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호재·서울 접근성·분양가 경쟁력 새 아파트 청약 몰려
집값 하락세에도 청약시장 '초호황'…대형건설사 지방 러시
청약 실수요자들, 집값 불확실성 가중에 청약 '옥석 가리기'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분양 성수기인 5월 전국에서 7만4000여 가구가 분양을 앞둔 가운데 아파트 청약시장에서는 지역·단지별 청약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좋은 입지와 가격 경쟁력, 호재를 갖춘 신규 아파트 단지는 수백 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는 반면, 그렇지 않은 단지에서는 미달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인기지역에서는 하루에만 15만 명이 넘는 청약자가 몰리고 있지만 비인기지역에선 1순위 모집에 한 자릿수 경쟁률을 보이거나 미달이 속출하고 있다.
강력한 대출 규제를 포함한 12·16부동산 대책 등 정부의 잇단 규제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청약가입자들이 시세 차익이나 집값 상승이 기대되는 단지에만 몰리면서 청약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지는 모양새다.
서울과 인천, 부산지역에선 수백 대 1의 높은 청약 경쟁률을 보였지만, 대출과 전매제한 규제가 상대적으로 덜한 지방 일부 비(非)규제지역에서는 청약자(당해지역)가 단 한명도 나오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주택 매매는 크게 위축됐지만, 내 집 마련 열기는 여전히 뜨겁다. 한국감정원 청약홈과 부동산114 등에 따르면 올해 4월까지 전국에서 분양한 아파트 67개 단지 중 1순위 청약경쟁률이 1대 1을 넘어선 곳은 전체의 75%인 50개 단지로 집계됐다.
지난 달 21일 1순위 청약에 나선 '호반써밋 목동'은 138세대 모집(특별공급 제외)에 1만7671명이 몰리면서 평균 12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같은 달 30일 청약에 나선 '르엘 신반포'는 일반분양 67가구 모집에 8358명이 몰려 평균 124.7대 1의 평균 경쟁률을 보였다.
수도권 청약시장도 과열이다. 지난 21일 인천 부평구에서 분양에 나선 '부평역 한라비발디 트레비앙'의 1순위 평균 청약경쟁률이 251.9대 1를 기록했다. 올해 전국에서 가장 높은 경쟁률이다.
같은 지역에서 분양한 '힐스테이트 부평'과 연수구 '힐스테이트 송도 더 스카이'의 1순위 평균 청약 경쟁률은 각각 84.3대1, 72.2대 1을 각각 기록했다. 또 '미분양의 무덤'으로 불린 인천 검단신도시에서도 분양에 나선 '우미린 에코뷰'와 '노블랜드 리버파크 3차'는 각각 27.2대 1, 13.5대 1의 평균 경쟁률을 보였다.
부산 등 일부 지방에서도 수백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최근 부산 해운대구 '쌍용 더플래티넘 해운대'와 전주 덕진구 '우아한시티'는 평균 경쟁률이 각각 226.5대 187.85대 1를 나타냈다. 대구 중구 '청라힐스자이'와 '반월당역 서한포레스트'는 각각 145.7대 1, 119.6대 1을 기록했다.
반면 일부 지방에서는 한 자릿수 경쟁률을 보이거나 미달 단지가 나왔다. 이달 충남 당진시 송산면에서 분양한 '당진 효성 해링턴플레이스'는 430가구 모집에 당해지역 청약자가 단 1명에 불과했다. 2순위와 기타지역 분양에서도 8명이 접수했다. 또 양우건설이 분양한 '파주연풍 양우내안애 에코하임'은 160세대 모집에 46건의 청약이 접수됐고, 제주 '테라시티 더숨'은 일부 주택형에서는 청약자가 아예 없었다.
분양 호황에 건설사들이 한꺼번에 물량을 쏟아내면서 시세 차익을 기대할 수 있거나 좋은 입지 여건을 갖춘 단지에만 청약 수요가 몰리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분양 성수기인 이달 전국 분양 예정 물량은 7만4018가구로 집계됐다. 지난해 5월 4만1297가구와 비교해 79% 이상 늘어난 규모다. 지난달(1만6416가구)보다 5만7600여 가구가 늘었다. 지역별로 분양 물량은 ▲경기 1만9114가구 ▲인천 1만1043가구 ▲서울 8718가구 ▲대구 6229가구 ▲충북 5179가구 등인 것으로 나타났다.
청약시장 양극화가 심화되면 지방을 기반으로 한 중소 건설사들의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대형 건설사들이 지방 사업을 확대하고 있어 지역 건설사들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는 양상이다. 지역 건설사들의 경영 악화가 연체율 상승이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 금융위기로 전이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 지역 건설사 관계자는 "대형 건설사들이 분양 호황에 맞춰 지방으로 사업 범위를 확대하면서 지역을 기반으로 한 중소건설사들은 주택부분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며 "브랜드 인지도에서 밀리는 지역 건설사 입장에서는 대형 건설사들의 지방 사업 확대가 달갑지 않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청약시장에서 옥석 가리기가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새 아파트 선호현상과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등의 영향으로 청약 수요가 꾸준히 몰리고 있다"며 "개발 호재와 서울과의 접근성 등 좋은 입지 여건을 갖춘 인기 단지에 청약 수요가 몰리는 양극화 현상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코로나19와 청약 시스템 이전 등으로 분양 물량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시세차익을 기대하는 단지를 중심으로 청약이 몰리면서 일부 지방에서 청약 미달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며 "입지여건이 불리하거나 분양가 경쟁력이 떨어지는 단지 등은 앞으로 청약 수요자들로부터 외면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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