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명과 특산물만이 지역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다. 울산을 구성하고 지역발전을 위해 그동안 피와 땀을 쏟았던 사람들과 그들의 희로애락도 충분한 상징성을 가진다. 또 박상진 의사의 항일투쟁, 한글학자 외솔 최현배의 업적, 문화예술인들의 업적, 산업화를 주도했던 기업, 노동자도 지역 정체성을 대표한다.
지명 열거가 지나치다보니 서정성도 부족하다. 근대성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통상 지역에서는 시가, 도가(道歌), 군가(郡歌), 구가(區歌)가 있지만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거쳐 1960년대 군사독재하에서 만들어진 노래가 상당수에 이른다. 서정성이 배제된 가사에 군가 또는 행진곡풍으로 만들어져 주민들이 즐겨 부를 리 없다. 실제 울산 시가는 2년 전까지만 해도 수년 동안 TV와 라디오를 통해 송출됐다. 반강제적으로 주입된 노래지만 지금 이를 외워서 부르는 시민은 얼마 없을 것이다. 감동적인 노랫말도 아니고 행진곡풍의 근대성을 띠다보니 외면받은 것이다.
그래서일까 서울시는 오래전부터 별도의 시가 없이 '서울 찬가'를 상징노래로 삼았고, 대전시는 시민들이 즐겨 부를 수 있도록 트렌드에 맞는 상징노래를 공모해 호응을 얻었다. 경기도도 새롭게 제작에 나섰다.
울산 시가 공모전은 이달 말 마무리된다. 어떤 형태의 곡이 당선작이 될지 또 한 번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시민들이 함께 즐길 수만 있다며 록 스타일 또는 힙합인들 무슨 상관이 있을까. 르네상스를 맞았다고 자처하는 울산시가 근대성에서 벗어나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가길 기대해 본다.
ulsan@fnnews.com 최수상 정책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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