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아주 무식하고 쓸데없이 용감한 필자가 2020년 한국 경제성장률이 역성장이 아님을 주장해 본다. 가장 큰 근거는 IMF의 흑역사(黑歷史, 없었던 일로 치거나 잊고 싶을 만큼 부끄러운 과거) 때문이다. 과연 IMF가 지난 4월 전망한 -1.2%는 충분한 합리성을 가지고 도출된 숫자일까 하는 의심을 해본다. 이번 IMF의 전망 보고서는 그 연구가 3월과 4월에 집중되었을 것이다. 당시 서구사회는 공포가 이성을 지배하던 시기였다. 많은 경제 분석가들이 지구종말론에 사로잡혀 있었을 것이다. 처음 경험해 보는 좀비 영화에서나 볼법한‘바이러스 쇼크’에 극도로 당황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지난 2월 필자도 그런 공포감을 가진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상황에서 나오는 숫자들은 종종 ‘오버(정도를 넘어서 지나치게 행동함. 또는 그런 행동)’가 된다. IMF가 오버한 흑역사는 그리 멀리 있지 않다. 바로 지난 금융위기 때이다. 당시 충격이 가장 컸던 2009년, 역시 4월 보고서에서 IMF는 2009년 한국 경제성장률을 -4.0%로 전망하였다. 실제 성장률은 +0.8%이었다. 이쪽 표현으로는 ‘똥 볼(축구 경기에서, 골문을 크게 벗어난 슛을 이르는 말)’을 제대로 찼다고 한다. 물론 그들의 생각을 좋은 쪽으로 바라본다면, 다른 측면의 해석도 가능하다. 한국을 포함하여 세계 경제가 이 만큼 어려우니까 각국 정부들은 경기 부양에 적극 힘써야 한다는 경고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그러한 이유라면 꽤 설득력이 있다. 그동안 현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를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필자이지만, 합리적으로 보면 경제가 가라앉고 있는데 우리 정부가 아무것도 안 할 것이라 보기 어렵다. 실제로 최근 정부는 3차 추경의 성격을 ‘뉴딜’로 가져가면서 적극적인 경기부양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그런데 성장률이 얼마이든 올해 한국경제가 심각한 불황 국면을 경험할 것이라는 예상은 확실하다. 그러나 이 말도 안 되는 바이러스 충격을 잘 이겨낼 것이라는 예상도 또한 분명하다. 이겨낼 것이다. 그것도 잘 이겨낼 것이다. 아무튼, 올해 경제성장률이 플러스일지 마이너스일지는 내년 초에나 확인할 수 있다. 그때 가서 필자가 틀렸다면 그리고 그때에도 여기서 칼럼을 쓰고 있다면 사과하겠다. 그런데 그때까지 이 글을 기억하고 있는 독자가 있을지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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