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전봉준을 사형에 처한다"…동학농민군 판결문 공개

안태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5.10 12:00

수정 2020.05.10 12:00

국가기록원, 최초 근대적 판결문 
'형사재판원본(1895년)' 복원해 공개
전봉준 등 동학농민운동 전개 양상 담겨
[파이낸셜뉴스]

동학농민운동 판결 내용을 담고 있는 최초의 근대 판결문 '형사재판원본(1895년)'이 복원 된 모습. 결실부 보강 및 원형상태의 오침안정법으로 제책해 기록물 보존성 향상했다. 국가기록원 제공.
동학농민운동 판결 내용을 담고 있는 최초의 근대 판결문 '형사재판원본(1895년)'이 복원 된 모습. 결실부 보강 및 원형상태의 오침안정법으로 제책해 기록물 보존성 향상했다. 국가기록원 제공.

#대전회통(大典會通)의 형전(刑典)에, "군복을 입고 말을 타며 관문에서 변란을 일으킨 자는 때를 기다리지 않고 바로 '목을' 베라"고 하는 형률에 비추어 처벌할 것이다. 위의 이유로 피고 전봉준을 사형에 처한다.

행정안전부 산하 국가기록원은 11일 동학농민혁명 기념일을 맞아 전봉준 등 동학농민군들의 '형사재판원본(1895년)' 복원을 완료했다고 10일 밝혔다.

최초의 근대적 형사재판 판결문으로서 전봉준, 손화중, 최경선, 대원군 손자 이준용 등 총 217명의 최종 판결선고서가 포함된 217매 분량의 판결기록이다.


복원 전문인력이 3개월에 걸쳐 오염제거, 결실부 보강처리를 진행했다. 한지를 이용한 구조물 보완과 우리나라 전통 오침안정법으로 제책을 마쳤다.

이 형사재판원본은 갑오개혁기 설치된 법무아문권설재판소, 특별법원, 고등재판소의 판결문으로 구성돼 있다.

법무아문권설재판소는 지금의 대법원에 해당하는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적 재판소다. 해당 판결문에는 전봉준이 동학농민혁명에 참여하게 된 배경, 1·2차 봉기의 시작과 그 과정 등 전봉준의 행적이 가장 압축적으로 정리돼 있다.

판결문은 전봉준을 "전라도 태인 산외면 동곡 거주. 농업에 '종사하는' 평민. 피고 전봉준. 나이 41세"라고 소개했다. 이어 "전라도 고부 군수 조병갑이 처음 임소에 와서 매우 가혹한 정치를"했다며 "그래서 수 천명이 모여 거사를 하려고 할 때에 피고도 마침 그 무리에 들어갔는데, 사람들이 추대하여 모주, 주모자로 삼았다"고 기술했다.

이밖에도 당시 함께 활동한 손화중, 김덕명, 최경선 등의 심문기록과 폐정개혁요구안, 농민군의 진격 경로도 포함돼 있다.

당시 사법부가 일제의 영향력 아래에 있었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경성 주재 일본 영사 우치다 사다츠치의 서명도 확인할 수 있다.

특별법원 판결문에는 대원군의 장손이자 고종의 조카인 이준용이 벌이려 했던 역모사건 내용이 담겼다.
고종을 폐위하고자 청군과 동학농민군을 끌어들이려 모의한 사건이다. 특별법원은 왕족 범죄를 관할하기 위해 법무아문 내에 설치된 임시법원이다.


도면회 대전대 역사문화학과 교수는 "이번에 복원된 형사재판원본은 근대적 재판제도 초기 구 제도와 혼합돼 있다"며 "일본이 동학농민군 재판에 관여했음을 확인할 수 있는 기록이라는 점에서 매우 흥미로운 사료"라고 평가했다.

eco@fnnews.com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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