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구본영 칼럼] 통합당, 반문 말고 미래를 보여주라

구본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4.27 18:04

수정 2020.04.27 18:04

총선서 참패한 보수 야당
꼰대 체질 벗고 변화해야
비난보다 새 비전이 중요
[구본영 칼럼] 통합당, 반문 말고 미래를 보여주라
미래통합당이 4·15 총선 후폭풍권이다. 길을 잃은 인상마저 든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추대를 놓고 진통을 겪는 데서 읽히는 기류다. 하긴 총괄선대위원장이었던 그도 황교안 전 대표와 선거 참패의 책임을 나눠져야 할 옹색한 처지이기도 하다.

보수 야권의 지리멸렬상은 국민 입장에서도 달가운 일일 순 없다. 새도 좌우 양 날개로 날아야 균형을 잡을 수 있다.
더구나 코로나19 사태로 미증유의 경제 충격파가 덮쳐오고 있다. 한국 경제는 곧 '죽음의 계곡'을 넘어야 할 판이다. 혹여 방향을 잘못 잡은 여권이 브레이크 없이 폭주할까 걱정되는 이유다. 벌써 여당의 위성정당 더불어시민당 쪽에서 개헌과 국가보안법 철폐라는 말풍선을 띄우고 있으니….

선거에서 진 쪽에서도 100가지 이유를 댈 수 있는 법이다. 이번에 폭망한 야권도 마찬가지다. 가뜩이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중도층에까지 번진 야권에 대한 비호감 이미지가 가시지 않은 터였다. '코로나 국난'을 맞아 정권심판론마저 힘을 잃었다. 인재영입과 세대교체에 실패한 공천도 큰 문제였다. 게다가 막말 프레임에 제발로 걸려들어 남은 점수까지 다 까먹었다. 그러니 야권 언저리에서 사전투표 부정선거론까지 제기하며 상실감을 표출하고 있을 듯싶다.

이런 패인들 중 근거가 확인되지 않은 전자개표 부정 의혹 외에는 죄다 일리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느 것도 패인의 전부는 아니다. '180대 103' 의석비와 달리 민주당이 49.9%이고, 통합당은 41.5%로 집계된 지역구 득표율을 보라. 8%포인트 정도 차이에 그쳤다. 그런데도 의석수가 많은 수도권과 중부권에서 야권은 참패했다. 지역 표심이 확실히 갈라진 영호남을 빼면 중도층이나 젊은 표심이 여권으로 쏠렸다는 얘기다.

그래서 40%대 초반 득표율은 야당이 여권의 무능과 '내로남불 행태'를 비판하면서 얻을 수 있는 최대치였을지도 모르겠다. 한마디로 다수 국민은 야권에 이렇다 할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는 뜻이다. 통합당 지도부가 코로나 공습으로 앞이 캄캄한 국민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주지 못한 결과일 것이다.

핵심 패인은 애초 야권이 자초한 듯싶다. '코로나와의 전쟁' 중반 이후 나름 선전하는 여권에 맞서 초반부터 줄곧 대안 없는 비판만 하면서다. '반문(재인) 연대'만 외칠 뿐 수권 역량을 드러내지 못한 꼴이다. 김종인 위원장이 "사람들이 뭘 원하는지 대안을 제시해줘야 하는데, 그걸 안 하고…"라고 복기한 그대로다.

20대 총선, 19대 대선, 7회 지방선거에 이어 야권은 이번에 4연패했다. 환골탈태라 할 만한 쇄신이 없으면 다음 대선 전망도 어둡다. '그라운드 제로'로 내려앉은 야권이 부활하는 데 왕도가 따로 있을 리 없다. 설령 문재인정부가 경제나 국민통합 양쪽에서 계속 죽을 쑨다 한들 반사적 지지를 기대할 일도 아니다.

일찍이 보수정치의 비조 에드먼드 버크는 "보수는 그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개혁해야 한다"고 했다.
이 말이 어렵다면 야권은 작고한 코미디언 이주일씨의 어록을 떠올려 보라. '못생겨서 죄송합니다' 그리고 '뭔가 보여드리겠습니다'라는 유행어 말이다. 우선 시대정신을 못 읽는 '꼰대 체질'을 버려야 한다.
그 바탕에서 대여 비난만 말고 더 나은 국정비전을 제시할 때 국민은 다시 눈길을 줄 것이다.

kby777@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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