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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망사용료 뒤죽박죽, 입법 서두를 것 없다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5.07 17:54

수정 2020.05.07 17:54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7일 국내외 인터넷기업 규제법안을 전체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넷플릭스·유튜브 등 글로벌 콘텐츠제공자(CP)의 망사용 무임승차를 막는 내용이다. 하지만 당초 해외 거대 정보기술(IT) 기업들의 갑질 관행을 바로잡겠다는 취지로 추진된 법안인데, 세부내용은 국내 IT기업 간 갈등을 일으킬 만한 조항이 많아 업계는 아수라장이다.

실제 '넷플릭스 무임승차 규제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국내 CP의 역차별 해소가 주된 목적이었다.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CP는 국내 인터넷 망사업자들에게 이용료를 내지만, 넷플릭스·유튜브는 망중립성을 이유로 망사용료를 내지 않고 있다.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를 상대로 한 망사용료 협상 중재를 방송통신위원회에 요청했지만 넷플릭스는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법적 소송으로 맞섰다.
넷플릭스 국내 유료가입자 수는 최근 2년 새 10배나 급증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만큼 국내 트래픽 과부하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게 망사업자들 입장이다. 넷플릭스의 배짱영업은 해외에서도 마찬가지긴 했다. 하지만 결국 철퇴를 맞고 지금은 컴캐스트·버라이즌·AT&T 등에 요금을 지급하고 있다.

하지만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은 국내 CP업체들에 새로운 부담이다. 네이버, 카카오 같은 CP에 망품질 관리 의무를 지우고 전용회선 등 설비를 강제로 구매해야 하는 내용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 벤처기업협회,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 똘똘 뭉쳐 법안개정 논의 중단을 촉구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들 단체는 "통신사가 해야 할 본연의 업무를 전가시키면 안된다"며 강경하다.

해외 공룡 CP들의 무소불위 행태를 손보겠다며 추진된 법안이 국내 업체들을 더 복잡한 수렁으로 빠뜨린다면 불행한 일이다.
핵심은 IT기업들의 디지털 경쟁력을 종합적으로 끌어올리는 데 있다.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20대 국회에서 업체 간 이해관계가 민감한 법안을 무리하게 추진할 필요가 없다.
이달 말 임기가 시작되는 21대 국회에서 다시 충분한 논의를 거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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