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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서 민주당 왜 졌나?…판교 10년 공공임대 ‘성난 민심’ 승부 갈라

김민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5.02 15:29

수정 2020.05.02 16:36

김은혜 미래통합당 성남 분당구갑 후보가 16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선거 사무소에서 21대 국회의원 선거 당선이 확실해지자 지지자들의 환호를 받으며 기뻐하고 있다. /사진=뉴스1
김은혜 미래통합당 성남 분당구갑 후보가 16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선거 사무소에서 21대 국회의원 선거 당선이 확실해지자 지지자들의 환호를 받으며 기뻐하고 있다.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4년 전 더불어민주당이 판교 10년 공공임대의 분양전환 문제를 해결할 줄 알고 전폭적으로 지지를 했습니다. 하지만 전혀 해결되지 않아 실망을 크게 하면서 미래통합당으로 돌아섰습니다.”(분당갑 거주 지역 주민)

이번 제 21대 총선 분당갑 지역에서 김은혜 미래통합당 후보가 지역 현역의원인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꺾는 이변을 일으켰다. 앞서 김병관 후보는 게임업계 출신으로 판교 신도시 주민들의 지지를 얻어 재선에 유리할 것이라는 평이 많았다.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으로 세금 부담이 커진 유권자들이 통합당을 찍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실제 강남3구는 통합당이 모두 휩쓸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현지 주민들은 10년 공공임대 입주민들의 성난 민심이 민주당을 심판하면서 통합당이 이긴 것이라는 분석이다.

2일 중앙선관위원회에 따르면 김은혜 당선자는 7만8134표(50.0%)를 얻어 김병관 의원(49.3%)을 1128표 격차로 따돌리며 당선에 성공했다. 김은혜 의원이 1%도 안되는 격차로 김병관 후보를 이긴 것은 김병관 후보의 텃밭이었던 판교동, 운중동, 삼평동, 백현동 등 신분당 지역에서 선전을 했기 때문이다.

■공공임대 입주민, 여당에 '실망'
웹젠 이사회 의장 출신인 김병관 후보는 과거 20대 총선에서 게임업계 출신 첫 정치인으로 이름을 알리면서 신분당 지역에서 높은 득표를 기록했다. 구분당인 서현동, 이매동, 야탑동 등은 보수당 성향의 유권자가 많아 불리했지만 신분당 지역에 IT 업계 종사자들이 많아 대거 표를 몰아주면서 20대 총선에서 승리한 것.

하지만 이번 21대 총선에서는 오히려 김은혜 후보가 신분당 지역에서 득표를 많이 하면서 구분당 지역에서 얻은 보수표를 등에 업고 김병관 후보를 눌렀다. 실제 김병관 후보는 20대 총선에서 판교동 5671표, 삼평동 6139표, 백현동 6481표, 운중동 4798 등 당시 새누리당 권혁세 후보를 각 동마다 2000여표 이상 차이를 내면서 크게 이겼다. 구 분당인 서현동, 이매동, 야탑동에서는 대부분 권 후보한테 패배했다.

반면 이번 21대 총선에서는 김병관 후보가 김은혜 후보와 판교동에서 6199 대 5950, 삼평동은 6961 대 6360, 백현동 7745 대 7359, 운중동 5697 대 6731로 차이를 벌리지 못하거나 오히려 졌다. 특히 10년 공공임대아파트 운중동 11, 12단지에서 김은혜 후보가 652표로 김병관 후보 361표를 2배 차로 누르고 이겼다. 반면 김병관 후보는 구분당에서 야탑3동 등 일부 지역만 빼고 김은혜 후보에게 대부분 졌다.

이처럼 4년 전 김 후보를 전폭적으로 지지했던 신분당의 판교 신도시에서 8개 아파트 단지의 10년 공공임대 입주 서민들이 성남시와 건설사를 상대로 행정, 민사소송을 진행하면서 민주당에 대한 분노가 극에 달한 상태다. 분당 일대 3~4개동에 걸쳐 자리한 10년 공공임대 아파트는 LH가 산정한 전환 분양가와 입주민들이 주장하는 분양가 차이가 최소 3억원에 달해 수년째 갈등을 빚고 있다.

현재 LH 중소형 단지는 산운마을 11, 12단지, 봇들마을 3단지 1884가구, LH 중대형 단지는원마을12단지, 백현마을2·8단지, 산운마을13단지로 2068가구다. 대방·모아·진원·부영 등 4개 민간 10년 공공임대아파트도 운중동, 판교동 등에 있으며 총 1692가구다. 조기 분양한 곳 등도 있지만 가구당 세대수가 3~4인 점 등을 계산하면 적지않은 표다.

이들 입주민들은 정부가 분양가상한제에 대한 명백한 근거와 서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남시와 민주당, 국토부에서 이를 묵인한다는 주장이다. 현재 성남시는 분상제가 아닌 감정평가로 인한 시세로 분양가를 산정하고 있다. 최근 판교 산운9단지의 경우 분양전환 승인 절차 집행정지가 인용된 상황에서 집행관이 코로나19로 아이들만 있는 집 문을 강제로 뜯는 일도 벌어지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김은혜 "국토위 가서 문제 해결하겠다"
반면 김은혜 후보는 선거 기간 내내 “드러누워서라도 ‘10년 공공임대 아파트’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국회 국토위원회에 들어가 국토부장관, LH 사장을 불러 문제를 따져 묻겠다”고 소리를 높였다.
이처럼 공공임대 분양전환 문제 해결에 의지를 보여주면서 신분당에서 표를 많이 얻었다는 분석이다.

한 진원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한 분양대책협의회 임원은 “판교 신도시가 공공택지임에도 입주자모집공고에 적혀있는 분양가상한제를 준수를 하지 않은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에 대한 분노가 크다”면서 “입주민들은 분양 사기를 당했다는 생각과 민주당에게 배신당했다는 마음고생에 통합당을 찍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공공임대 입주민도 “김병관 후보가 지난 20대 총선에서는 10년 공공임대 서민 아파트 단지가 8개나 있는 판교 신분당 압승하면서 역전승했다”면서 “평생 통합당을 찍은 적이 없었지만 10년 공공임대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선 김은혜 후보를 보니 이번에는 찍을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kmk@fnnews.com 김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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