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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월 임시직 된 통합당 비대위원장…무반응으로 거부한 김종인

김학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4.28 17:47

수정 2020.04.28 23:35

전국위 '金 비대위' 가결했지만 8월말 전당대회 규정 삭제할 상임전국위는 과반 못채워 무산
김종인 "나는 자연인" 불쾌감
임시직에 거부 무게
김재원 "김종인 체제 갈 상황 아냐"
28일 김종인 비대위 추인을 위해 서울 여의도 63스퀘어에서 열린 미래통합당 제1차 전국위원회에서 심재철 당 대표 권한대행이 인사말을 하는 동안 정우택 전국위원회 의장(왼쪽 두번째)과 조경태 최고위원이 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서동일 기자
28일 김종인 비대위 추인을 위해 서울 여의도 63스퀘어에서 열린 미래통합당 제1차 전국위원회에서 심재철 당 대표 권한대행이 인사말을 하는 동안 정우택 전국위원회 의장(왼쪽 두번째)과 조경태 최고위원이 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서동일 기자
논란 끝에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회가 반쪽짜리 승인을 얻었다.

김종인 비대위를 놓고 28일 통합당은 하루 종일 분주히 움직였지만, 결과적으로 혼란만 양산했다.

당선인 총회에선 김종인 비대위 결론을 내리지 못했고, 상임 전국위는 성원이 안돼 무산됐음에도 전국위가 강행돼 4개월 임시직 김종인 비대위 체제를 만들게 했다.

심재철 원내대표 겸 당대표권한대행은 새 비대위원장이 당헌 개정으로 임기를 바꿀 수 있음을 시사했으나,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은 비대위원장 수락 여부에 즉답을 피한채 "어떻게 결정이 됐는지 알지도 못한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심 권한대행을 비롯한 통합당 지도부가 김종인 전 위원장을 설득하기 위해 늦은 밤 자택을 찾았지만 김 전 위원장은 비대위원장직 수락 또는 거부에 대한 반응을 일체 보이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사실상 거부에 무게가 실리지만, 통합당 지도부는 일단 추이를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힘들게 열린 전국위

통합당은 이날 서울 여의도 63 컨벤션센터에서 전국위를 열어 찬반 논쟁 끝에 참석한 323명 중 찬성 177명, 반대 80명으로, 김종인 비대위원장 임명안을 가결시켰다. 앞서 열린 상임전국위에선 8월 전당대회 일정 변경을 위한 당헌 개정을 시도했으나, 전체 45명 상임전국위원 중 17명만 참석, 의결 정족수인 과반을 채우지 못해 무산됐다. 이후 김종인 비대위원장 임명을 위한 전국위는 성원이 되면서 어렵사리 열렸다.

이 자리에선 8월 전당대회 일정 변경이 무산돼 8월말까지 임시 비대위를 맡을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임명 여부를 놓고 찬성 진영 3명, 반대 진영 3명씩 입장을 밝히는 논쟁이 이어졌다.

조기 전당대회를 주장하는 조경태 최고위원과 김종인 체제를 주장하는 심재철 원내대표 겸 대표 권한대행이 대표적으로 맞선 가운데 이들은 저마다 김종인 임명 찬반을 놓고 각자의 의견을 개진했다. 심재철 권한대행은 전국위에서 "8월 말까지로 된 임기 조항을 개정하고자 했지만 상임전국위에서 무산돼 당헌 개정은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해 김종인 비대위 임명시 임기는 새로 개정될 수 있음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조경태 최고위원은 기자들과 만나 "김종인 체제는 앞으로 계속 논란이 있을 수 밖에 없다"며 "원래 비대위 목적이 혼란한 당을 수습하는 것인데, 지금 김종인 체제에선 계속 이런 논란이 발생할 수 밖에 없어 심히 유감"이라고 말했다.

■김종인 수락 여부 미지수

김종인 전 위원장 측은 이같은 전국위 결과에 불쾌감을 드러내 김종인 비대위 출범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김 전 위원장 비서실장인 최명길 전 의원은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에서 "김종인 대표께서 통합당 전국위에서 이뤄진 결정을 비대위원장 추대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김 전 위원장은 자신의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수락 여부를 밝히지 않았다. 김 전 위원장은 전국위 결정에 실망했는지에 대해 "어떻게 결정이 됐는지 알지도 못한다"며 "나는 자연인"이라고 말했다.

명확하게 수락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으나, 적어도 대선 경선 체제를 만들 내년 초까지 임기도 보장되지 않은채 반쪽짜리 비대위원장으로 임명한데 대한 반발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김 전 위원장이 수락하지 않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려 통합당의 혼선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밤 늦게 심 권한대행과 김재원 정책위의장은 김 전 위원장 자택을 찾아 설득에 나섰지만, 뚜렷한 입장을 듣지 못한채 발길을 돌려야 했다. 심 권한대행은 회동 직후 기자들에게 "포도주만 마시고 왔다"고 말한 뒤 자리를 떴고, 김 정책위의장은 "(김 전 위원장이) 수락 의사표시도 전혀 없었고 거절 의사표시도 없었다"고 말했다.

김 정책위의장은 "현 상황에서 김종인 비대위원장 체제로 갈수있는 상황은 전혀 아니다"라며 "(김 전 위원장이) 별말이나 반응이 없으셨다.
탄핵 이후 선거내용이나 향후 보궐선거나 '당을 잘 정비하면 기회 올텐데' 하는 걱정을 했다"고 전했다.

이어 "지금 상태에서 비대위원장을 맡아달라고 해도 수락하실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그런 의사도 별로 없는 것 같다"며 "그래도 저희 당은 우리 입장을 잘 설명하고 방안을 모색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전국위원회에서 ‘김종인 비대위’ 전환 결정이 내려진 28일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이 서울 종로구 구기동 자택 앞에서 앞서 도착해 기다리던 김재원 정책위원장과 만나고 있다.<div id='ad_body3' class='mbad_bottom' ></div>
미래통합당 전국위원회에서 ‘김종인 비대위’ 전환 결정이 내려진 28일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이 서울 종로구 구기동 자택 앞에서 앞서 도착해 기다리던 김재원 정책위원장과 만나고 있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전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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