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과학

600원 들여 만든 세균감염 진단기… 1시간만에 검사 끝낸다

김만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5.19 00:00

수정 2020.05.19 14:35

IBS 첨단연성물질 연구단, 장난감 스피너 원리 이용해 전기 필요없는 수동 기구 발명
일반 피젯 스피너 장난감(왼쪽)과 진단용 스피너. 한손으로 중앙부위를 잡고 다른 손으로 스피너의 날개를 회전시켜 작동한다. IBS 제공
일반 피젯 스피너 장난감(왼쪽)과 진단용 스피너. 한손으로 중앙부위를 잡고 다른 손으로 스피너의 날개를 회전시켜 작동한다. IBS 제공
[파이낸셜뉴스] 국내 연구진이 장난감 '피젯 스피너' 원리를 이용해 세균 감염성 질환을 1시간내에 진단할 수 있는 기구를 발명했다. 연구진은 이 진단기구를 만드는데 재료비가 600원 밖에 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 진단기구는 전기없이 수동으로 작동해 검사장비가 없는 외부 현장이나 의료시설이 부족한 개발도상국에서도 바로 사용할 수 있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첨단연성물질 연구단 조윤경 그룹리더 연구진이 진단용 스피너를 개발했다고 19일 밝혔다.
진단용 스피너는 의료시설이나 실험실에서 이뤄지는 여러 처리기술을 단일회로에 집약한 장치를 이용해 외부 현장에서 진단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연구진은 회전으로 병원균을 농축한 후 세균 분석과 항생제 내성 테스트를 순차적으로 수행하도록 기구를 설계했다. 진단용 스피너에 소변 1㎖를 넣고 5분간 1~2회 돌리면 필터 위에 병원균이 100배 이상 농축된다. 이 필터 위에 시약을 넣고 45분을 기다리면 살아있는 세균의 농도를 색깔에 따라 육안으로도 판별할 수 있다. 또 추가로 세균의 종류도 알아낼 수 있다.

연구진은 세균 검출 후에는 세균이 항생제에 내성을 가졌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 진단용 스피너에 항생제와 섞은 소변을 넣고 농축시킨 뒤, 세균이 살아있는지 여부를 시약 반응으로 확인한다.

세균 감염 의심 환자로부터 세균검출을 위해서는 우선 지역 의료소 및 대학병원에서 임의의 항생제를 처방하고, 세균 샘플을 수집 및 중앙연구소로 배송한 뒤, 중앙 연구소에서 분석해 그 결과가 의사에게 보고된다. 이는 짧게는 하루에서 길게는 7일이 걸리는 과정이며, 환자 증상에 따른 임의의 항생제가 투여된다. 진단용 스피너는 1시간 내에 단순한 작동으로 세균을 정확하게 검출하므로 항생제 오용을 막을 수 있다. IBS 제공
세균 감염 의심 환자로부터 세균검출을 위해서는 우선 지역 의료소 및 대학병원에서 임의의 항생제를 처방하고, 세균 샘플을 수집 및 중앙연구소로 배송한 뒤, 중앙 연구소에서 분석해 그 결과가 의사에게 보고된다. 이는 짧게는 하루에서 길게는 7일이 걸리는 과정이며, 환자 증상에 따른 임의의 항생제가 투여된다. 진단용 스피너는 1시간 내에 단순한 작동으로 세균을 정확하게 검출하므로 항생제 오용을 막을 수 있다. IBS 제공
연구진은 인도 티루치라팔리 시립 병원에서 자원자 39명을 대상으로 병원의 배양 검사와 진단 스피너 검사를 각각 진행해 세균성 질환을 진단했다. 실험 결과 진단스피너로 검사 결과를 1시간 이내에 확인했을 뿐만 아니라 병원에서 배양에 실패한 경우까지 정확히 진단해 냈다.
연구진은 이 실험을 통해 현지의 일반적 처방으로는 59%에 달했을 항생제 오남용 비율을 0%로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울산과학기술원 생명과학부 교수이기도 한 조윤경 그룹리더는 "수 일이 걸리던 감염성 질환 진단을 1시간 이내로 단축하면서 100% 진단 정확도를 보여,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오지에서 항생제 오남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바이오메디컬 엔지니어링'에 19일(한국시간) 게재됐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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