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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갓' 검거 역할한 '책임수사지도관제'…警 "수사권 조정 앞두고 정착"

이병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5.19 15:29

수정 2020.05.19 15:29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텔레그램 성착취 대화방 'n번방' 개설자인 '갓갓' 문형욱(24) 검거에 경찰청 '책임수사지도관'이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제도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을 앞두고 신설된 책임수사지도관은 전국 주요 사건에 투입되고 있다. 경찰은 경찰청·지방청 간 수사 시너지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 제도 정착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다만 경찰청이 지방청에 지시를 내리는 것으로 비쳐져, 수사 방향 등을 놓고 일선과 경찰청 사이의 '신경전'이 벌어질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갓갓' 검거에 책임수사지도관 '주목'
19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 책임수사지도관은 올해 들어 텔레그램 n번방 사건, 전북 전주 연쇄살인, 이천 물류창고 화재, 대전 금은방절도 사건 등 주요 사건에 파견돼 수사를 지원했다.

앞서 경찰청은 지난 1월 총경급 전문가 6명을 책임수사지도관으로 임명했다.
이들은 국민의 관심이 모이는 주요 사건에 직접 투입돼 수사를 지도하거나 관련 사항을 점검한다.

지방청에도 경감급 실무자 70여명을 책임수사지도관으로 배치해 사건 사후점검 등의 역할을 맡겼다.

이 제도는 수사권 조정 국면에서 경찰이 내놓은 역량 강화책 중 하나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책임수사지도관 제도에 대해 "일선에서 발생할 수 있는 수사 오류를 최소화하기 위해 신설된 자리"라고 밝힌 바 있다.

특히 경북지방경찰청의 '갓갓' 문형욱 검거에 사이버범죄 전문가 정석화 총경이 파견되면서 이 제도가 알려지기도 했다. 정 총경은 20년 경력의 경찰청 사이버수사 전문가로, 올해 1월 책임수사지도관에 임명됐다. 정 총경 투입 한 달여 만인 지난 11일 문형욱은 검거됐다.

지난달 일어난 전주 지역 연쇄살인사건에도 책임수사지도관 2명이 파견돼 용의자 최모씨(31)의 추가 범행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이들은 전북지방경찰청 일선 수사관 등 실무진과 수사 상황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청 차원에서) 종합적인 수사 판단을 해 보려는 취지에서 시작됐다"며 "수사 지도 뿐 아니라, 사건에 따라 법리 판단 등 점검 역할도 수행한다"고 설명했다.

n번방 최초 개설자인 일명 '갓갓' 문형욱(24)이 18일 오후 경북 안동경찰서에서 검찰에 송치되고 있다. 문형욱 검거를 위해 경찰청은 책임수사지도관을 경북지방경찰청에 파견해 수사를 지원했다. /사진=뉴시스
n번방 최초 개설자인 일명 '갓갓' 문형욱(24)이 18일 오후 경북 안동경찰서에서 검찰에 송치되고 있다. 문형욱 검거를 위해 경찰청은 책임수사지도관을 경북지방경찰청에 파견해 수사를 지원했다. /사진=뉴시스

■"'일선 공적 축소' 우려 없어"
경찰청에서 지방청으로 '파견'을 나가는 형태기 때문에, 경찰청이 직접 일선에 수사 지시를 내리게 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전주 연쇄살인의 경우에도 최씨의 여죄가 알려진 뒤에야 책임수사지도관이 파견돼 '현장 수사 내용을 통제하려고 경찰청이 수사관을 보낸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또 책임수사지도관의 역할이 강조되면서 일선 수사관들의 수사 공적이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실제로 한 사건에서는 용의자가 검거된 후 '책임수사지도관이 모든 주목을 받았다'는 일선 수사관들의 불만도 일부 새어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총경급 책임수사지도관은 종합적인 경험이 많기 때문에, (현장과) 시너지를 발휘하려는 목적"이라며 "파견 여부가 지방청 형사들의 공적 여부와는 관계가 없다"고 일축했다.

한편 경찰은 이르면 오는 7월 수사권 조정안 본격 시행을 앞두고 관련 제도를 정비해 정착시킨다는 방침이다.
이 관계자는 "책임수사지도관 제도 뿐 아니라 (수사 역량 향상을 위한) 각종 제도를 보완해 차질 없이 수행할 수 있도록 구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bhoon@fnnews.com 이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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