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BTS 짝퉁화보집에 철퇴 내린건 초상사용권이 아니었다? [법조 인사이트]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5.17 17:27

수정 2020.05.17 17:27

퍼블리시티권 대신 부정경쟁행위로 제작업체에 승소
시작은 팬들의 제보로부터
소속사 빅히트, 로펌에 도움 요청
"오디션부터 선발·데뷔·성공까지
소속사 자체의 투자와 노력"
최근 3심까지 모두 승소
국내 굿즈시장 규모 2000억대
엔터테인먼트업계 법적대응 확산
BTS 짝퉁 화보집 표지 법무법인 광장 제공
BTS 짝퉁 화보집 표지 법무법인 광장 제공
자칭 타칭 BTS(방탄소년단) 덕후인 A씨는 BTS 화보집 발간 소식에 대해 BTS 소속사인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이하 빅히트)보다 더 잘 알고 있다. 빅히트가 발간하는 공식 BTS 화보집뿐만 아니라 업자들이 무단으로 발간하는 짝퉁 화보집 발간 소식까지 모두 꿰고 있었다.

그렇다고 A씨가 BTS 화보집이라면 공식인지 일명 '짝퉁'인지 불문하고 모두 사 모았던 건 아니다. 짝퉁 화보집 발간 소식이 들려오면 A씨는 바로 이를 빅히트에 제보하고, 빅히트는 짝퉁 화보집 제작업체를 상대로 단속에 나섰다.

짝퉁 화보집의 역사는 생각보다 꽤 오래됐다.

'HOT', '젝스키스' 등 속칭 1세대 아이돌이 등장하고 막대한 팬덤이 형성되면서 화보집 시장도 덩달아 커졌다. 각 소속사의 공식 화보집이 발간되기 시작한 바로 그때부터, 짝퉁 화보집 역사도 함께 시작된 셈이다.

수십, 수백 개의 업체들이 마구잡이로 유명 아이돌의 짝퉁 화보집을 찍어냈으나 지식재산권의 개념이 생소하던 시절 소속사들의 대응은 역부족이었다.

■짝퉁 화보집 막기 위한 끈질긴 노력

그 결과 짝퉁 화보집 제작업체들은 꾸준히 사업을 확장해왔다. 최근에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까지 짝퉁 화보집을 판매하는 실정이다. 소속사들은 대응방법이 마땅치 않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달리 연예인의 초상, 성명, 사진이 갖는 재산적 가치를 별도의 권리인 이른바 '퍼블리시티권(초상사용권)'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따라서 짝퉁 화보집 출판에 대한 금지를 구할 법적 근거가 마땅치 않다.

이에 빅히트는 BTS 짝퉁 화보집 단속을 위해 국내 한 대형로펌에 도움을 요청했다. 이 사건을 맡은 법무법인 광장 IP(지식재산권)팀은 무단으로 짝퉁 화보를 제작 판매하는 업체에 제동을 걸기 위한 전략으로, 부정경쟁방지법에 근거한 논리를 새로 개발했다.

부정경쟁방지법 2조 1호 (카)목은 '타인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 등을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해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부정경쟁행위로 규정한다.

BTS 짝퉁 화보집을 제작·판매하는 행위가 바로 이 유형에 해당된다는 논리를 개발하고 짝퉁 화보집 제작업체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광장 측은 빅히트가 BTS 공식 오디션을 통한 선발부터 데뷔, 현재의 성공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A부터 Z까지' 기획, 관리해왔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어 현재 BTS 명칭, 로고, 초상, 사진 등이 가지는 경제적 가치는 빅히트가 수년간 상당한 노력과 투자를 들여 이룩한 성과에 해당한다는 점을 적극 주장, 하급심에 이어 최근 3심까지 모두 승소하며 짝퉁 화보집 제작 및 판매를 금지시키고, 빅히트 권리를 지켜냈다.

■BTS 성과 계기로 법적 대응 확산

이번 사건 및 관련 유사 사건들의 하급심에선 BTS 짝퉁 화보집 발행이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BTS의 명성, 신용, 고객흡인력은 소속사인 빅히트의 것이 아니라 BTS 멤버들의 것이라고 봤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BTS의 명성과 신용, 고객흡인력을 빅히트의 성과로 봤다. 소속사가 아티스트를 선발해 그룹을 결성하고 훈련해 연예활동을 기획하고 여러 콘텐츠를 제작, 유통시키는 과정에서 상당한 투자와 노력을 했다는 점을 소속사 자체의 성과로 평가한 것.

그러면서 이런 소속사 성과에 대한 무단사용행위를 부정경쟁행위로 의율, 소속사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의 결과에 대한 직접적 보호를 인정했다.


국내 굿즈(연예인 또는 애니메이션과 관련된 사진과 각종 소품 등 파생 상품) 시장 규모는 2000억원대로 추산된다. 엔터테인먼트업계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향후 소속사가 짝퉁 화보집 등 짝퉁 굿즈를 제작하는 업체들을 상대로 더욱 적극적 대응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이 사건을 담당한 곽재우 변호사는 "대법원은 이번 판결을 통해 종래 지식재산권법에 의해 보호받기 어려웠던 새로운 형태의 결과물을 적극 보호하겠다는 입장을 천명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향후 새로운 형태의 지식재산을 활용하는 신사업에 대한 부정경쟁방지법상 보호가 두텁게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