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fn광장

[fn논단]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혁신성장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5.18 16:49

수정 2020.05.18 16:49

[fn논단]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혁신성장
코로나19는 기존 세계질서를 크게 바꿔놓을 것이며 한국 경제도 이에 대응한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 문재인 대통령도 "선도형 경제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개척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어떻게 '선도형 경제'를 이룩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이미 제안된 기존 정책 수준 외에 구체적인 전략이 보이지 않는다. '추격형'에서 '선도형'으로 전환하려면 과거와 다른 혁신성장의 길이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첫째, 한국 경제의 혁신능력에 대한 정확한 평가가 있어야 한다. 어떤 위치에 있고 무엇이 강점인지를 알아야 미래 전략을 강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경제는 1960년대와 70년대 모방의 단계를 거쳐 80년대 중반 이후 혁신의 길로 들어섰다. 이후 한국 경제의 혁신성장은 1세대와 2세대로 구분된다. 1세대 혁신은 1983년 삼성의 '반도체 진출 선언'으로 상징되며 선진 기술을 창의적으로 모방하는 패스트팔로어, 즉 추격형 전략이 주를 이루었다.

한편 1990년대 중반 이후 시작된 2세대 혁신은 정부가 아닌 민간 주도로 이루어졌다. 1994년 이미 국가 전체 연구개발 투자액 중 약 84%를 민간이 담당했다. 이러한 2세대 혁신에 대해서는 아직 정확한 평가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환경 변화의 고비마다 등장한 혁신가들이 이를 이끌며 새로운 산업을 일으켰다. 2세대 혁신은 민간의 자유로운 기업가정신에 기초한 '신지식 창조'를 특징으로 하며 퍼스트무버, 즉 선도형 전략을 본질로 하고 있다. 한마디로 우리 경제는 '선도형' 경제를 이뤄낼 수 있는 혁신능력을 이미 25년 전부터 축적해오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둘째, 2세대 혁신을 주도하는 경제주체를 확인하고 이들을 효과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현재 '신지식 창조'의 혁신을 이끄는 3대 주체가 있다. 세계 메모리반도체 산업을 선도하는 제조 대기업, IT와 인터넷 산업을 이끌고 있는 벤처기업, 그리고 한국을 문화 초강대국으로 이미지 메이킹하고 있는 K팝 등 문화기업이 그들이다. 한마디로 우리 경제는 4차 산업혁명의 기술변화에 대응해 제조와 소프트 부문이 융합함으로써 선도형 혁신을 만들어낼 수 있는 기반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2018년 수출통계에 의하면 한류 콘텐츠 산업이 전통의 수출품목인 가전을 누르고 13번째 주력상품에 등극한 것도 고무적이다.

셋째, 정부의 산업정책이 우리 경제의 혁신능력과 혁신주체를 활용하기 위한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 '먹거리 찾기'나 '유망한 산업 타기팅'과 같은 산업정책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 필자가 반도체, IT, K팝 등 2세대 혁신의 역사를 조사한 바로는 이 산업들이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데 효과를 발휘한 정부의 직접적 지원정책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교육시스템을 통한 우수인력 공급, 코스닥 시장에 의한 자금 공급, 민주화에 의한 창작의 자유 등 간접적 지원이 중요한 기여를 했다.


혁신은 사람이 하는 일이다. 코로나19 이후 선도형 경제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아이디어와 열정을 가지고 퍼스트 펭귄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이 혁신적 시도를 주저하지 않도록 하는 사회문화 구조를 먼저 만들어야 한다.
코로나 방역에 대한 세계적 호평으로 국가 이미지가 크게 향상되고 새로운 변화가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이 적지 않지만, 이것이 근거 없는 기대감에 그치지 않으려면 우리 경제의 혁신능력에 관한 정확한 평가와 함께 새로운 혁신전략을 강구해야 한다.

이장우 경북대 교수, 성공경제연구소 이사장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