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반복되는 금융시스템 위기, 눈치챘다면

김현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5.18 16:45

수정 2020.05.18 16:51

[기자수첩] 반복되는 금융시스템 위기, 눈치챘다면
"광란의 가장 큰 징후는 복잡한 금융상품이 쏟아지고, 관련 사기가 증가한다는 것이다. 당신은 그런 증가 추세를 눈치챘는가."

영화 '빅쇼트'에 나오는 대사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오기까지 대형 금융사, 신용등급 경고음을 알려야 하는 신용평가사의 도덕적 해이가 어떻게 경제의 근간을 뒤흔들고 금융시스템을 무너뜨렸는지 잘 보여준 영화다.

2016년 1월 나온 이 영화 속 대사는 유동화증권발(發) 기업 부실의 공포에 떨고 있는 지금도 유효하다. 코스콤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기업들의 기업어음(CP)과 전자단기사채, 자산유동화 기업어음(ABCP)을 포함한 유동화증권 규모의 1년 내 만기도래분은 281조1416억원에 달한다.

대출채권을 유동화한 단일 대출채권담보부증권(CLO), 중소기업들의 회사채를 유동화한 부채담보부증권(CDO) 등이 급격하게 그림자금융의 덩치를 키웠다.
유동화 기법이 발달하면서 복잡한 금융상품이 쏟아졌고, 기업의 생명이 연장됐다. '빚'으로 지은 집에 비견할 만하다.

기업들이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조달한 자산유동화증권은 부채비율로 계상되지 않는다. 기업들이 유동화증권 조달에 의존한 이유 중 하나다.

그림자금융의 한가운데는 금융사가 있다. 증권사, 은행들은 수수료 싸움에 뛰어들며 그림자금융 규모를 키우기 위한 '펌프질'을 했다. 신용보강에 나서며 기업들의 유동화증권 발행을 도왔다. 곳곳에서 위험 시그널이 들려왔지만 '수수료' 경쟁을 하기 바빴다. 제대로 평가가 이뤄지지 않은 주택담보대출채권의 유동화는 미국의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을 불러왔다. 우리나라 금융시스템에 대한 불안감을 향한 경고음을 그냥 흘려보내지 말아야 할 이유다.

위기가 오면 가장 약한 고리부터 끊어지기 마련이다. 올해 항공업계 디폴트 위기의 트리거는 자산유동화증권에서 시작될 것이란 위기감이 대두했다. 신용평가사들은 눈치보기를 하며 등급을 내리지 못하고 무더기 '등급전망 하향'을 발표하고 있다.


증권사들이 앞장서 수수료 장사에 앞장선 PF유동화증권은 증권사의 재무건전성을 옥죄는 주요 리스크로 부상했다. 결국 정부는 채권안정화펀드 등 여러 정부 대책을 쏟아내며 시장 안정화 작업에 나섰고 기업들의 지원책도 잇달아 발표하고 있다.
결국 국민세금으로 금융시스템의 구멍을 땜질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khj91@fnnews.com 김현정 증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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