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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이 불지핀 원격의료… 의사·업계 이해관계 '복잡한 방정식' [원격의료 도입 논의 본격화]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5.14 17:45

수정 2020.05.14 18:24

헬스케어 기업들 "환영" 입장 속
대한의사협회 "의료질 저하" 반대
대형병원, 모니터링 시스템은 찬성
실제 도입까진 넘어야 할 산 많아
靑이 불지핀 원격의료… 의사·업계 이해관계 '복잡한 방정식' [원격의료 도입 논의 본격화]
청와대의 도입 검토로 실행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원격의료가 실제 진행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장애물들도 많은 것으로 보인다. 원격의료의 핵심인 의료계에서는 반대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다. 원격의료가 도입되면 당연히 환자와 의사의 대면진료가 아닌 화상으로 진행되는 원격진료로 이어지게 되므로 의료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이유다. 일부에서는 원격의료와 원격진료를 구분해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반면 헬스케어 기업들은 원격진료가 허용되면 더 좋은 서비스를 모색,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개원가와 대형병원 입장 달라

14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사들은 대면진료가 가능한 상황에서 의사·환자 간 원격진료를 하는 것에 대해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다.
대한의사협회가 원격진료를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의료 '질'이다.

개원가 입장을 대표하는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코로나19 감염병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전화진료가 시행됐지만 진료는 의사와 만나는 대면진료가 원칙"이라며 "대면진료를 하지 않으면 의료의 질이 떨어지게 된다. 경제적인 목적으로 원격진료에 접근하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진료는 의사가 하는 것이므로 만약 원격진료를 시행한다면 정부와 의료계가 우리나라 현실에 맞는 방법을 논의해야 한다"며 "구체적인 논의 없이 시행하는 것이 아니라 4~5년 정도 기간을 갖고 한국적 모델을 만들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원격의료와 원격진료는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원격의료는 환자 모니터링 시스템 등 의료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고 원격진료는 환자와 의사 간 진료를 전화나 인터넷, 화상 등을 이용해 하는 것을 말한다.

김연수 서울대학교병원 병원장은 "대학병원의 경우 부정맥 환자나 복막투석 환자 등 일상생활을 할 때도 실시간 모니터링을 해야 하는 중증환자들이 많이 있다"며 "이들에게 필요한 실시간 모니터링이 가능한 원격의료 시스템은 즉시 도입해 환자 건강에 도움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의협에서 반대하고 있는 원격진료에 대해서는 논의가 필요하다"며 "지역의료가 훼손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누가, 어떻게, 어떤 환자에게 서비스를 할지에 대해 논의한 후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종명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의료팀장(가정의학과 전문의)은 "대면진료를 유지하되 원격진료는 환자관리 시스템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고혈압, 만성질환자를 모니터링하고 이들이 병원을 가지 않아도 의사와 소통하는 길이 제공되는 방안 등을 고려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새로운 의료 시스템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헬스케어 기업, 원격진료 '환영'

헬스케어 스타트업은 정부 원격진료 검토를 환영하는 입장이다.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헬스케어 기업은 원격진료가 합법화되면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병원과 환자를 이어주는 플랫폼 기술에서 원격진료를 접목하는 등 더 다양한 서비스를 모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헬스케어 기업들이 원격진료 전 단계인 병원예약·접수를 모바일로 하는 서비스만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원격진료 플랫폼 앱 메디히어는 현재 한시적으로 원격진료 서비스를 실행하고 있다. 환자는 모바일로 의사에게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의사는 환자를 살펴본 뒤 처방전까지 쓸 수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 2월 24일 '전화 상담 또는 처방 한시적 허용방안'을 시행한 바 있다.

닥터다이어리는 당뇨병 환자 관리 서비스앱을 내놨다. 만성질환인 당뇨병 환자 혈당을 모바일로 기록하고 식단을 추천한다.
앞으로 원격진료가 허용되면 병원에 자주 가야 하는 당뇨병 환자를 의사가 원격진료하는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다. 송제윤 닥터다이어리 대표는 "원격진료 허용 시 기업엔 긍정적인 가능성이 있다.
특히 경증 만성질환 환자는 초진이 아닌 재진의 경우 충분히 원격진료로 건강관리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최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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