⑤먹다남은 와인 어떻게 보관할까
[파이낸셜뉴스] 와인 한 병을 한번에 다 먹기는 벅차고, 하프 보틀(반 병)을 사자니 괜히 손해보는 생각이 들고….
와인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고민해봤을 겁니다. 와인을 마시는 자리에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와인을 한번에 다 마시지 못할 경우 어떻게 보관해야 하는가"에 대한 것입니다. 최근 1인 가구가 늘면서 와인 한병을 다 마시기는 쉽지 않습니다. 특히 큰 맘먹고 좋은 와인을 열었을때 이같은 고민은 더욱 깊어지게 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먹다 남은 와인은 와인을 구입할때 매장에서 덤으로 챙겨주는 스토퍼를 이용해 밀폐하거나 병에서 뽑아낸 코르크를 다시 거꾸로 막아서 냉장고에 넣어두는게 가장 좋습니다.
하지만 375ml짜리 하프보틀을 사서 그때마다 신선한 와인을 먹겠다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별로 경제적이지 못한 방법입니다. 하프보틀은 수입되는 와인의 종류도 많지 않은데다 이름난 좋은 와인들은 거의 하프 보틀을 구하기가 힘듭니다. 더구나 우리나라의 하프보틀 판매가격은 일반 750ml 와인 한 병 가격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거의 80% 안팎의 가격을 보입니다.
일부에서는 작은 밀폐병을 미리 준비해 덜어놓은 후 마시는 방법을 권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소분해 밀폐한다고 하더라도 이미 산소와 접촉이 일어난데다 산화를 막는 이산화황이 날아가버려 코르크나 스토퍼보다 오랜 기간동안 보관하기는 불가능합니다. 더구나 밀폐병을 깨끗하게 관리하기도 쉽지 않고 번거로워 그리 추천할만한 방법이 아닙니다.
또 일부 매니아들은 마시다 남은 와인 병속의 공기를 진공으로 만들어 주는 베큐세이버 등의 기구를 이용해 와인을 보관할 것을 권유합니다. 병의 입구에 고무재질의 와인스토퍼를 끼우고 원통형 펌프를 이용해 수동으로 병 속의 산소를 제거하는 방법입니다. 병속의 산소를 모두 제거하기는 불가능해 기대한 것보다 큰 효과는 없습니다. 그렇게 해봤자 와인 보관기간이 기껏해야 일주일을 넘기기 힘들고 자칫 눕혀서 보관하면 흘러내릴수 있어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
이보다 강력한 진공상태를 만들어주는 진공세이버도 있지만 기껏해야 이보다 보관기간을 며칠 더 늘려주는 정도입니다. 10만원이 넘는 돈을 들여 그런 장비를 구입하느니 차라리 그 돈으로 좋은 와인을 사먹겠다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와인은 포도를 수확해 과즙을 추출하고 발효와 숙성기간을 거친 후 병에 담긴채 유통됩니다. 이 과정에서 와이너리가 만들어 낸 맛과 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온도를 얼마나 적정하게 유지하고 산소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제어하는가에 달려있습니다. 와인은 병 속의 온도가 섭씨 22도를 넘어서면 와인의 맛이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또 코르크를 열어 산소를 만나면 산화가 시작됩니다.
와인을 열었다면 천천히 변해가는 맛과 향을 즐기고 먹다 남은 와인은 부담없이 코르크로 잘 막아 냉장고에 보관하면 됩니다. 그러나 와인을 열었다면 적어도 3일 이내에 다 먹는게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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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생활 백서>
최근 들어 와인을 즐기는 사람이 크게 늘고 있습니다. 대형 마트의 와인코너를 가보면 젊은 층은 물론이고 은퇴한 중장년층 부부들도 참 많습니다. 와인매장 매니저가 추천하는 와인 설명을 듣고는 주저없이 와인을 몇병씩 카트에 담는 모습을 자주 봅니다. 그만큼 이제 막 와인을 접하기 시작했거나 와인에 대해 보다 친근하게 느끼는 사람들이 많이 늘었다는 것이죠. 불과 수년전만해도 일반인에게 와인은 "어려운 술", "도구가 많이 필요한 술", "맛보다는 멋으로 먹는 술", "특별한 취향을 가진 사람이 먹는 술"이라는 생각에 다소 거부감이 있었지만 이제 와인은 "그냥 맛있는 술"로 어느새 우리곁에 바짝 다가서 있습니다. 사실 와인은 정말 향기롭고 맛있는 술입니다. 그냥 편하게 코르크(스크류)를 열고 잔에 따라 향을 즐기며 맛있게 먹으면 되는 술입니다. 와인은 그 자체만으로도 맛있는 술이지만 음식과 잘 매치하면 음식도 술도 그 맛이 더 좋아집니다. 또 와인에 얽힌 상식을 조금씩 알아가다 보면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와인의 또 다른 맛을 알게 됩니다.
매주 연재되는 와인생활 백서 코너는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들이 와인이라는 술에 대해 가지는 궁금증을 풀어주고 보다 슬기롭고 즐거운 와인생활을 하는데 도움을 주는 내용을 담게됩니다. 이를 통해 와인이라는 술이 얼마나 향기롭고, 맛있고, 재미있는 술인지를 느낄 수 있었으면 합니다.
kwkim@fnnews.com 김관웅 부동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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