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북한

2인자 지위 굳혀가는 김여정…김정은 잠행 때 '존재감' 각인

뉴스1

입력 2020.05.06 06:30

수정 2020.05.06 06:30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이 10일 강원도 강릉시 강릉역에 도착해 밖으로 이동하고 있다. 2018.2.10/뉴스1 © News1 서근영 기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이 10일 강원도 강릉시 강릉역에 도착해 밖으로 이동하고 있다. 2018.2.10/뉴스1 © News1 서근영 기자


2일 오후 3시 10분 북한 조선중앙TV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순천린(인)비료공장 준공식 시찰 영상을 15분간 방송했다. 김 위원장은 당당한 걸음걸이로 행사장에 들어서며 건재를 과시했다. 이날 행사에는 김여정 당 제1부부장도 자리를 함께 했다. (조선중앙TV 갈무리) 2020.5.2/뉴스1
2일 오후 3시 10분 북한 조선중앙TV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순천린(인)비료공장 준공식 시찰 영상을 15분간 방송했다. 김 위원장은 당당한 걸음걸이로 행사장에 들어서며 건재를 과시했다. 이날 행사에는 김여정 당 제1부부장도 자리를 함께 했다. (조선중앙TV 갈무리) 2020.5.2/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과 접견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 2018.2.10/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과 접견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 2018.2.10/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서울=뉴스1) 최소망 기자 = 20일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잠행을 둘러싼 소동이 마침표를 찍었지만 이번 사태에서 김 위원장 외에도 존재감을 강하게 드러낸 이가 있다.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다.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 신변이상설이 일파만파 퍼지면서 후계자 1순위로 김 제1부부장은 주요 외신에 이름이 거론되며 집중 조명을 받았다. 세계적으로 북한 내 사실상 '2인자'임을 인정 받은 셈이다.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을 끝까지 부인한 우리 정부도 최근 김 제1부부장의 위상이 강화했음을 인정했다.

통일부는 지난 4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김 제1부부장이 최근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최근 김 제1부부장의 정치적 위상이 높아지고 있는 과정을 정리해보면 우선 김 제1부부장의 정치적 위상이 대외적으로 처음 공개된 것은 2014년 3월로 꼽힌다. 당시 김여정은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에서 김 위원장을 수행했다.

이후 대남 업무에서 김 제1부부장은 위상을 보여줬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특사 자격으로 한국을 찾았다. 오빠인 김 위원장의 친서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직접 전달할 만큼의 북한 내 입지가 있다는 것을 각인시켰다. 이어 1~3차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에서 김여정은 김 위원장의 의전을 맡으면서 이목을 끌었다.

2019년 7월9일 김 제1부부장은 '김일성 25주기 중앙추모대회'에서 주석단 1열에 앉아 달라진 정치적 위상을 다시 드러냈는데 당시 김 위원장의 좌측에서 네 번째에 앉았다. 서열상 9위에 해당하는 자리였다. 그해 12월 말 열린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당 제1부부장에 임명이 되면서 점차 정치적 위상을 높여갔다.

2020년에 들어서면서 김 제1부부장의 정치적 위상은 확대, 강화되고 있는 분위기다. 올해 1월 설 기념공연 관람 등의 자리에도 김 위원장은 여동생인 김 제1부부장과 고모인 김경희 전 노동당 비서와 함께 나타나 '백두혈통'의 결집을 보여줬다.

또 지난달 11일 개최된 당 정치국회의에서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해임된 것으로 추정됐던 정치국 후보위원 지위도 되찾았다. 그보다 앞서서는 본인 명의로 청와대와 백악관을 향해 막말에 가까운 담화를 내기도 했다.

김 위원장이 지난 3월 전술유도무기 시범사격에 참관했을 때도 김 제1부부장이 동행했다. 김 위원장의 군부대 시찰, 군사 분야 행보에 수행을 맡아 백두혈통이라는 상징성을 넘어 실질적으로 '군'에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입지를 다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장 최근에는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을 사실상 국제적으로 반박한 행사에서 김 제1부부장은 자신의 입지를 과시했다. 북한 매체들이 보도한 지난 2일 순천린(인)비료공장 준공식에서다.

최고지도자가 참석하는 북한 주요 행사 자리에서는 당 간부들이 통상 비슷한 서열 순으로 주석단에 앉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김 제1부부장은 그러한 관례를 깼다. 김 위원장의 오른편엔 북한 권력 서열 3위인 박봉주 당 정치국 상무위원이, 그 옆엔 김 제1부부장 자리가 마련됐다. 자리 배치로만 보면 김 제1부부장이 본인보다 공식 서열이 높은 김덕훈 당 부위원장보다 상석에 앉았다.

이러한 김 제1부부장의 북한 내 정치적 위상 강화는 김 위원장을 둘러싼 건강이상설, 사망설이 제기될 때 공식 후계로 꼽힌 배경이 된다.

김 위원장의 잠행이 이어진 지난 20일간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9일 "차기 북한 통치자는 김씨 일가에서 나올 것"이라면서 김 제1부부장을 비중 있게 소개했다. 영국 BBC 방송도 지난 28일 북한의 후계 구도를 예측하는 기사에서 "남아있는 김 씨 일가 3명(김여정, 김정철, 김평일)"이라면서 김 제1부부장을 가장 먼저 소개했다.

우리나라 국회 입법조사처도 지난 29일 보고서를 내고 김 위원장이 동생인 김 제1부부장에게 공식 후계자 지위를 부여할 수도 있다는 전망을 냈다. 미국 의회조사국(CRS)도 같은 날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 보도와 맞물려 김 위원장 유고 시 동생인 김 제1부부장이 후계자가 될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평가했다.

앞으로 김 위원장의 공개활동 재개와 함께 김 제1부부장의 밀접 수행 횟수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일각에서는 김여정이 단순 백두혈통이란 이유로 권력을 승계받기는 어렵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 씨 일가는 자신들이 백두혈통이기 때문에 권력을 물려받기 보다는 능력을 인정 받아 후계가 됐다는 것을 강조하는 특성이 있어서다.
따라서 향후 김 제1부부장이 보여줄 성과나 실적에 따라 권력 승계 여부가 결정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