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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서] 180석 vs. 99% '양날의 검' 유시민의 입

김학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4.27 18:17

수정 2020.04.27 18:17

[여의도에서] 180석 vs. 99% '양날의 검' 유시민의 입
4·15 총선 직전 나온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범여권 180석' 발언은 정치권을 들썩이게 했다.

그런데 유 이사장의 예언(?)이 맞아떨어진 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완패도 예언했다. 13년 전 유 이사장이 보건복지부 장관 시절 발언했던 '한나라당 집권 확률 99%' 발언을 기억하는가. 대선을 10개월 앞둔 2007년 2월 말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이던 유 이사장이 보건복지부 장관을 맡던 당시다.

유 이사장은 장관 시절 분열에 빠진 열린우리당을 저격하면서 "한나라당이 집권할 확률이 99%"라고 말해 정권교체를 기정사실화시켰다.

당시 발언은 복지부 기자단과 가진 호프집 미팅에서 오프를 전제로 얘기한 것이었다.
하지만 일부 기자가 오프를 깨면서 공개된 유 이사장의 발언은 정가를 뒤흔들었다. 물론 당시 오프를 깬 매체는 기자단에서 출입정지 6개월이란 중징계를 받긴 했다.

유 이사장은 당시 여당이던 우리당을 향해 "(분당으로) 곧 사라질 것이다. 분당사태 이전만 해도 재집권 가능성이 10% 있었지만 분당으로 그것마저 날아갔다"고 일갈했다.

지금은 180석 발언 후폭풍으로 몸을 낮췄지만, 13년 전엔 해당 행위 논란까지 일으키며 작심발언했던 유 이사장이다. 유 이사장의 예측이 항상 희망적이지 않았다는 점을 이번에 압승한 집권여당은 참고해야 한다.

노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서 분열된 우리당을 비판했던 유 이사장이 향후 민주당엔 어떤 말을 쏟아낼지 모른다. 일단 그의 정치비평 중단은 집권여당에 대한 '성공 기원 vs. 실패 회피' 두 가지 의도로 봐야 할 듯싶다.

과거 우울한 예측을 해야 했던 13년 전의 자신을 피하기 위한 것. 또 하나는 현 정부의 압승 기조가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일 것이다.

'양날의 검'이 돼버린 그의 입에 유 이사장 본인조차도 부담을 느꼈을 듯싶다. 그러나 이젠 친문 핵심으로 활동 중인 그가 다시 날 선 예측을 쏟아낼 수 있다.

민주당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부정적 움직임을 취할 경우에 말이다. 또는 집권 여당으로서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해 문 대통령에게 피해가 간다면 유 이사장은 또다시 비수를 날릴 수 있다.

집권 여당은 막중한 부담감을 가져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이 기왕 심판을 통해 힘을 받았다면 제대로 해주길 바라는 게 국민의 마음이다. 여당을 지지하든, 반대했든, 중립이든, 막강한 권한을 위임받았다면 이전 정권들처럼 초라한 행보에 그치지 말라는 그 마음 말이다.

그만큼 압승한 여당은 책임감을 느끼기 바란다. 지금 한가하게 국가보안법 폐지나, 조국 타령을 할 때가 아니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거취가 민생과 어떤 연관 관계가 있나.

권력다툼은 물밑에서 알아서들 하시라. 급한 것은 코로나19 이후 민생 대응이다.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놓고 삐걱거리던 정책 집행능력은 거대여당의 능력에 의구심을 가지게 만들었다.

그런데 몇몇 친여 인사들은 "세상이 바뀌었다"고 한다. 맞다. 바뀌었다. 투표로 쉽게 집권세력을 갈아버릴 수 있게 국민의 힘이 변했다.


예전엔 승리하는 쪽에 과반을 줬다면, 이젠 압승을 준다. 패배하는 쪽엔 참패를 줬다면, 이제는 소멸시켜버릴 수도 있다.


어렵게 얻은 권력을 놓고 자신들의 안위를 위한 지저분한 투쟁만 벌인다면 민주당은 통합당이 당한 완패보다 더한 패배를 맛보게 될 것이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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