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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유럽은행들 1분기 대손상각, 500억달러 넘을 듯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5.04 09:04

수정 2020.05.04 09:04

[파이낸셜뉴스]

미.유럽 은행들 대손충당금 규모(단위:%, 총대출 대비 대손 전망비중)청색: 올 1분기, 하늘색: 지난해 1분기; 위에서부터 UBS, 스탠다드차타드, RBS, 크레디트 스위스, 로이즈, HSBC, 바클레이스, 도이체방크, 소시에테 제네럴(SG), 산탄데르 /사진=FT
미.유럽 은행들 대손충당금 규모(단위:%, 총대출 대비 대손 전망비중)청색: 올 1분기, 하늘색: 지난해 1분기; 위에서부터 UBS, 스탠다드차타드, RBS, 크레디트 스위스, 로이즈, HSBC, 바클레이스, 도이체방크, 소시에테 제네럴(SG), 산탄데르 /사진=FT


미국과 유럽 은행들이 500억달러(약 61조원) 이상의 대출을 손실처리할 것으로 전망됐다. 2008~2009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최대 규모가 된다.

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봉쇄와 자택격리 조처 등으로 일자리가 불안해진 가계의 은행 대출 원리금 상환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미국과 유럽 은행들의 대손계상 규모 역시 급증할 전망이다.

지금까지 이들 은행이 1·4분기 대출금 가운데 회수가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대손상각키로 한 규모는 미국 250억달러, 유럽 160억유로(약 21조원) 수준이다.

은행들의 대손은 주로 가계금융에 집중돼 있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소비자들의 경제적 충격이 어느 정도일지를 알려주는 척도가 되고 있다.

대손상각 예상에서는 미 은행들이 좀 더 비관적이었다.
지난해 1·4분기에 계상했던 규모보다 350% 증가했다. 유럽 은행들은 전년동기비 269% 높게 잡았다.

자산규모 유럽 최대 은행인 HSBC가 가장 비관적으로 전망해 1·4분기 대손 30억달러를 시작으로 올해 전체로는 대손 규모가 모두 11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반면 가장 낙관적인 곳은 심각한 어려움에 처한 도이체방크로 1·4분기에 5억유로만을 대손충당금으로 쌓았다. 경쟁은행인 영국 바클레이스의 대손충당금 규모 21억파운드로 도이체방크가 계상한 수준의 4배를 웃돌았다.

특히 도이체방크의 장밋빛 전망은 곳곳에서 비판을 받고 있다.

프랑크푸르트 재무경영대의 사샤 스테펜 교수는 "현 경제위기가 10년 전에 비해 훨씬 더 심각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은행들이 어떻게 이전보다 더 적은 대손충당금을 계상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도이체방크의 대손충당금 5억유로는 지난 10년간을 기준으로 최소 7개 분기 당시의 대손충당금 규모를 밑도는 수준이다.

스테펜 교수는 도이체방크가 "(문제를 뒤로 미루는) 깡통차기를 하려하고 있다"면서 이같은 접근은 뒷날 손실이 급증해 대손충당금 규모를 너무 적게 계상한 것으로 드러나게 되면 심각한 후유증을 낳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도이체방크가 소비자 금융 비중이 낮아 대손충당금을 상대적으로 적게 쌓았다는 분석도 있지문제를 뒤로 미루면서 일단 위기를 넘기려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시티그룹 애널리스트 앤드루 쿰스는 분석보고서에서 도이체방크가 "경쟁사들에 비해 훨씬 더 관대한 회계접근을 하고 있다"면서 "올해 도이체방크는 유로존(유로 사용 19개국) 국내총생산(GDP) 감소폭을 6.9%로 가정하고 있다.이 또한 매우 낙관적이다"라고 지적했다.

JP모간 애널리스트 키언 아부호세인은 도이체방크의 대손 규모가 연말에는 현재 도이체가 예상하고 있는 것보다 50% 높은 30억유로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도이체방크 최고재무책임자(CFO) 야메스 폰 몰트케는 그러나 애널리스트들과 실적 전화회의에서 도이체방크가 손실을 과소평가하고 있지 않다고 반박했다.


몰트케는 도이체방크의 위험관리 체계가 개선돼 대출 손실이 적을 것이고, 독일 정부의 지원 프로그램으로 은행에서 돈을 빌려간 고객들이 보호를 받을 것이어서 바클레이스나 미 은행들에 비해 자사 소매 고객들이 훨씬 더 나은 위치에 있다고 주장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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