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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꿈치 찌릿찌릿 테니스엘보…반복적 주사치료 주의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5.12 22:55

수정 2020.05.12 22:55

팔꿈치 찌릿찌릿 테니스엘보…반복적 주사치료 주의


[파이낸셜뉴스] 테니스엘보 치료에 흔히 사용되는 스테로이드 및 자가혈소판풍부혈장치료술(PRP) 주사치료는 효과가 없거나 자칫 증상을 더 악화시킬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테니스엘보의 정식 병명은 상완골상과염이다. 상완골상과염이 팔의 바깥쪽에서 발생하면 테니스엘보(외측상과염), 안쪽에서 발생하면 골프엘보(내측상과염)라고 한다. 테니스엘보는 테니스·골프·스쿼시·탁구 등을 취미로 즐기다가 발생하기 쉬워서 붙은 별칭이다. 빨래, 설거지 등 지속적인 가사노동으로도 뜻밖에 잘 발생한다. 그래픽디자이너, 만화가 등 팔을 많이 쓰는 직업에서도 발생 가능성이 높다.
팔을 많이 쓰는 직업이 아니더라도 나이 들어 근육의 퇴행성 변화로 나타나기도 한다.

팔꿈치로 불리는 팔꿉관절(elbow joint)은 위팔뼈, 자뼈, 노뼈 등 세 개의 뼈가 만나는 부위로 팔을 굽히고 펴는 운동에 관여한다. 팔꿈치의 안쪽과 바깥쪽으로 튀어나와 있는 부위를 상과라고 하는데, 상과에는 손목과 손가락을 움직이는 힘줄이 연결돼 있다. 격렬한 스포츠, 반복적인 가사노동, 노년성 퇴행 등의 이유로 상과 힘줄이 손상되면 상완골상과염이 발생하게 된다.

외측 힘줄에 손상이 생기는 외측상과염, 즉 테니스엘보의 발생률이 내측상과염(골프엘보)보다 10배 정도 잘 생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외측상과염 환자는 2014년 55만3261명에서 2018년 65만9228명으로 4년 만에 10만명 넘게 증가했다.

외측상과염은 팔꿈치에서 팔의 움직임을 담당하는 근육이 시작되는 지점인 '상과기시부'가 손상돼 통증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발생 초기에는 팔을 사용할 때만 통증을 느끼다 후에는 찌릿찌릿한 느낌이 들면서 팔 전체에 통증이 나타난다. 손목을 구부리거나 비틀 때 느껴지는 통증도 점차 심해진다. 나중엔 물건을 들어 올릴 때 팔꿈치 주변이 아프면서 손에 힘이 빠지고, 세수를 하거나 손잡이를 돌려 문을 여는 등 가벼운 동작조차 힘들어진다. 치료를 받지 않고 방치하면 밤에 잠을 자기 힘들 정도로 통증이 심해지고, 머리를 빗거나 양치질을 하는 등 가벼운 일상생활도 어려워진다.

심영기 연세에스의원 원장은 "팔꿈치 통증을 호소하며 내원하는 환자의 80%가 외측상과염을 진단받는다"며 "팔을 앞으로 쭉 편 상태에서 팔꿈치부터 손목 방향으로 1~2㎝ 내려간 부위를 손가락으로 눌렀을 때 통증이 있거나, 손목을 뒤로 젖힐 때 아픔이 느껴지면 병원을 찾아 테니스엘보 여부를 체크해보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테니스엘보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휴식이다. 통증을 참아가며 손과 팔을 사용하면 근육과 힘줄의 손상 정도가 심해져 치료가 어려워지게 된다. 4주 이상 손과 팔의 사용을 자제하면서 통증 부위에 온찜질 등을 해주면 증상이 개선될 수 있다. 하지만 증상이 반복되고 개선되지 않으면 병원 진료를 받는 게 바람직하다. 적절한 치료없이 방치하면 만성통증으로 이어져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릴 수 있다. 보통 10명에 1명 정도가 고질적으로 만성화되므로 조기치료를 받는 게 중요하다.

발생 초기에는 대부분 비수술적 치료로 호전이 가능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2018년 내외측 상과염 진료건수 257만건 중 97%인 251만건은 비수술치료를 의미하는 외래진료였다.

하지만 병·의원에서 테니스엘보에 쉽게 사용하는 주사치료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흔히 염증을 억제하는 스테로이드 성분 주사제가 사용되는데 단기간에는 효과를 보이지만 내성이 생기면 통증이 재발하는 등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지난해 10월 알리 게르마지(Ali Guermazi) 미국 보스턴대 의대 영상의학과 박사는 관절 스테로이드 주사가 관절염 진행을 촉진하고 스트레스 골절과 골 손실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최근 테니스엘보 치료에 많이 적용되는 자가혈소판풍부혈장(PRP) 주사도 주의가 필요하다. PRP는 환자의 혈액을 채취해 원심분리, 혈소판을 농축시킨 것으로 근골격계질환 중에서도 만성 팔꿈치 통증을 유발하는 테니스·골프엘보 치료에 효과가 입증되면서 국내에서도 2019년 11월 보건복지부 고시를 통해 허용됐다.

하지만 PRP는 원칙적으로 기존 치료로 효과를 보지 못한 환자에게만 허용되며 식약처서 허가 받은 원심분리기·혈액처리기구를 갖춘 병원에서만 가능하다. 또 병소에 정확하게 필요한 용량을 주입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심 원장은 "여러 논문에서도 확인됐듯 PRP 주사로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조건이 까다롭다"며 "인프라가 부족한 병원에서 경험이 일천한 의사가 시도하면 효과 없이 비용만 쓰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비해 최근 등장한 전기자극 통증치료는 병변에 적절한 전기자극을 주어 통증을 완화한다. 약물을 사용하지 않아 부작용 위험이 적고 치료효과도 뛰어나 주사치료 부작용을 걱정하는 환자에게 권장할 만하다. 최근에는 기존 경피적전기신경자극기(TENS)보다 피부 깊숙이 전류를 보내 병변에 직접 자극을 줘 효과를 높인 치료법들이 개발됐다.

대표적인 게 '호아타요법'이다. 세포의 음전하가 방전되면 통증의 강도가 높아진다는 전자생리학 이론에 기반해 세포를 자극하고 음전하를 충전해 통증을 치료한다. 전류가 세포 주변에 쌓인 림프슬러지(림프액 찌꺼기)를 녹이고 세포 대사를 촉진해 병변의 회복은 물론 재발을 막는 효과도 있다. 심 원장은 "한 번 치료하면 효과가 5~7일간 지속되므로 1주일에 한두 번 간격으로 반복치료를 받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테니스엘보는 치료 후에도 재발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꾸준한 근력운동과 스트레칭이 도움이 된다.
심 원장은 "팔·손목·어깨 부위를 스트레칭해서 유연성을 기르고, 틈틈이 적당한 무게의 아령·물병·탄력밴드로 관절 주변 근육을 강화하면 테니스엘보를 비롯한 손목·팔꿈치 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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