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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3년]타다 죽이고 배민 혼쭐내면서…말로만 '혁신성장'

뉴스1

입력 2020.05.10 08:56

수정 2020.05.10 08:56

문재인 대통령이 대전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방송통신위원회 부처 업무보고를 받으며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20.1.16/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대전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방송통신위원회 부처 업무보고를 받으며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20.1.16/뉴스1


'타다금지법'으로 불리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여객법)개정안이 통과된 직후 타다는 서비스를 중단했다. 2020.3.9/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타다금지법'으로 불리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여객법)개정안이 통과된 직후 타다는 서비스를 중단했다. 2020.3.9/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문재인정부가 내걸었던 '혁신성장' 전략© News1 DB
문재인정부가 내걸었던 '혁신성장' 전략© News1 DB

(서울=뉴스1) 강은성 기자 = 조용하고 깨끗한 실내, 안전한 운행과 친절한 서비스로 이용자들의 높은 호응을 얻었던 렌터카 기반의 호출서비스 '타다'는 지난 4월11일 끝내 서비스를 종료했다.

앞서 국회에서 이른바 '타다 금지법'으로 불리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다.
이후 타다는 더이상 사업을 할 수 없다고 판단, 서비스를 종료했고 타다 드라이버는 물론이고 회사 직원들은 실직했다.

이를 두고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초대 위원장을 지낸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타다를 지키지 못한 것이 미래 세대에 부끄럽다"며 "국토부는 타다를 돌려달라"고 토로했다.

◇대통령직속 '4차위' 만들었건만 혁신성장 존재감 '제로'

10일 문재인 정부는 반환점을 돌아 3년을 맞았다. 3년차 국정수행지지율은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높은 70% 수준을 기록했다. 국내외를 강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비교적 성공적으로 대응했다는 점을 인정받은 덕이다.

여세를 몰아 문재인 정부는 '포스트 코로나'(코로나19 종식 이후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며 '한국판 뉴딜'을 꺼내들었다. 대한민국이 가장 강점을 가지고 있는 정보통신기술(ICT)을 중심으로 산업 전 분야의 '디지털 대전환'을 꾀한다는 것이 한국판 뉴딜의 핵심이다.

하지만 현 정부 주도의 디지털 대전환이 과연 성공적일지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변화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게 아니다. 변화는 뼈를 깎는 고통을 수반한다. 사회 전반에 걸친 디지털 대전환을 위해서도 파괴적인 수준의 규제 혁신과 이해관계 갈등 조정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지난 3년간 정부가 '디지털 산업'에 대응한 자세만 보면 회의적이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초기 경제전략으로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을 내걸었다. 소득주도가 분배에 방점을 찍은 진보정권 고유의 색깔이 반영된 정치적 계산이라면 혁신성장은 효율성을 높여 부가가치를 끌어올리며 성장을 이끄는 현실적 대안이었다.

하지만 3년이 지난 지금도 혁신성장은 '구호'에 그친다는 지적이다. 그간 혁신의 '걸림돌'로 지적된 규제 문제를 해소하고 위해 규제샌드박스도 도입하며, 물꼬를 텄지만 정작 서비스 1년만에 100만명 이상의 이용자를 끌어모으며 인기를 끈 타다엔 재갈을 물렸다. 택시 기득권의 반발을 정부가 풀지 못한 탓이다. 토종 배달앱으로 시작에 5조원에 달하는 '몸값'을 인정받은 배달의민족도 자영업자 반발로 정치적 이슈에 휘말렸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은 교육, 노동, 의료, 복지, 산업 등 전분야에 걸친 파괴적 변화를 동반하는 일이지만 정부가 '표심'에 좌우돼 기득권을 지키는데 급급하다면 디지털 뉴딜에서 내거는 디지털 대전환도 정치적 구호에 그칠 공산이 크다.

◇혁신 스타트업에 재갈 물리는데…누가 창업하겠나

최근 배달의민족은 수수료체계를 개편했다 '권력의 쓴맛'을 봤다. 자영업자의 반발에 '표밭'을 의식한 정치권이 나서면서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배달의민족을 직접 겨냥해 "힘 좀 가졌다고 독과점 횡포를 시작한다"면서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 불승인을 지속 건의하고 (수수료가 없는)공공앱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소위 정부에 '찍힌' 타다가 어떻게 문을 닫는지 똑똑히 지켜본 배달의민족은 이재명지사를 위시해 정치권이 모두 수수료 개편에 큰소리를 치기 시작하자 즉각 '수수료체계 원상복구'를 선언했다.

