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카네이션에 도시락까지… 무료급식소 줄선 노인들 ‘웃음꽃’

윤홍집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5.08 17:36

수정 2020.05.08 17:55

‘어버이날’ 맞아 작은 행사 진행
간편식 제공서 도시락으로 전환
"4시간 기다렸어도 기분은 좋다"
갈 곳이 없다보니 급식소로 몰려
"코로나보다 고독함이 더 두려워"
어버이날인 8일 서올 종로3가에 위치한 사회복지원각 무료급식소는 노인들에게 카네이션을 전달하는 행사를 진행했다.
어버이날인 8일 서올 종로3가에 위치한 사회복지원각 무료급식소는 노인들에게 카네이션을 전달하는 행사를 진행했다.
노인들이 무료급식소에서 제공하는 도시락을 받고 있다. 사진=윤홍집 기자
노인들이 무료급식소에서 제공하는 도시락을 받고 있다. 사진=윤홍집 기자
"이야, 어버이날이라고 대박이야"

어버이날인 8일 서울 종로3가 한 무료급식소 앞에 모인 노인들의 얼굴에는 모처럼 웃음꽃이 피었다. 코로나19 발생 추이가 안정세에 접어들면서 무료급식소는 그동안 제공하던 간편식을 도시락으로 전환하고, 카네이션을 전달하는 이벤트를 진행했기 때문이다.


■무료급식소 줄 선 350명의 노인들

이날 오전 탑골공원 인근에 위치한 사회복지원각 무료급식소 앞에는 약 350명의 노인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줄을 섰다. 이 무료급식소는 코로나19 여파로 휴업하다가 지난 3월 16일부터 빵과 떡, 우유 등 간편식을 제공하며 운영을 재개했다. 이날부터는 간편식을 도시락으로 전환하고, 어버이날을 맞아 노인에게 카네이션을 꽂아주는 작은 행사도 열었다.

무료급식소를 찾는 노인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홀로 사는 경우가 많다. 집에 있으면 대화할 사람이 없기 때문에 말 상대를 찾아 종로에 나서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노인복지센터와 탑골공원 등 시설이 문을 닫으면서 홀로 외로움을 견뎌야 했다. 오랫동안 갈 곳을 잃고 길거리를 배회하거나 자택에 머문 노인들에게 무료급식소는 '유일한 낙'과 같았다.

오전 6시에 도착해 10시 반에 제공하는 도시락을 4시간 동안 기다렸다는 성모씨(85)는 "5년 넘게 종로에 와서 시간을 보냈다"면서 "오늘은 어버이날이라 카네이션도 꽂아주고 도시락도 주니 기분이 좋다"며 밝게 웃었다.

그는 "원래는 탑골공원에서 시간을 보내는데 요새는 닫아서 화장실도 가지 못하고 길거리에서 시간을 보낸다"며 "어버이날이라고 해도 웃을 일이 없었는데 무료급식소라도 열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성씨는 경기 부천시 송내 인근에서 홀로 거주하고 있다. 어버이날이지만 자녀로부터 연락은 오지 않았다고 한다.

■"소외된 노인에게 관심 가져줬으면"

도시락을 받기 위해 길게 늘어선 노인 가운데는 고이 접은 박스를 손에 쥔 이들이 많았다. 장시간 기다리면서 있을 곳이 없기 때문에 길거리에서 깔고 앉을 박스를 가지고 다니는 것이다.

평소였으면 무료급식소나 탑골공원에서 식사를 할 수 있겠지만 아직은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고 도시락을 받은 노인들은 도로변이나 동묘로 자리를 옮겨 식사를 했다.
이들에 따르면 동묘 풍물시장 일대는 갈 곳 잃은 노인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고 전해진다.

무료급식소 강소윤 총무는 "노인복지센터와 경로당, 탑골공원이 모두 닫으면서 노인들이 갈 곳이 없다 보니 무료급식소를 찾는 노인들의 수는 오히려 늘었다"며 "코로나보다 외로움과 굶주림을 더 두려워하며 이곳에 오는 노인들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고 전했다.


그는 "고독함에 괴로워 하는 노인들은 결코 멀리 있지 않다"며 "어버이날을 맞아 소외된 노인들에게 관심을 많이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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