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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서] 동학개미의 세계

김경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5.18 16:45

수정 2020.05.18 16:51

[여의도에서] 동학개미의 세계
"코로나19 사태로 은행, 보험권 등 타 금융권은 타격이 만만치 않은 것 같은데 아직 여의도는 '동학개미'들 때문에 버틸 만합니다."

최근 만난 증권사 고위 임원은 코로나19 여파와 관련한 안부를 묻자 이같이 답했다.

이른바 '동학개미운동'으로 지칭되는 개인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에서 구원투수로 부각되고 있다. 연초 이후 개인들은 코스피 누적 26조1000억원, 코스닥 누적 5조원 순매수에 나서며 외국인의 '매도 엑소더스'에 대항하는 구세주로 급부상한 것이다.

추가 여수매력도 탄탄한 것으로 평가된다. 고객예탁금은 지난해 말 28조5000억원 규모에서 현재 44조7000억원까지 급증했다.
그간 누적된 투자실패로 2000년부터 2019년 말까지 76조원 넘게 코스피 매도세에 집중했던 개인투자자들의 투자패턴이 급반전한 셈이다. 이에 일각에선 국내 증시를 코로나19의 '찐수혜자'라고도 평가한다.

그러나 동학개미운동이 중장기적 승기를 잡으려면 선행돼야 할 조건도 만만치 않다는 시각이다.

유진투자증권 분석에 따르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개인투자자들은 중국풍 수혜 기대효과로 조선, 자동차, 철강, 건설, 기계, 은행 업종을 주로 순매수했다. 반면 이번 국면에서 개미들은 올 3~4월 동안 전기전자 업종을 압도적으로 많이 사들였다.

결과적으로 보면 2008년 당시 개인투자자들의 순매수는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2008년 개인들은 조선업종 주가가 하락하는 국면에서 순매수했고, 이후 주가가 오르는 국면에서 매도 우위였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전기전자 업종에 대한 개인들의 쏠림 투자패턴도 2008년도 조선업종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 지난 2019년 전기전자업종 주가가 오르는 동안 개인투자자들은 팔기만 했다. 반대로 주가가 하락하자 이번에는 개인들이 전기전자업종 주식을 담고 있다. 전기전자 업종도 이번 코로나 위기의 부정적 영향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럼에도 반도체 등은 비대면·온라인 비즈니스와 관련성이 높아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도 성장성을 유지할지가 관전 포인트다.

코로나19로 주가지수와 함께 꺾였던 개인투자자들의 주식 빚투자가 최근 한 달 반 만에 50%가량 늘어난 점도 부담으로 꼽힌다. 지금까지 국내 증시가 유동성의 힘으로 반등했지만 여기서 추가로 오르기는 쉽지 않은 데다 경제 펀더멘털이나 기업 실적을 보면 하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빚투자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국내 코로나19 감염자 수가 확연히 줄어들며 증시가 1900선을 회복하면서 다시 빚투자는 10조원을 육박하며 고개를 들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과거 역사 속에서 '동학개미운동'은 처절하게 실패했지만 현재의 동학개미군단은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성공의 지렛대로 삼을 기회가 아직도 충분하다. 현재 코로나19 여파에도 한국 증시의 지지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개미군단이 주식투자 장기전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장기투자와 자산 리밸런싱 법칙이 선행돼야 한다.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지만 사실 막상 실천하기엔 녹록지 않다. 저평가된 우량주에 대한 매수 기회가 성공으로 끝맺기 위해선 매수 타이밍도 중요하지만 종목에 대한 분석과 전망 그리고 공부도 필요하다.
부디 이번 동학개미운동이 주식투자 장기 승리전의 초석이 되길 기대해본다.

kakim@fnnews.com 김경아 증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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