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최악의 시련 맞은 울산 석유화학단지
내수·수출 동반 수요절벽에도
연산품 특성상 가동 멈출수 없어
1분기 4조 적자는 시작일 뿐
6~8월까지 바닥탈출 불투명
내수·수출 동반 수요절벽에도
연산품 특성상 가동 멈출수 없어
1분기 4조 적자는 시작일 뿐
6~8월까지 바닥탈출 불투명
코로나19 공포가 전 세계를 덮치며 직격탄을 맞은 국내 정유업계는 하루하루 생존을 위한 사투를 벌이고 있다. 마이너스 정제마진과 수요절벽으로 하루 700억원가량의 손실에도 울산산단 내 정유공장은 돌아가고 있었다.
김기열 SK에너지 CLX대외협력실 부장은 "현재 정유공장의 상황은 적자폭이 문제가 아니다. 공장이 셧다운(가동중단)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버티고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수요절벽에 갈곳 잃은 원유재고
코로나19 확산 이후 울산단지 내 정유공장 사정이 180도 달라졌다는 것이 울산산단 현장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석유제품을 배달하기 위해 주차장을 방불케했던 제품출하장은 '개점휴업'과 같은 모습이었고, 단지 앞바다에는 원유 공급을 제때 하지 못한 유조선들이 표류하고 있었다.
울산산단 초입에 자리잡은 SK이노베이션 울산컴플렉스 관계자도 최근의 상황을 공장이 지어진 1964년 이후 처음 겪는 초유의 사태라고 표현했다. SK에너지와 SK종합화학, SK루브리컨츠 등 공장이 들어선 SK 울산컴플렉스는 국내 하루 원유처리량의 30%가량을 소화하고 있는 국내 최대 정유공장이다. 코로나19로 내수는 물론 수출에서도 수요절벽을 경험하면서 원유 재고량은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이인욱 SK에너지 울산CLX 석유출하3유닛 총반장은 "하루 430대 수준이었던 유조차량 출하량 및 출하대수는 300대 수준으로 감소했고 4월 역시 봄나들이 성수기임에도 코로나19 영향으로 내수 수요가 급감했다"며 "항공유와 휘발유, 경유 등 전반적인 수송 수요 전체가 직격탄을 맞고 있으며 (이번 사태가) 언제 해소될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실제로 정유사들의 가장 큰 고민은 항공유와 휘발유 등 수송용 연료다. 울산컴플렉스 생산제품의 75%를 차지하던 수출물량에서 이들 수송용 연료가 차지하는 비율은 40%에 달하는데, 이동제한조치 여파로 글로벌 수요가 급락했다. 특히 항공사가 운항노선을 80% 이상 줄이면서 항공유 판매는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항공유를 비롯한 전반적인 석유제품에 대한 수요가 줄면서 제품을 보관할 탱크도 이미 한계에 다다랐다.
■"가동률 50%대로 떨어질 수도"
이 같은 상황에서 정유업계는 이미 1·4분기 역대 최대 적자를 내놓고 있다. 국내 정유4사의 지난 분기 영업적자 규모는 4조원을 육박할 것으로 관측된다. 문제는 2·4분기 이후다. 업계에선 수출수요 절벽이 오는 6~8월께 바닥을 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유4사의 상반기 적자 규모가 8조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정유사들도 자체적으로 가동률 조정 등 비상운영체제에 돌입했다. SK에너지는 지난 3월부터 정유공장의 가동률을 85% 수준으로 내리고, 급변하는 국제유가와 수요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매일 유가점검회의 및 비상운영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12%가량 가동률을 낮춘 현대오일뱅크는 하반기 예정됐던 정기보수 공사를 앞당겼으며, GS칼텍스도 정기보수 시기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그럼에도 글로벌 경기와 수요 회복이 없으면 추가 가동률 하락은 불보듯 뻔한 상황이다. 울산산단 한 관계자는 "현재 정유산업은 이익을 낼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공장을 세우지 않고 손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며 "이대로라면 오는 6~7월에는 가동률이 40~50% 수준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정유업계에선 정부의 지원책이 장기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2·4분기에도 유가폭락과 수요절벽이 예상되는 만큼 적어도 상반기까지는 관세 및 유류세 등 세금 납부유예 혜택이 지속돼야 한다"면서 "국내 정유사들만 부과하고 있는 석유수입부과금과 정제공정용 원료에 대한 관세 등의 합리적 개선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longss@fnnews.com 성초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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