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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칼럼] 적극행정은 시대의 사명

김원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5.03 17:11

수정 2020.05.03 17:11

[차관칼럼] 적극행정은 시대의 사명
우리나라는 위기에 강하다. 전대미문의 새로운 감염병인 코로나19 사태를 맞아서도 민관 구분 없이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으며, 전 세계가 한국의 대응에 주목하고 모범이라며 박수를 보내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기업의 어려움 극복을 위해 관세청 또한 어느 때보다 적극행정을 추진 중이다.

지난 2월 국내 자동차 공장 가동이 멈췄다. 중국에서 수입해 사용하던 와이어링 하니스라는 부품이 코로나19 탓에 현지 생산이 중단되는 바람에 공장 전체가 멈춘 것이다. 가까스로 부품 생산이 재개돼 공장도 돌아가기 시작했지만 끝이 아니었다.
현장 간담회를 열었더니 업계는 긴급수입을 위해 항공운송을 이용했는데 관세는 운송비를 포함해 부과하기에 세금 부담이 늘었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관세청은 관련 규정을 적극 검토해 한시적으로 해상운송 기준으로 관세를 부과하는 특례를 적용함으로써 기업의 어려움을 덜 수 있었다. 이 특례는 다른 물품에도 추가 적용했고, 앞으로도 확대할 방침이다.

이달 1일부터 코로나19 피해기업이 세금의 납부기한을 넘겼을 때 독촉이나 압류를 일시 보류해주는 징수유예제가 도입됐다. 납부가 늦어진 만큼 붙는 가산세도 면제된다. 징수유예가 현행법상 가능한지 검토하기 위해 민간인이 과반수인 적극행정지원위원회를 열고 다양한 논의를 거쳐 이같이 결정했다. 위기에 빠진 면세업계를 위해서는 6개월 이상 장기 재고물품을 통관한 뒤 국내 판매를 허용하는 결정도 적극행정지원위원회를 거쳤다. 적극행정을 위해 지난해 도입한 규제 정부입증책임제도 활용 중이다. 이 제도를 통해 51건의 규제를 해소하기로 했다. 대표적으로 보세공장에 반입된 원재료를 연구용으로 전용할 수 없도록 막던 규제를 풀었다. 바이오산업처럼 신속한 연구개발이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는 분야에 도움 되길 기대한다.

자유무역협정(FTA) 특혜관세를 적용받은 수입물품은 관세당국을 통해 원산지의 적정성을 확인하는 절차가 이뤄진다. 이때 기한 내 원산지 검증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 특혜관세가 배제될 수 있다. 관세청은 우리나라와 FTA를 체결한 유럽연합(EU) 등 56개국에 e메일 등 온라인 방식으로 국제검증을 요청·회신하고, 회신 기한도 탄력적으로 연장하는 등의 비상대응지침을 제안했다. 41개국은 즉시 시행에 동의했으며 동의국가는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이 지침을 다른 국가와 맺은 FTA에도 적용할지 검토 중이라고 한다.

사실 적극행정은 코로나19 이전에도 지속돼 왔다. 지난해 인천공항 자유무역지역에 입주한 글로벌 전자상거래 물류센터(GDC) 사업이 대표적이다. 미국 건강보조식품 전자상거래업체가 입주계약을 완료한 상황에서 물류센터를 다른 국가로 옮기겠다고 했다. 주요 취급품목이 식물검역 대상이라 반입하려면 수출국의 식물검역증명서가 필요하나 1000여개에 달하는 품목에 대한 검역증명서 구비가 어렵다는 이유였다. 경제적 효과 1조원, 고용효과 1만명의 GDC 사업이 위기에 빠졌다. 관세청은 관련 부처에 이런 문제점을 적극 설명하고 협의, 관련법령 개정을 이뤄내 증명서 제출 없이도 물품반입이 가능해졌다.

필자가 공무원 생활을 시작한 지 30년 가까이 흘렀다. 국가경제는 눈부시게 성장했고, 관세행정도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하지만 현재는 얼마나 큰 코로나19 후폭풍이 우리 경제를 덮칠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엄중한 상황이다. 행정은 국민과 기업을 위해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적극행정은 시대의 사명과도 같다.

노석환 관세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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