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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클럽'에 낙인찍힌 성 소수자 "일상이 두렵다"

17일 '국제 성 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 눈 앞
'이태원 클럽발' 불 붙은 성 소수자 혐오
"성 소수자 혐오 방역에 도움되지 않아"

'이태원 클럽'에 낙인찍힌 성 소수자 "일상이 두렵다"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서울 이태원 클럽과 관련한 코로나19 확진자가 증가하면서 성 소수자에 대한 혐오가 커지고 있다.

최근 온라인상에는 성 소수자를 혐오하는 내용의 글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7일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이태원 클럽이 '게이 클럽'이라 지칭되면서 그동안 만연해왔던 성소수자 혐오에 불을 붙인 것이다.

■"혐오 중지가 공동체의 안전을 지켜"
15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에 따르면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지난 7일부터 수십 건의 성 소수자 혐오 글이 올라와 베스트글로 등재됐다. 이태원에서 자영업을 한다는 한 네티즌은 '성 소수자 때문에 상권이 죽었다'는 글과 함께 욕설을 적어 조회수 18만과 추천 2400개를 넘기기도 했다. 이 네티즌은 "분노를 넘어 이성을 잃은 듯 욕을 해서 죄송하다"면서도 "아마 정상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분들이라면 제 분노에 공감하실 것"이라고 덧붙였다.

커지는 혐오에 성 소수자들은 더욱 위축되고 있다. 이태원 클럽과 강남 특정 지역을 방문한 이들은 혐오 여론을 의식해 코로나19 검진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이어졌다.

이에 대해 최영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은 "성 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중지하는 것이야말로 공동체의 안전과 건강을 지키는 확실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지난 10일 "특정 커뮤니티에 대한 비난은 적어도 방역관점에서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성 소수자단체도 적극적으로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이들은 코로나19 성 소수자 긴급대책본부(대책본부)를 출범하고 보건당국과 직접 소통하겠다고 밝혔다. 대책본부는 "어려운 상황을 주체적으로 타개하기 위해 공동대응의 필요성을 절감했다"고 전했다.

'이태원 클럽'에 낙인찍힌 성 소수자 "일상이 두렵다"
/사진=뉴스1

■혐오로 고통 받는 성 소수자
성 소수자에 대한 혐오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지난 1월 군 복무 중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받은 변희수 전 하사의 강제 전역 사례와 숙명여대 정시전형에 최종 합격한 트렌스젠더 여성 A씨의 입학 취소 사례는 수많은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SOGI법정책연구회가 발간한 '한국 LGBT 인권 현황 2019'에 따르면 한국의 성소수자 인권지수는 100% 기준으로 8.08%에 불과하다. 유럽 49개국과 비교하면 46위인 러시아(10.2%)보다 열악하다. 이는 성 소수자에 대한 혐오 표현·혐오 범죄를 규제하는 법률이 없다는 점, 퀴어문화축제의 광장사용이 불허된다는 점 등이 크게 작용했다.

국내 첫 트랜스젠더 변호사인 공익인권변호사모임 박한희 변호사는 성 소수자라는 이유만으로 가정폭력을 당하고 취업 차별을 겪는 등 고통받는 이들이 여전히 많다고 전했다.

박 변호사는 "동성애자라고 해서 이성애자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데도 따가운 눈총을 받아야 한다"며 "이성애만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사회 분위기가 무의식에 자리 잡아 고착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가가 나서서 성 소수자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특히 차별금지법은 차별하는 행위에 대해 규제하거나 차별받는 사람을 구제하는 의미 이외에도 국가가 성 소수자에 대해 차별을 하면 안 된다는 메시지를 줄 수 있어서 의미가 크다"고 덧붙였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