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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나루] 한국판 언택트·디지털 뉴딜 사업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4.28 17:08

수정 2020.04.28 17:08

[여의나루] 한국판 언택트·디지털 뉴딜 사업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세계적으로 감염자와 사망자가 지속적으로 늘고 세계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도 가시화되고 있다. 코로나 피해가 가장 큰 미국에서는 올해 실업자 수가 벌써 2600만명이 넘었고, 중국의 1·4분기 경제는 전년 대비 -6.8% 성장에 그쳤다. 우리의 1·4분기 경제성장률도 -1.4%를 기록했고, 2·4분기에는 하락폭이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은 이러한 경제난 극복을 위한 대책으로 한국판 뉴딜사업의 시행을 공식화했다.

코로나 이후 전 세계는 고립, 격리, 단절, 사회적 거리두기 등 다양한 전염병 확산 억제 정책을 실행하고 있고, 그로 인해 우리를 비롯한 많은 국가에서 디지털 기술에 기반한 재택근무, 원격진료, 원격강의, 원격회의 등과 같은 언택트 생활방식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최근 구글이 발표한 올해 1월 대비 3월 말 한국의 활동변화 조사에 따르면 재택근무의 증가로 출근 관련 통행은 12%가 줄고 대중교통 이용도 전국적으로 17%가 준 반면, 주택 주변의 활동에 해당되는 식료품점·약국, 공원 등의 방문 횟수는 각각 11%와 51%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같은 언택트 정책의 영향으로 사람들의 주활동 무대가 업무지 근처에서 거주지가 있는 지역생활권 동네로 옮겨오고 있다.

지난 4월 21일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가 주최한 'Covid-19 이후의 도시정책' 세미나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이러한 언택트 생활방식이 일시적 현상으로 끝나지 않고 도시민들의 새로운 라이프스타일로 정착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특히 재택근무, 원격근무와 같은 유연근무제가 확산되고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동네 기반 사이버 커뮤니티 활동과 물품거래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편, LG CNS의 이근형 박사는 언택트 생활방식과 디지털 기술을 융합하면 사업, 학습 및 업무방식의 혁신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고 이를 통해 새로운 부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한다.

앞서의 논의에 따르면 글로벌 경제위기를 대처하기 위한 한국형 뉴딜의 방향은 새로운 언택트 생활방식과 디지털 혁신을 융합한 '언택트·디지털 뉴딜' 사업으로 귀결된다고 할 수 있다. 한국형 뉴딜 사업의 최우선 순위는 사회적 약자들이 언택트 생활방식에 적응할 수 있도록 디지털 격차를 해소하는 데 두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생활SOC 확충 사업의 투자항목에 저소득층 가구를 위한 컴퓨터와 휴대폰 등 디지털 디바이스 보급과 원격근무, 원격학습과 같은 언택트 생활을 지원하는 5G 디지털 시설을 포함시켜야 한다. 임대아파트와 저소득층 밀집지역의 거주민과 학생들을 위한 마을 언택트활동센터 건립도 추진해야 한다. 둘째, 정부는 경기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모든 기업을 대상으로 고용을 전제로 재정을 투자해 기존 인력의 디지털 역량 강화 교육사업을 대대적으로 전개하고, 우수 인력들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전문요원들로 거듭나도록 지원해야 한다. 셋째, 스마트시티 및 자율주행자동차 시범사업지 등과 같이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관련 기술 수요가 많은 곳을 한국형 뉴딜 사업의 거점으로 육성해야 한다.
이곳에 디지털 인프라를 집중 투자해 언택트 생활방식이 편안한 마을을 조성하고, 공공데이터센터를 건립해 고용을 창출하고 시범사업을 통해 생산되는 빅데이터를 활용한 벤처 창업의 요람이 되도록 지원해야 한다.

코로나 사태를 맞아 전 세계는 극단적인 봉쇄조치 없이 디지털 기술 기반의 언택트 생활방식을 통해 전염병 확산을 막는 데 성공한 우리나라를 주목하고 있다.
20세기 초 미국이 경제위기를 맞아 대규모 SOC 건설사업을 활용한 아날로그 뉴딜 사업으로 세계 경제대국이 된 것처럼, 21세기 초 한국이 새로운 언택트 생활방식을 구현하는 디지털 뉴딜 사업으로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한 초일류국가로 거듭나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황기연 홍익대 도시공학과 교수, 前 한국교통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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