혁신하고 창업하면 '돈이 된다, 성공한다'는 시그널을 시장에 주기는 커녕, 정치 논리라는 불확실성을 떠안아야한다면 누가 기업을 하겠느냐는 푸념마저 나온다.

당초 정부가 그린 혁신성장은 빅데이터, 인공지능(AI), 5세대(5G) 이동통신 등 ICT가 중심이 된 디지털 융복합 산업을 적극 육성해 고부가가치 산업을 육성하고 이를 기반으로 질 좋은 일자리와 높은 소득을 창출해내겠다는 전략을 담고 있었다.

이 때문에 대통령직속기관으로 '4차산업혁명위원회'를 설치해 법과 규제에 발목 잡힌 4차산업(혁신산업)을 적극 육성하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하지만 1기, 2기 위원장을 지낸 장병규 의장의 고백에서 보듯 4차위는 혁신성장에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했다. AI전문가 윤성로 교수를 새로이 맞이한 3기 4차위도 첫 공식회의를 가진 자리에서 "타다 사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점을 인정한다"는 반성으로 시작했다.

당초 타다의 모회사 쏘카를 창업한 벤처사업가 이재웅씨도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혁신성장본부 민간공동본부장'으로 추대된 인물이다. 하지만 이재웅씨는 1년반만인 2018년 12월, 정부에서 뛰쳐나왔다. 이씨는 당시 공개적으로 "문재인 정부는 '혁신성장'에 대한 의지가 없다"며 "혁신성장이 잘 안돼 나라가 잘못될 것"이라며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다.


◇스타트업·벤처 "정부, 신산업에 대한 사고부터 전환해야"


타다와 배민 사태를 지켜본 스타트업·벤처업계는 문재인 정부가 '혁신성장'을 기치로 내 걸었지만 그간 보여준 것이라곤 '혁신을 말려죽이는 일밖에 없다'고 일침을 가한다.

1000여개를 회원사로 둔 사단법인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하 포럼)은 타다금지법이 통과되자 입장문을 통해 "오늘 우리 스타트업은 절벽 앞에 섰다"면서 "(법 개정으로)정부가 새로운 모빌리티 산업 전체의 '생사여탈권'을 쥐어버렸고, 모빌리티 산업의 상생과 혁신은 정부의 의지와 선의에 기댈 수밖에 없게 됐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혁신산업이 탄생할 경우 이로 인해 빚어질 전통산업과의 마찰과 이해관계 충돌은 당연한 현상이다. 그런데 현 정부는 이해관계 '갈등조정'에 집착한 나머지 혁신산업의 숨통을 조이는 패착을 낳았다는 게 포럼측의 지적이다. 실제 타다금지법을 두고 네티즌들은 '(택시 기사들이 우겨서 만든)떼법'이라며 조롱하기까지 했다.

벤처업계도 문재인 정부가 혁신성장을 국정동력으로 끝까지 추진하고 한국판 뉴딜에서 디지털 대전환을 꾀하려면 신산업에 대한 '혁신적인' 사고전환부터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혁신벤처단체협의회는 "우리나라는 4차 산업혁명을 대표하는 각종 신산업들(승차 및 숙박공유·핀테크·원격의료·드론 등)이 기존 전통산업과 기득권을 위한 규제에 가로막히거나 사회적 합의 지체로, 싹을 틔워보기도 전에 서비스를 변경하거나 포기하는 사례들이 속출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기술발전 속도와 다양한 소비자 욕구를 따라가지 못하는 행정부의 소극적 행태와 입법 및 사회적 합의 과정의 지연은 국내 신산업 분야 창업과 성장을 후퇴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협의회는 정부와 국회가 신산업분야에 대해 진흥적인 시각으로 적극적인 역할을 해줄 것을 요구했다. 이를 위해서는 그동안 정부가 하겠다고 수차례 '말만'하고 아직까지 시행되지 않고 있는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 등이 과감하게 시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협의회는 "구호에만 그치고 있는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환경을 조속히 현실화 하거나, 관련 신산업의 입법화를 조속히 마무리해 주시길 간곡히 호소한다"며 "신산업들은 번번이 기득권과 기존 법의 장벽에 막혀왔고, 이제는 불법 여부를 판단 받아야 하는 서글픈 현실이 이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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