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르포] "주점은 만실에 대기 한 시간" 강남·이태원 막히자 건대로 '풍선효과'

김문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5.17 15:37

수정 2020.05.17 15:37

서울시 '클럽 집합금지 명령' 첫 주말 풍경
확진자 발생에 일반 상점까지 문걸어 잠근 이태원
"마스크 써서 괜찮아요" 담배꽁초, 침 뒤엉킨 건대입구

[파이낸셜뉴스] "야, 지금 자리없대. 30분 넘게 기다려야 된다니까 빨리 다른 데 찾아봐!"
17일 자정을 넘어선 시각. 서울 광진구 '건대 맛의 거리'는 코로나19 사태에도 아랑곳 없이 술집을 찾아 헤메이는 젊은이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

이태원발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 발생 이후 인적을 찾기 힘들 정도로 적막한 이태원 거리와 대비를 이뤘다. 서울시는 주말 동안 헌팅포차와 같은 유사 유흥업소를 비롯한 단란주점을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건대 맛의 거리'는 지자체의 관리는커녕 피우다 만 담배꽁초와 침들이 거리를 가득 메웠다. 이태원발 방역태세가 이번 주말에 '최대 고비'로 꼽혔지만 이태원, 신촌, 홍대 등 밀집 우려지역이 주목받자 건대지역으로 '풍선효과'가 벌어진 형국이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발생으로 지난 16일 이태원 일대는 유흥시설을 비롯한 의류판매점 등 일반상점들도 임시휴업에 들어가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div id='ad_body2' class='ad_center'></div> /사진=김문희 기자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발생으로 지난 16일 이태원 일대는 유흥시설을 비롯한 의류판매점 등 일반상점들도 임시휴업에 들어가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사진=김문희 기자

불꺼진 이태원..문닫은 상점들
지난 16일 오후 10시께. 주말이면 귓전을 때리는 음악과 발디딜틈 없이 몰리던 인파로 북적거리던 이태원 거리는 적막하기 그지없었다. 현란했던 불빛들은 사라졌고 거리는 스산할 정도로 침묵이 흘렀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간 클럽들이 집합금지명령을 받은 여파로 주점을 비롯한 인근 일반 식당까지 문을 걸어 잠그고 임시휴업에 들어간 탓이었다. 와인바를 운영하는 한 업주는 "어차피 손님들이 없을 것 같아 10일 정도 임시휴업을 걸어둔 상태"라고 말했다.

일부 상점들이 문을 열기는 했지만 손님이 없어 텅 빈 가게 안에서 휴대폰을 들여다 보던 직원들이 작은 인기척에 고개를 들어 거리를 살필 뿐이었다. 이날 이태원을 찾은 20대 남성은 "친구들과 오랫만에 소주 한 잔 하러 나왔는데 주말에 이렇게 사람이 없는 이태원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태원에서 5년 가까이 일했다는 이모씨는 "평소 주말이면 해가 뜰 때까지 줄을 서던 헌팅포차에 이 시간까지 손님이 한 테이블도 없다는 게 놀랍다"며 "우리 매장도 손님 수가 5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11시가 넘은 시각에 이태원 일대 유흥주점의 영업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점검에 나선 서울시 관계자는 "전체 업소가 아닌 9곳을 선정해 행정조치 이행 여부를 점검하고 있다"며 "보다시피 이태원은 이미 확진자 발생으로 업장들이 문을 다 닫은 상태"라고 말했다.

17일 자정이 넘은 시간 '건대 맛의 거리'에는 코로나19 신규확진자 발생에도 인파들이 몰려들었다. /사진=김문희 기자
17일 자정이 넘은 시간 '건대 맛의 거리'에는 코로나19 신규확진자 발생에도 인파들이 몰려들었다. /사진=김문희 기자

정부 지침 비웃듯 건대 인근 흥청망청
반면 건대입구역 인근 '건대 맛의 거리'는 술집을 찾아 나선 젊은 인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태원, 신촌, 홍대 일대에서 잇달아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해 지자체가 해당 지역을 집중적으로 점검하면서 유흥시설들이 문을 닫자 건대 인근으로 몰린 것이다. 서울시는 이용객이 집중되는 주말을 대비해 경찰청과 합동으로 유흥업소에 대한 집중점검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이날 한 시간여 동안 둘러본 결과 어떠한 관리나 계도 조치도 이뤄지지 않았다. 17일 자정이 넘은 시각이었지만 술집에는 테이블 마다 빈 술병들이 하나 둘 쌓여 있었고, 술을 마시며 노래를 부를 수 있는 단란주점은 만실이었다. S주점 관계자는 "방이 13개인데 현재 손님들로 꽉 찼다"며 "웨이팅리스트를 쓰더라도 한 시간은 기다려야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단란주점 내부에는 젊은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소주를 마시며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거리는 술을 마시다 담배를 태우러 나온 젊은이들이 뿜어대는 담배연기로 자욱했다. 쓰다 버린 마스크를 비롯해 연신 침을 뱉는 행인들 탓에 담배꽁초와 침들이 거리 곳곳에 뒤엉켜 있었다.

정부가 코로나19 전파 원인이 '비말(떠다니는 침방울)'이라며 지속적으로 알렸지만 이날 밤 거리에 모인 이들은 아랑곳 않는 모습이었다.
'코로나 감염이 우려되지 않냐'는 질문에 젊은이들은 "마스크를 써서 괜찮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들도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지는 않았다.


건대입구역 인근 한 편의점 관계자는 "이 지역은 코로나19와 상관없이 늘 인파가 몰린다"며 "사람들이 많을 땐 차가 들어오지도 못할 정도"라고 말했다.




gloriakim@fnnews.com 김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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