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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대신 숲 보자" 1700개로 쪼개진 재정 지출 틀 새로 짠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5.19 17:57

수정 2020.05.19 17:57

단위사업을 프로그램 중심으로
정부 재정운용관리 시스템 손질
복지부·환경부·보훈처 시범적용
"나무 대신 숲 보자" 1700개로 쪼개진 재정 지출 틀 새로 짠다
정부가 재정건전성의 급속한 악화를 막기 위해 재정운용관리 시스템을 대폭 손질한다. 1700여개로 분리돼 있던 단위사업을 400~450개 프로그램 중심으로 전환하고 성과목표관리제도로 전환도 추진한다. 정부는 코로나19가 계속되면서 재정건전성이 급속도로 나빠지자 부처별 예산 10% 삭감(재량지출 기준) 등 강도 높은 지출 구조조정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제도개선도 예산 효율화를 위한 장기계획의 일환이다.

■"숲 못 보고 나무만 봤다"

19일 정부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와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프로그램 성과목표관리제'와 관련한 연구에 착수했다.

단위사업별로 미시적 관점에서 운용되던 기존 재정관리제를 거시적 차원으로 재설계하는 것이 핵심이다. 정부는 보건복지부, 환경부, 보훈처에 새 제도를 시범도입하고 점차 전 부처로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정부는 재정성과목표관리제도에 따라 기관의 임무목표와 연계해 사업별로 성과목표와 이를 측정할 수 있는 성과지표를 설정하고, 목표치 달성 여부를 평가해 그 결과를 재정운용에 활용한다. 우리나라는 재정건전성 확보 차원에서 2007년부터 도입했다. 하지만 현행 제도는 미시적 사업관리에 중점을 두고 있어 거시적·전략적 차원의 성과관리가 힘들다. 그동안 성과계획서와 보고서를 단위사업 기준으로 작성하면서 "나무만 보고 숲은 보지 못하는 상황"이라는 것이 기재부 내부의 진단이다.

앞서 기재부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의 지시로 재정사업 성과지표 간소화 작업을 추진해왔다. 홍 부총리는 지난 2월 "1개 국당 평가지표가 30개가 넘는 곳도 있다"며 "지표가 너무 많고 유효성도 떨어진다"고 지적한 바 있다.

<본지 2월 17일자 5면 참조>

실제 감사원 감사연구원에 따르면 기재부가 주도하는 재정성과관리제도와 국무조정실이 주관하는 정부업무평가의 성과지표 4861개 중 719개(14.79%)가 중복됐다. 감사연구원은 "기대와 달리 재정성과목표관리제도가 제도의 비효율적 설계와 평가의 함정으로 인해 재정건전성 확보와 성과 향상이라는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 크게 기여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만연하다"고 꼬집었다.

이에 정부는 무려 1700여개로 쪼개져 있던 단위사업 수준의 미시적 성과관리를 부처 전체 수준의 400~450개 프로그램 중심 성과목표관리제도로 전환을 추진 중이다. 프로그램당 1~2개의 결과지표(outcome)를 설정하는 작업도 하고 있다.

기재부는 프로그램의 목표를 달성하기에 적합한 세부사업을 포함하고 있는지, 불필요한 세부사업이 포함돼 있는지 등을 살펴볼 예정이다. 국내외 유사 기관의 성과관리 사례도 연구할 계획이다. 성과관리 대상인 프로그램도 개선된다. 필요없는 프로그램은 관리 대상에서 빼고, 유사한 프로그램은 병합하기로 했다. 기재부는 시범운영 전담팀(TF)과 재정성과평가관리단을 구성, 올해 12월까지 시범운영 결과를 반영할 방침이다.

■문 대통령, 내주 국가재정 점검

확장적 재정 기조가 수년째 이어지는 가운데 더 시야를 넓혀 예산집행을 효율화해야 한다는 것이 이번 제도 개편의 배경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예산을 효율적으로 쓰고 새는 돈은 줄이자는 공감대가 크다"고 말했다.

코로나19에 따른 정부 지출은 걷잡을 수 없을 속도로 빨라지고 있다. 올 들어 23조9000억원 규모로 편성된 1·2차 추가경정예산을 반영하면 국가채무는 본예산보다 13조8000억원 많은 819조원으로 불어난다. 여기에 3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되는 3차 추경안을 더하고, 올해 국내총생산(GDP)이 0% 성장할 것을 가정하면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44.4%까지 치솟는다. 이는 정부가 예상한 국가채무 비율 증가 속도를 넘어서는 수치다.


이와 관련, 당정청은 오는 25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어 재정악화 대책을 논의한다. 회의에서는 정부가 코로나19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지출을 늘리는 상황에서 재정증가 속도가 집중적으로 논의될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3월 "끝을 알 수 없는 경제충격에 대비해 재정여력을 최대한 비축할 필요가 있다"며 재정지출 증가에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km@fnnews.com 김경민 이진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