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과학

'무어의 법칙' 뛰어넘을 고집적 반도체 기술 개발

김만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5.07 12:00

수정 2020.05.07 12:00

UNIST 권순용 교수팀, 4인치 실리콘 기판에 새로운 금속전극물질 합성
대면적 기판 위에 합성된 2차원 전이금속 텔루륨화 화합물을 묘사했다. UNIST 제공
대면적 기판 위에 합성된 2차원 전이금속 텔루륨화 화합물을 묘사했다. UNIST 제공
[파이낸셜뉴스] 국내 연구진이 반도체를 지금보다 더 얇고 고 집적화 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연구진은 새로운 2차원 금속 전극 물질이 원자 층 수준 두께로 얇아 그래핀 등 박막 반도체 소재에 적용돼 '반도체 부품 미세화'를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신소재공학부 권순용 교수팀이 '고성능 초미세 반도체'의 부품을 만드는데 걸림돌이던 '2차원 금속 전극 물질'을 4인치(inch) 직경의 실리콘 기판에 원하는 형태로 합성하는데 성공했다고 7일 밝혔다.

연구진은 새롭게 합성된 2차원 전극 물질이 합성 중 결함이 거의 발생하지 않아, 기계적으로 떼어낸 2차원 물질과 견줘도 좋을 정도로 우수한 물리적·전기적 물성을 나타냈다고 말했다.
또 전체 공정이 500℃ 미만의 비교적 낮은 온도에서 몇 분 만에 진행돼 기존 반도체 공정을 그대로 사용해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권순용 교수팀은 초미세 반도체의 전극 물질로 활용할 수 있는 '2차원 텔루륨화 화합물'을 대면적으로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 텔루륨화 화합물은 2차원 반도체 소자에 적용 가능한 전극 물질로 알려졌지만, 텔루륨(Te) 자체가 불안정한 물질이라 화합물을 만들기 어려웠다. 연구팀은 '금속합금 원료에서 증발한 텔루륨 기체를 가두는 공법'을 도입해 문제를 해결했다.

송승욱 신소재공학과 박사과정 연구원은 "구리(Cu)나 니켈(Ni) 같은 특정 금속에 텔루륨을 적당량 첨가하면 비교적 낮은 온도에서도 액화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그런 액체에서 방출되는 텔루륨 원자들을 가둬 반응시키는 성장기법을 써서 2차원 금속 전극 물질을 대면적으로 합성했다"고 설명했다.

UNIST 심여선 연구원이 연구개발에 사용된 실리콘 기판과 같은 크기의 상용화된 실리콘 기판을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 오른쪽부터 권순용 교수, 송승욱 연구원, 심여선 연구원. UNIST 제공
UNIST 심여선 연구원이 연구개발에 사용된 실리콘 기판과 같은 크기의 상용화된 실리콘 기판을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 오른쪽부터 권순용 교수, 송승욱 연구원, 심여선 연구원. UNIST 제공
연구진은 새로운 2차원 전극 위에 2차원 반도체인 이황화몰리브덴을 올리는 실험도 진행했다. 그 결과 금속과 반도체 경계면의 에너지 장벽(쇼트키 배리어)이 이론치에 가깝게 아주 낮았고, 그만큼 전자 이동이 쉬워졌다. 기존 반도체 제작 과정에서는 이온을 주입해 에너지 장벽을 넘는 전자수를 늘렸는데, 이 방법은 소자가 작아지면서 회로 선폭이 줄어들어 적용하기 어려워진다.
하지만 이번에 개발한 전극 물질은 이러한 공정없이 반도체 접합 면에서 전자 이동의 효율을 높일 수 있게 된 것이다.

권순용 교수는 "새로 합성한 금속 전극과 반도체 접합의 결함이 매우 적기 때문에 상용 금속 배선 기술로는 구현하기 힘들다고 알려진 에너지 장벽 제어가 가능해 추가연구를 통해 차세대 반도체를 구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일렉트로닉스' 4월 20일자로 출판됐으며, 기술의 중요성을 인정받아 네이처 일렉트로닉스 뉴스 앤 뷰스에 소개됐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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