 넘어간 가해 교사들의 처벌 과정이나 결과도 피해 학생들이 전혀 모르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 지난 3일 열린 송파구의 한 여고 내 스쿨미투 사건 관련 공판에서 만난 학생들 및 시민단체 관계자는 "첫 공판이 언제 열렸는지도 모르고 있었다"며 "학교에선 알려주지 않는 내용에 대해 알고싶어 온 것"이라고 전했다.


김 대표는 서울시교육청과의 소송 내용에 대해 "교육청의 항소는 가해교사 보호로밖에 볼 수 없다"며 "성비위 사건에 대해서는 무관용으로 대처하겠다던 원칙에 따라 제대로 처리되고 있는지만 공개하면 될 일"이라고 했다.

onsunn@fnnews.com 오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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